온기가 남은 자리
처음 음식배달 일을 시작했을 때는
그저 눈앞의 현실을 버텨보자는 마음뿐이었다.
하루를 채우고, 다음 날을 넘기며
그렇게 시간을 조금씩 건너가 보자는 생각이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이 시간들이 단순한 버팀이 아니라
하나의 풍경처럼 마음에 남기 시작했다.
운전석에 앉아 바라보던 거리,
가게 앞에서 기다리며 흘려보낸 짧은 정적,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던 순간들까지.
그 모든 장면이
조금씩 내 하루의 모양을 바꾸고 있었다.
글을 쓰기 시작한 것도 그 즈음이었다.
대단한 이야기를 남기고 싶어서라기보다는,
흘려보내기엔 아까운 감정들이
하루에 몇 번씩 생겨났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 시간은
하루를 견디는 나를 다독이고,
잠시 숨을 고르게 해주는 시간이기도 했다.
그렇게 쌓인 시간 속에서
나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을 만났고,
많은 위로를 받았다.
말을 나누지 않아도,
같은 리듬으로 하루를 건너고 있다는 감각만으로
충분히 힘이 되는 순간들이 있었다.
그 시간의 끝에서
나는 다시 한 번 속도를 조절해 보려 한다.
아직 달리는 일을 멈추는 건 아니지만,
글은 잠시 내려두고, 어디로 가야 할지
조금 더 들여다볼 시간이 필요해졌다.
다만 분명한 건,
이 시간들이 내 안에 남아
나를 조금 다른 방향으로 데려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앞으로 다시 글을 쓰게 될지,
혹은 이 인사가 마지막이 될지는
지금의 나로서는 알 수 없다.
그래서 요 며칠은
어떻게 인사를 건네야 할지를 생각했다.
너무 가볍지도,
너무 무겁지도 않게.
그러다 문득,
예전에 좋아했던 영화 한 장면이 떠올랐다.
트루먼 쇼의 마지막에서
세상을 향해 인사하던 그 모습.
그 장면에 마음을 기대어,
조용히 고개를 숙여 인사를 건넨다.
“Good morning, and in case I don't see ya, good afternoon, good evening, and good n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