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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찌네형 May 26. 2020

아빠는 말이지... 딸을 너무 사랑한단다

딸이 점점 멀어져 감을 느낄때......

이제 초등학교 3학년에 올라간 딸이, 금년들어와 부쩍 나와 거리를 두기 시작한다. 드디어, 내가 고민하고 고민했던 일들이 조금씩 현실이 되어 다가오는 느낌이다. 


딸은, 이제 나에게 더 이상 뽀뽀를 해주지 않는다.  

정말......탄식이 절로 나온다. 내가 지금껏 아빠로서 노력한 그 모든 것들은, 내 딸의 사랑머금은 달콤한 키스 한번이였던 것을, 이제 내가 아무리 다가가 해달라고 졸라도, 마지못해 볼을 들이미는 정도의 것과, 그것조차 싫은지 약간 미간이 찌글어진 듯한 그 아이의 모습이 새삼, 딸과 아빠의 거리를 느낄때가 됐나 싶기도 하다. 


딸의 짜증이 늘었다.


아...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사사껀껀, 내가 무슨말을 하면, 짜증섞인 답변이 돌아온다. 좋게 예쁘게 말하라고 해도, 아니, 말해달라고 해도 잘 안된다. 혹시 나를 방해요소로 생각하는건 아닐까?

아빠의 걱정은 날로 커져만 간다. 혹시 이러다가 성격이 나빠지면 어떻하지?, 혹시 남들에게도 이렇게 항상 짜증섞인 반응을 보여, 친구들 관계가 멀어지면 어떻하지...라고 말이다.


그러다가도 가끔씩은 포스트잇에 그날 아빠에게 화낸것에 대한 미안함을 적어, 내방 책상에 붙여놓곤 한다. [아빠. 아까는 화내서 미안해. 이거 먹고 기분풀어. 사랑해]. 게임끝.


딸은 나에게 전부이다.


물론 사랑하는 내 와이프가 들으면 서운타 하겠지만, 나는 아주 전형적인 딸바보의 계보를 잇는, 그런 대한민국의 평범한 아빠이다. 딸이라면 뭐라도 좋고, 딸이 해달라는 대로 하려고 노력했다. 언젠가 딸이 엄마와 자고싶다고 해서, 안방의 침대를 고스란히 넘겨준 이후, 난 3년 넘게 안방의 침대에서 잠을 자보지 못했다. 몸을 움직이면서 자는 나와 딸에 비해, 아내는 정자세로 자는 습관이 있어, 우리 세명에게 침대는 너무 작다. 하는수없이 내가 양보했다. 



이제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같이 목욕하는 것이다.


남들 얘기를 들어보니,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는 시점에서 다들 그만둔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직까지는 같이 탕속에 들어간다. 딸과 둘만 있는 공간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느끼는 공감대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다. 누가 들으면 징그럽다 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어떤식으로도 딸과 계속 함께 하고 싶다. 


아....딸을 너무 좋아한다..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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