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질은 아니지만, 당해야 하는 가..

팀장은 서럽다. 나도 워라벨이 좋다.

by 하찌네형

지난주 신문에 [을질]이란 단어를 봤다. 상당히 익숙한 [갑질]에 대해, [을질]을 새삼 기발한 단어라고 생각하면서도, 뭔가 지금의 회사생활을 대변하는 하나의 단어는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사실, 갑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사회에서 용납되기 어려운, 말하면 안되는 것이란 분위기가 있다. 갑이란, 힘있고, 결과를 좌지우지 할 수 있으며, 나의 목줄을 쥐고 있는, 그런 존재이기 때문에, 결국 사회속에서의 강자로 통한다. 지금의 사회구조속에서 보면, 강자는 좋은 이미지보단 나쁜이미지가 많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반해, 을은 약자라는 이미지이다. 을을 포함, 병, 정 모두, 뭔가 힘겹게 살아가는 이미지가 있고, 그래서 사회는 이러한 약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프레임이 깔려있지는 않은가 한다.


동의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가진자가 힘이 있다보니, 그렇지 못한자를 업신여기거나, 막 대하는 경우가 있었다. 아마 지금도 사회도처에서 이러한 갑질을 행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는데 동의한다. 그리고, 그러한 갑질에 대해, 사회는 을을 최대한의 방어하고 도와줘야 한다는 것에 동의한다.


다만, 이에 대한 부작용은 어떨까.

사회의 시선이 을의 목소리에 집중하다보면, 결국 갑이라는 위치에서 가만히 당하고만 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사람은 자신이 갑이 될 수도 을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본다면, 정답은 없겠지만, 갑과 을이라는 프레임이 아닌, [합리적인 생각을 바탕으로 의심의 여지가 없는 행동]을 기본으로 해야겠다고 본다.




회사에서 어떨까. 팀장과 팀원과의 관계에서, 팀장은 갑일까?


- 박부장 : 김대리. 우리 목표대비 달성률 정리한거 있잖아. 매번 물어서 받는것도 그러니, 매달초에 정리해서 팀내 공유 좀 해줬으면 좋겠어.

- 김대리 : 아.. 저 매달말에 일이 너무 밀려있어서, 그건 제가 못하겠는데요.


평소, 김대리의 업무량을 잘 아는 박부장은, 김대리가 충분히 할 수 있는 내용이라 판단했지만, 김대리는 거절한다. 이번이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당신이 박부장의 위치에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김대리는 생각할 것이다. [맨날 나한테만 시켜.. 완전 짜증나. 직장내 괴롭힘으로 신고해 버릴까?].....라고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주변 사람들도 그런 김대리의 대응에 마음이 들지 않는 눈치다.


그럼, 박부장은 김대리를 불러놓고 혼내야 하는 것일까.

이것도 쉽지 않다. 영악한 김대리의 대응이 내내 거슬릴 텐데, 어딘가에 자신이 당한 것이라고 신고하기라도 한다면, 그런 것을 감수하기에, 박부장은 부담이 크다.


이런 회사가 있을까 싶지만, 요즘 꽤 많이 늘었다. 일전에 모 교육기관에서 실시하는 팀장교육을 다녀온적이 있었다. 대부분 회사의 책임자급이 모여, 조직관리에 대한 강의를 듣는 것이였다. 3일간의 교육이 끝난 오후 늦은시간, 10여명 남짓한 우리들은 가볍게 술자리를 가졌다. 포항, 대전, 목포등, 각지에서 다양한 직군에 있는 관리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나온 얘기는 이러했다.


- A 회사 팀장 : 요즘 애들한테는 아무말도 못해. 워라벨이니 뭐니해서, 출퇴근시간 딱 지키고, 자기일이 아니면 할 생각도 관심도 없어.

- B 회사 팀장 : 내가 제일 일찍 출근해서 제일 늦게 퇴근하지. 도와달라고 말도 못해. 애써 해주는가 싶다가도, 얼굴에는 짜증이 가득해. 그냥 내가 하고 말지...싶어.

- C 회사 팀장 : 난 그냥 진급을 안하고 싶어. 나도 워라벨이 좋더라구. 월급도 얼마 많이 받지도 않는데, 그렇게 고생하고 싶지도 않아.

- D 회사 팀장 : 회사내에서는 내가 갑이 아니고 을이야. 팀장은 그냥 동네북인걸 뭐..


새삼, 그때 조선소에서 근무하던 D회사의 팀장말이 생각났다. 팀장은 그냥 동네북이라고, 을이라고 말이다. 항상 그들의 안주거리가 되어야 하며, 뒷통수가 왠지 서늘한 감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 동네북 말이다. 팀장은 일을 잘해도 [아..빡새. 뭐하러 저렇게 일할까]라고 팀원들의 핀잔을 듣고, 일을 못하면, [저게 무슨 팀장이야..]라고 욕듣기 일쑤다. 그 중간을 찾아야 할텐데, 팀장도 위의 눈치를 보는 통에, 자리잡기가 쉽지 않다.




사실, 나의 위치에서 지금의 직장을 바라봤을때, 나는 20~30대의 그들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하며, 그들의 워라벨 생활을 지지한다. 그리고, 그렇게 힘들게 회사생활을 할 필요가 없다고, 너희들의 시간에 더 많이 투자하라고 조언할 것이다. 사실, 고용도 안정되지 않은 이 땅, 대한민국 사람들은 너무 지나치게 일을 한다. 여유도 없다. 그러다보니 결국 주말에 어떻게 쉬어야하는지도 모르고, 소파에만 누워있다.


다만, 팀장 혹은 관리자의 스트레스는 이해해 주기를 소망한다. 이 사람들은 대략 회사들어온지, 15~20년된 사람들로서, 아직 워라벨을 하면 큰일이 날 것이라 생각하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밤잠을 설치는가 하면, 18시가 되어 퇴근하면 버릇없다고 생각되는, 21시 이후의 퇴근이 너무도 당연한.....그런, 이제 막 40대를 지나가면서 온 갖 고민에 빠진 사람들일 수 있다.


쓰다보니........내 얘기 같다.


keyword
이전 12화꼰대가 되지 않는 현실적인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