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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찌네형 Nov 13. 2020

나이 40에 둘째를 만나다

둘째가 태어나고, 이제 두달이 지났다. 브런치에 임신테스트기의 두줄를 보고 적은 글을 생각한다면, 새삼 시간의 빠름을 느낀다. 모두의 격려와 바램의 결과, 아이와 산모는 아무런 문제없지 잘 태어났다. 유일하게 문제가 있다면, 아이가 너무 많이 먹어, 평균 몸무게를 훨씬 넘어서, 의사선생님이 다이어트를 하란, 청천벽력같은 말을 들은 것 뿐일것이다. 이제 고작, 태어난지 60일되었는데, 다이어트라니......


아이는 운다.

아이가 울지만 않는다면, 키우는데 그렇게 어렵지 않을것 같은데, 계속 운다. 내려두면 울고 가만히 있지를 않는다. 유수의 육아서적을 정독한 결과, 아이와의 기싸움도 있어야 한다고, 그래서 운다고 바로 안아주지 말라고도 하지만, 그럴 여유가 없다. 이미 아이는 숨이 두번 넘어갈 정도로 울고 있다.


어떻게 아는지 모르겠지만, 서서 안아주고 있다가 잠시라도 앉을라치면 다시 울어댄다. 나의 자세에는 변함이 없거늘, 내가 앉아있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래서 다시 일어나면 귀신같이 알아 울음을 멈춘다. 무슨 미세한 기압센서라도 달렸단 말인가....... 


아이의 언어는 울음이다. 다 같은 울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직 아이에 대한 경험이 없을 가능성이 있다. 아이는, 배고품, 졸림, 화나거나 짜증, 불편함을 울음으로 표현하고, 그 차이가 대략 확실하다. 해서, 울음을 들으면, 지금 이 아이가 본능적으로 우리에게 어떤 말을 하고있는지를 알 수가 있다. 졸리다는 울음인데, 거기에 대고 분유를 주면, 아이는 혀로 젖꼭지를 밀어낸다.


유튜브 동영상에 백색소음이나 아이들 잠에 도움이 되는 영상(영상이라기 보다는 소리)이 많지만, 우리아이에게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보다는 울때, 나도 같은 소리로 좀 크게 소리를 내면 멈취는 경우가 있다. 꼭 '쉬~'소리가 아니어도, '아아아아아~'를 조금 크게 반복해주어도 아이는 울음을 멈추었다. 물론 오래가진 못한다.


아이는 안아줘야 편히 잔다. 소위말해, 어쩔 수 없이 사람손을 타는 모양이다.

밤에는 그렇다치고, 낮에 아무리 잘 재워나도 1시간을 채 넘지 못하고 운다. 그래서 아기띠를 해서 재우면, 두시간이고 세시간이고 잔다. 나의 체력이 허용되는 한에서, 적어도 그는 편하게 잔다.




첫째아이가 태어나고 10년. 많은 것이 바뀌었다. 신기한 상품도 많이 나왔고, 그로인해 엄마의 부담을 줄여주는 제품들도 많이 나왔다. 하지만, 궁극적인 도움이 되지는 못한다고 생각한다. 남자가 아무리 도와줘도, 엄마의 그 손을 덜어주기에는 한없이 부족함은 어쩔 수 없다.


첫째아이가 태어났을때는 아무것도 몰랐다. 당연히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떤 판단도 신중했다. 물건 하나도 고르고 또 골랐다. 아이피부에 좋은건지 안좋은건지, 무슨 인증마크는 받은건지 아닌지, 세탁을 하고 또 말릴때에도, 혹시나 아이에게 해로운 세재는 아닌지, 말리면서 먼지가 많이 붙은게 아닌지........

둘째에게 미안하지만, 이젠 그렇게 안한다. 옷도 남들이 입은 옷들이나, 기능성 옷들은 중고로 구입한다. 모든 아이용품의 90%는 중고로 구성했다. 이 또한, 사용시기가 지나면 중고로 다시 되팔거나 나눔으로 줄 것이다. 첫째의 경험을 가진자의 여유라고 할까, 아이가 울어도 그렇게 당황하진 않는다.




나는 회사에서 오자마자 속옷차림으로 아이를 목욕시킨다. 속옷인 이유는 아이가 싸는 오줌을 직빵으로 몇 번 맞아봤기 때문이다. 다행이 아이는 목욕을 좋아한다. 아기욕조에 담궈놓으면 딱 맞는 사이즈로, 30분간은 평화의 시간을 맞이할 수 있다. 군데군데 접힌 살속에 들어있는 의문의 때뭉치들을 제거해주면, 아이몸에서 나름 산뜻한 냄새도 난다.


기저귀는 스피드다.

자칫 타이밍을 잘못하면, 오줌을 맞기 일쑤이고(참고로 남자다), 아직 묽은 똥이 손에 묻는 일은 다반사이다. 아이들이 변비가 잦다는데, 우리아이도 한 이틀 안싸다 싸면, 그 양이 어마어마해, 심할때는 등을 타고 오를때도 있다. 새벽에 잠에 취해 눈도 반쯤뜨고 똥을 찾아 닦이고 또 닦인다. 만약 변비가 찾아오면, 시중에 나와있는 애기용 유산균을 우유에 넣어주면, 반나절만에 효과가 나타난다. 시중에 많은 분유가 있고 가격도 천차만별이지만, 가장 기본적인 분유임에도 아이가 잘 크는걸 보면, 굳히 산양분유를 먹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아이돌봄의 하이라이트는 밤이다.

아이는 자다가 평균 2~3번을 깬다. 무슨 메커니즘인지 모르지만, 2~3시간 간격으로 깬다. 옹알이인지 알 수 없는 말들이 적당히 들려올때 쯤, 귀신같이 분유를 타서 입에 넣으면 된다. 그럼, 먹다가 잠든다. 그 타이밍을 놓쳐 울게되면, 위아래층 사람들에게 민폐일 뿐 아니라, 다시 재우기에 실패할 수 있다. 또는 분유를 다 먹었는데도 몸을 뒤척인다면, 양팔을 잡고 못 움직이게 지긋이 눌러줌과 동시에 입으로 '쉬~'해주면 잘 잔다.




남들은 고생이라 말한다. 내 나이 정도되면, 애들도 적당히 커 있어서, 자신의 생활도 즐길 수 있을거라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의미에서 본다면, 어느날 10년동안 세명만이 전부라 생각하고 살아 온 가족들에게 불연듯 떨어진 이 아이는, 우리의 생활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음이 틀림없다.


하지만, 좋다. 그냥 좋다. 가끔 아이가 울기 시작하고 온갖 방법에도 울음을 그치지 않을때, 갑작스러운 울화가 솓구쳐 오를 때가 있지만,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고, 이 아이에게 화를 내봐야 아무소용 없음을 깨닮게 되면, 그냥 이해하고 넘어간다. 그럼 오래가진 않고 화가 풀린다.  


나는 그렇다치고, 와이프는 나이 40에 다시 아이를 돌봐야 하는 고난행군이 시작되었다. 주변에 육아에서 졸업한 사람들도 있건만, 우리 와이프는 이제 시작인 것이 늘어나는 흰머리만큼이나 안쓰럽다. 코로나로 인해, 통상 2주간의 이모님 도움도 받지 못했다.


해서, 아내의 부담을 덜고자, 큰맘먹고 식세기 이모님을 새로 두었다. 아내도 설겆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어 한결 짜증이나 화가 줄어든 느낌이다. 이제 겨울이다. 세탁기에서 꺼낸 옷을 빨래대에 널때 손이 시렵다고 한다. 해서, 건조기 이모님도 한대 놔 드렸다.


어제부터 집안의 옷과 담요를 빨고 있다. 빨래가......재밌다고 한다. 남자들은 많은 것을 해줄 필요가 없을것 같다. 와이프의 사랑을 받는 게 이렇게 간단한 일이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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