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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윤 Aug 11. 2023

여름 가성비 갑은 낮맥 아니던가요

여름_빅웨이브 골든에일 맥주

  웃음이 난다. 내 옆엔 내 여름의 사랑, 빅웨이브 골든 에일이 민트의 하와이 안에 황금색으로 잔잔히 빛나고 있다. 이 순간의 페어링은 여름의 청포도, 그리고 일찍 세상에 나와 반은 연두, 반은 빨강이 자연스럽게 혼합된 풋맛의 달달함을 품은 홍로 사과가 놓여있다. 아! 더 긴 말이 필요 없는 여름의 황홀한 하오이다. 이 조합을 냉장고에서 선택한 나, 올해 여름 들어 오늘의 나를 가장 칭찬한다.



  내 영혼의 단짝인 도시락 사발면이 먼저 생각난 것은 사실이다. 팬트리를 열어 사발면을 집어 비닐을 뜯으려는 차, 내 마음속 하나의 양심이 노크를 했다. '너 이틀 전에 생애 반주기 건강검진 하지 않았니?' 그래, 내 몸에 뭐 하나라도 있겠지. 하는 걱정에 절로 금식이 되던 이틀 전의 내가 불쑥 내 앞에 선다. 망각이 있어 살 수 있다고 하지만 그래도 작심하면 삼일은 가야지. 다행히 비닐이 뜯기지 않은 도시락 사발면을 다시 팬트리에 넣고 냉장고로 향한다.



  난 의지라는 게 있으니까! 나로 말할 것 같으면, 건강검진보다 먼저 잡힌 친구와의 점심 약속을 지키기 위해 위내시경을 비수면으로 해낸 사람이 아니던가! 수면 내시경 후엔 운전을 못 한다는 안내에 결정은 쉬웠다.

"비수면이요."

내 가장 오랜 친구이자 매주 연락을 주고받는 친구와의 약속은 정말 중요하니까. 내 가까운 소중한 사람이 늘 먼저이니까. 꾸역꾸역 올라오는 헛구역질이 나올 때마다 단순하게 한 가지만 생각했다.

'이것 외엔 애초에 방법이란 없다.'

퇴로를 주지 않는 것은 늘 간단하고 단순한 방법이 되어준다.



  비수면 내시경 후기를 듣고 놀란 친구가 헤어지는 길에 내 손에 쥐어준 홍로 사과는 예쁘기도 했다. 내 두 주먹을 합친 것 같은 적당히 동그란 홍로에는 여름의 연두에 곧 다가올 빨간 가을이 살포시 물들어 있었다. 입추가 막 지나 여름과 가을이 시소를 타는 계절을 닮은 윤기 나는 홍로는 볼 때마다 웃음이 났다.



  투명한 창을 사이로 밖엔 세찬 여름의 하오가 찬란히 부서지고 있다. 창밖 나무의 초록은 더욱 진해진고 매미는 더욱 힘차게 울어댄다. 이 여름 내 블랙 테이블에는 여름과 가을 사이의 홍로사과, 동글동글 달콤한 샤인머스켓이 있다.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 귀여운 민트색 코나 빅 웨이브 골든 에일 한 캔이 송골송골 물방울을 표면에 맺고 있다. 그리고 조성진의 헨델 모음곡 5번 마장조가 흘러나온다.



  은은한 황금빛 맥주 한 모금에 입안에는 자잘한 기포와 열대 과일 향이 조잘거린다. 여름의 햇살을 받는 윤슬같은 반짝거림이 입 안에 들어온다. 이윽고 사과의 아삭한 식감과 비릿한 풋맛의 수분감이 맥주의 여운을 가볍게 날린다.



  창밖엔 초록 여름의 선명하게 반짝거리고 내겐 행복이 내린다. 이 순간 나는 충분히 행복한 여름의 베짱이다. 오늘 모은 여름의 연두, 초록, 황금빛 이야기는 내 마음에 윤을 내며 내 삶을 잔잔하게 비춰줄 것이 분명하다. 여름 맥주 한잔 만큼의 기분좋음은 여름만큼 크다. 오늘만큼은 참 쉽다,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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