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독서노트
올해 첫 책은,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읽었지만 읽지 못했던 책. 아마도 10년 후에 읽으면 또 다른 문장에 밑줄을 긋게 될 책이 분명하다.
충동적이지만 양심과 정직한 미챠,
유클리드적인 이성을 가졌으나 자연과 생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충만한 마음을 가진 이반,
신의 이상향을 이루면서도 이상적이기보다 구체적 사랑을 보여주는 알로샤.
우리의 본성은 이렇듯 이상적 심연과 타락한 심연의 양면을 가지고 있다. 다만 내가 보여주고 싶은 이상적 자기(self)를 얼마나 보여주고 있느냐의 차이일 뿐.
알료샤는 이 양면을 가진 모두를 무조건적으로 수용한다. 그들의 말에 경청한다. 대심문관에서 자신을 신랄하게 비난하는 말을 아무 말 없이 듣고는 마지막에 입맞춤을 하는 예수처럼 얄료사는 이상과 타락의 양면을 모두 진심으로 듣는다. 사랑하니까.
형제들이 각자의 생각으로 삶을 살아가는 자유를 알료샤는 존중한다. 그들 자신대로 살아가는 것에 자신의 해석을 달지 않는다. 결국 평행선을 달리며 그와 합치되지 않는 삶을 살게 되겠지만 강요하지 않는다. 예수가 인류에 그랬듯 그들 삶에 자유를 준다. 사랑하니까.
다만, 알로샤는 우리가 한때 좋은 사람이었던 그 기억을 꽉 쥐기를 바란다. 살아가며 당연한 악에 내 말과 행동이 오염되더라도 한때 사랑을 받았고 사랑을 주었던 경험은 그 악의 진창에서 스스로를 구할 수 있기에. 그래야 삶을 오장육부로 사랑하며 살 수 있기에.
“지상에서 오래 머무는 것도 아닌데, 우리는 나쁜 짓을 많이 하고 나쁜 말을 많이 합니다. 하지만 그 때문에 우린 함께 모인 적절한 순간을 포착해 서로에게 좋은 말을 하도록 힘써야 합니다. “
이 삶에 짧게 존재하는 이상, 존재하므로 우리는 사랑하는 게 맞다.
구체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양파 한 뿌리를 주듯. 그 마음들의 연대가 악으로 가득할 수밖에 없는 우리 삶의 사이사이에 잔잔한 양분이 되어 내린다. 그 땅에서 우리는 가끔 발이 빠질지라도 그 사랑이 내 발을 다시 빼내어 단단한 발걸음을 내딛게 해 준다.
뒷사람에게 문을 잡아주고, 내 옆 사람에게 새해 인사를 나누고, 다정한 한마디를 해주는 구체적인 사항을 나눌 충분한 이유가 된다.
“나는 존재한다. 고로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