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회장에 책도 많이 읽고 시험기간이 아니어도 새벽 2시까지 공부하는 날이 흔한, 정말 성실한 중3 하랑 양. 작년 2학년 2학기 기말고사에서 79점인 위기의 수학점수를 맞고 당황한 상태. 수학공부의 양은 많은데 그에 비해 점수는 낮아서 고민. 엄마는 아이가 계산실수등 사소한 실수가 너무 많아서 ADHD가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할 정도로 실수가 많은 편. 수학 그놈이 문제라며 출연신청했는데 사실 영어점수(87점)도 영상에서 보이는 노력에 비해 좋은 편은 아니고 문법이 약해서 점수가 안 좋았다고 스스로 진단하나 조정식샘은 오히려 어휘가 약하다면서 자가진단이 잘못되었음을 지적.
[발견과 진단]
정승제 샘은 학생의 마지막 기말고사 시험지의 1번 문제에서 힌트를 얻습니다. 문제에 별표가 쳐져 있다는 것은 풀면서 헷갈리거나 어려웠다는 이야기인데 그 1번 문제는 기본 중의 기본으로 초등학생도 도형에 대한 기본 개념이 있다면 풀 수 있는 문제로 보입니다. 저작권 때문인지 문제와 선지 외 내용은 블러처리하여 보여주진 않았지만 도형의 성질을 읽고 그 도형이 어떤 도형인지 고르는 문제였는데 그 문제도 어려웠다는 것에 정승제샘은 질문을 하시죠. 사실상 초등개념인 사다리꼴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도 대답을 정확히 못하는 하랑 양. 그 후 y축에 평행한 직선 위의 두 점의 특성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도 대답을 못합니다.
두 선생님들은 이 친구가 양치기를 하고 있다는 진단을 내립니다. 전문가들의 진단에 숟가락을 얹어 보자면 이 친구는 정확히는 문제유형암기를 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실제로 초등 아이들에게 수학을 가르치는 학원 중 일부가 문제 유형과 그 풀이 방식을 외우게 하는 경우가 있지요. 초등 단원평가는 유형만 외워도 90점 이상이 가능하고 그 유형의 개수가 그렇게 많지 않거든요. 그런데 중학생이 되면 그 유형이 암기로 커버하기엔 꽤 버거운 만큼 늘어나서 그 방법이 통하기 어렵습니다. (고등은 유형문제 자체가 너무 많아 암기가 불가능하고요.) 그런데 하랑 양은 성실함으로 그 암기량을 소화해 온 게 아닐까요. 많은 유형을 암기해서 적용하려니 과부하가 오고 빨리 기억해내지 못하면 당황해서 덤벙대다가 더 실수를 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기본적인 개념도 헷갈리는데 수학을 80점 이상 맞아온 것도 설명이 어려워요.
채널에이 티처스 15회 중
이 부분에서 정승제 선생님의 매우 날카로운 질문이 들어옵니다. 이번 화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이자 전체 솔루션의 핵심이 되는 질문이라고 생각해요.
"수학을 못한다는 느낌을 언제 처음 받았어요?"
이미 하랑 양이 수학에 압도되어 있다는 걸 꿰뚫는 질문이지요. 하량양은 초등학교 때부터라고 했고 그 이유는 엄마한테 많이 혼나면서 많이 무서웠었다고 했습니다. 초등학교부터 잘한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도 수학을 놓지 않고 꾸준히 했다는 점은 참으로 기특하면서도 짠하기까지 합니다. 수학에 대한 정서가 좋을 리 없을 텐데도 잘하고 싶고 좋은 학교로 진학하고 싶다는 하랑 양의 동기가 그 성실함으로 이어졌고 이 점은 앞으로 습관과 공부방법을 개선하는 데 있어 아주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입니다. 승제샘도 그 점을 언급하며 자신감을 불어넣었구요.
정승제 선생님은 학생의 수학울렁증을 언급하면서 2년 전 필즈상을 수상한 허준이 교수님이 "수학은 100일 중 99일을 실패한다."라고 하신 말씀을 언급하시면서 실패가 기본값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한 번 승제샘 밥상에 숟가락을 얹어 보자면 허준이 교수님이 유퀴즈와 모교 강연에서 하신 말씀도 하랑 양에게 전하고 싶어요.
"근자감을 가지세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중요하죠. 근거 있는 자신감은 매우 연약해요."
개인적으로 이 말에 성실하고 불안이 높은 모든 학생들이 귀 기울였으면 좋겠어요.
tvN 유퀴즈 249회
우리 반에서 제일 잘해도 다른 반 1등을 만나면 질 수 있고, 우리 학교에서 제일 잘해도 다른 학교 친구 만나면 질 수 있기에 근거가 있는 자신감은 매우 취약한 것이라는 점. 일반적으로 허세 가득한 남학생들이 불안이 높은 여학생들보다 수학으로 덜 괴로워하는 이유가 그 허세, 근자감에 있다고 생각해요. '어렵다던데 나도 할 수 있을까?' 하고 겁을 먹었는데 그 과정이 쉽고 해 볼 만하기 어렵지요. '뭐 애들 다하는데 나도 어떻게든 하겠지!' 하는 허세 섞인 근자감이 차라리 나은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이어트도 내가 어떻게 하지? 하고 막막해하는 순간,
웨이트트레이닝하며 웨이트바의 무게에 눌리는 순간,
시험범위를 확인하고 양에 놀라 포기하고 싶은 순간,
인터넷 서점에서 주문한 책의 두께에 압도되는 순간,
우리는 싸워보지도 않고 지는 겁니다.
다이어트도 운동도 공부도 독서도 자신감 없이는 힘들어요.
[랜선이모의 조언]
1. '아는 것'과 '아는 것 같은 것'을 구분하자.
- 백지테스트나 엄마를 가르쳐보는 선생님 놀이를 추천해요.
2. 비키니처럼 수학도 기세다. 근자감부터 가져보자.
- 노력하지 않는 자의 근자감은 허세지만, 노력하면서 가지는 자신감은 기세!라는 점을 기억하세요.
3. 건강부터 관리하자.
: 중간에 탈모와 원인불명의 극심한 복통을 겪는 것으로 보고 매우 안타까웠는데 이것은 극심한 스트레스가 신체화된 것이 확실해요. 그럼에도 애써 밝고 명랑하게 행동하며 그 부담을 삼키고 있는 듯한 하랑 양을 보며 또래를 키우는 엄마 입장에서 매우 마음이 아팠어요. 성적이 아무리 중요한들 하랑이 건강과 바꿀 것은 아니라는 거 꼭 기억하길.
정신력은 체력에서 나옵니다. 좀 더 자고 땀 흘리는 운동도 루틴에 넣어보면 좋겠어요. 수면부족은 불안을 더욱 증폭시키고 집중력을 떨어트려요. 충분히 푹 자고 시간이 없다고 생각하고 공부하는 것이 오히려 공부의 집중력을 올려 공부의 밀도를 올리고 효율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