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언제라도봄 Jul 17. 2024

엄마의 교육열에 아이가 데지 않게

티처스15화 - 엄마의 주도권 넘기기

부모란 자리는 참 어렵습니다.  

지극한 노력을 기울인다고 모든 아이가 그 노력에 보답하듯 자라는 것은 아닌 데 반해, 잘못하면 그 대가를 치르게 되는 게 육아이고 교육이 아닐까요. 또 그 적절한 선을 유지하기란 얼마나 어려운지요. 방목이 방임이 되기도 하고 관심이 감시가 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요? 엄마가 마이크로하다 못해 나노단위로 아이의 공부를 간섭하고 조정하는 것이 어쩌면 티브이 프로그램 특성상의 설정이 가미된 것은 아닌가 의심도 들지만, 15회 하랑이 어머니를 영상으로 보면서 우리 모두 모습을 한번 더 돌아봅니다.


사실, 정도의 차이일 뿐 하랑이 어머님이 겪는 불안과 조바심을 느껴보지 않은 부모가 있을까요? 입시에서의 낙오자가 인생 낙오자가 되는 건 아니라고 머리로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입시에 실패하고 인생을 잘 살아가는 것은 왠지 더 어렵게만 느껴지죠. 불안 마케팅이 성공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학원뿐인가요? 우리네 옆집 윗집 아랫집의 엄친아, 엄친딸들은 상술도 쓰지 않는데 조바심과 걱정을 증폭시킵니다. 우리 아이보다 두 살 어린 옆집아이가 수학진도는 2년이 앞서있고, 천둥벌거숭이 같은 우리 아이는 Wednesday 스펠링이 헷갈려 웨드네스데이 하며 외우고 있는 데 같은 학년 윗집아이는 학원에서 셰익스피어를 읽고 리터니들과 영어토론을 한다고 하네요. 아득해 보이는 간극들이 이번 생엔 메워지지 않을 듯한 느낌마저 듭니다.


채널에이 티처스 15화 중

그렇게 엄마 마음에 번진 불안감과 조급함은 아이에게 고스란히 전달됩니다. 그리고 조급함을 일을 잘 되게 하기보다 그르치게 하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15회에서도 하랑이 어머님은 수행평가 걱정에 학교 숙제, 하랑이가 잘 못하는 수학,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위태로워 보이는 영어까지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이건 어떡하지? 저건 언제 할 거니? 하며 다그치다가 아이와 갈등을 겪습니다. 하랑 양은 엄마와 부딪히는 게 싫어서 엄마말을 따르지만 이렇게 하는 것이 아닌 것을 이미 알고 있고요. 아이가 원하는 것이 공부를 잘하는 것이기에 그걸 서포트하는 것이다라는 엄마의 변이 있었는데 이 부분은 입장을 조금만 바꿔서 생각해 보면 하랑이가 어떤 느낌일지 와닿으실 거 같아요.


살림을 잘하싶은 주부가 있습니다. 30년 경력의 프로 주부인 시어머니나 친정어머니가 오셔서 네가 잘하고 싶어 하니 비법을 전수하시겠다면서 "얘야, 오늘은 요리도 하고 청소도 하고 세탁도 하고 재테크 책도 읽어야 하지? 뭐부터 할 거니? 아니다 요리부터 해라. 머리도 묶고 앞치마 둘러야지. 아니 파기름 낼 건데 파부터 썰어야지 냉장고 앞에서 꾸물거리고 있니? 속도로 해서 이따가 청소는 있겠니? 콩나물국 간을 못 맞추는구나. 10분 후에 다시 간 보러 올 테니 완벽하게 맞춰봐. 내가 살림꾼들 책을 읽어보니깐 머릿속에 할지를 순서를 탁탁 정해서 빠르게 움직인다더라. 너도 그렇게 해봐. 내가 나 좋자고 이런 이야기하겠니? 다 널 위해서 하는 말이야."라고 하십니다. 느낌 오시나요?


우리 부모들이 자식들이 알아서 하도록 놓아주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직 서투른 아이를 믿고 기다리기가 힘듭니다. '자기주도학습'이 중요하다고 하니 아이에게 맡겨보고도 싶지만, 도무지 아이가 믿음직스럽지 못하지요. 자기주도학습이 이루어지려면 아이는 공부를 하겠다고 스스로 '선택'해야 하고 어떤 공부를 계획할 '권한'을 쥐어야 하며 시행착오를 통해 계획과 실행을 수정할 '기회'가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그걸 기다리기에 우리의 입시는 시간이 너무 없습니다. 스무 살에 꼭 대학을 가야 하는 암묵적 분위기가 사회 전반에 있는 탓이겠지요. 스무 살에 대학을 가려면 남은 시간을 역산했을 때 지금 무얼 하고 무얼 끝내야 하는지가 우리 부모는 바로 계산이 됩니다. 그러다 보니 아이의 시행착오를 너그럽게 바라보고 있을 용기도 여유도 생기지가 않지요.  


아래 허준이 교수님의 말씀을 한번 새겨볼 필요가 있는 지점일 듯합니다. 돌아돌아 가는 것이 지금은 쓸데없는 시간낭비처럼 보이지만. 그 굽은 길에서 자신의 적성을 찾을 수도 있고 소중한 깨달음을 얻을 수도 있고 귀한 인연을 만날 수도 있으니깐요.

KBS1 통합뉴스룸 2022.7.8


스무 살에 끝나는 입시를 위한 공부보다 더 중요한 공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옛날엔 어쩌면 스물네다섯까지의 공부로 평생직장을 얻을 수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제는 직장뿐만 아니라 직업도 바꿔가며 살아야 할지도 모르는 우리 아이들에게 공부와 배움은 평생 해야 할 일입니다. 어쩌면 '자기주도학습'은 공부를 효율적으로 하고 사교육비를 줄이는 효과도 있지만 '자기 주도적인 인생'을 위해 더 중요한 것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아이의 긴 인생을 내다보며 '주도적'이고 '주체적'인 삶을 응원하는 것도 어쩌면 부모만 가능할 겁니다. 좀 더 멀리 보며 아이들을 지지해 줘야겠어요. 대부분의 아이는 엄마의 교육열을 에너지로 쓰지 않지요. 아이가 뜨거워 괴롭다고 느낄 정도로 엄마의 교육열을 올렸다가 욕심만큼 따라와 주지 않는다고 지쳐서 화가 난 어느 날 '다 때려치워! 공부 집어치워!' 하는 것은 아이가 적응하기 힘든 온도차가 될지도 모르겠어요. 차가운 무관심은 아니지만 델 것 같은 뜨거움도 아닌 따뜻한 온도를 조절해 봅니다.

       

이전 01화 수학울렁증 중3을 구하시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