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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언제라도봄 Dec 05. 2024

영유 보낼까 말까 고민이시라고요?

유치원이 고민될 때 생각해 볼 것들

[궁금해요 게시판]

작성자: 팔랑귀핑    작성일: 2024.12.04


영유 고민으로 머리가 터질 것 같습니다. 영어 너무 중요한 거 저도 잘 아는데 주변 이야기들이 너무도 달라서 헷갈리네요.
아이를 영유에 보내는 친구네를 만났어요. 강남 쪽에서도 들어가기 힘든 영유를 졸업하고 대치 빅 3의 7세 고시도 통과했다는데 놀이터에서 놀면서도 영유 다니는 아이들과는 솰라솰라 영어로 이야기하고, 발음부터가 장난 아니더라고요. 그간 별 생각이 없었는데 갑자기 나도 보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친구에게 물으니 원비가 꽤나 부담스러웠지만 너무 만족한다면서 아이가 읽는 중인 영어책을 보여주는데 도무지 곧 학교 들어갈 아이의 수준이라고는 믿기지 않았어요. 그 친구도 영어 못하는 거 제가 뻔히 알아서 이렇게 어려운데 숙제는 누가 봐주냐니깐 힘들어할 때 잠깐씩 숙제를 위한 과외도 했다 하고 그 친구네 동네엔 영유부터 초등영어학원의 영어 숙제를 봐주는 공부방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게다가 여행 가서도 외국 사람이 말 걸어도 쫄지 않는 사람은 친구네 가족(그래봐야 남편이랑 얘랑 셋인 가족이지만)중에서 아이뿐이라면서 정말 만족도 높다며 저한테도 꼭 영유를 보내라고 합니다. 유치원생이면 아직 아기인데 영어는 무슨!이라고 생각했던 스스로가 세상물정 몰랐다 싶어서 재작년에 영유 보낸다던 사촌언니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근데 그 언니는 얘가 너무 스트레스받아서 틱이 왔고 바로 일반유치원으로 옮기고 너무 행복하게 잘 지낸다며 보내지 말라는 거예요. 소아정신과는 영유가 먹여 살린다고도 하고요.
양 끝단에 있는 두 사람이야기를 들으니 더더 헷갈려졌어요. 열심히 검색하기 시작했는데 들으면 들을수록 양쪽의 말이 다 일리 있게 들립니다. 다 맞는 말 같으니 결정도 못하고 이리 머리가 아픈 듯해요.
- 수학은 어린이 때 미리(선행) 할 수 있는 한계가 있지만 언어는 미리 할 수 있다.
- 영어를 빨리 끝내야 초등 고학년, 중등부터 수학에 전념할 수 있다. 초6에 수능 영어 1등급 완성하자.
- 언어습득은 빠를수록 좋다. 나이 들어서 하면 학습이 되지만 어린아이들은 모국어처럼 습득을 하게 된다. 훨씬 효율적이고 고통스럽지 않게 영어를 배울 수 있다.
- 일반유치원보다 영어유치원이 교사당 학생수가 훨씬 적어서 훨씬 세심한 케어가 가능하다.
- 영유는 유치원이 아니다. 학원이다. 그래서 관리가 허술할 위험이 있다. 실제 그런 예들이 있었다.
- 영유 나온 애들이랑 일유 나온 애들 초등 고학년이나 중등 되면 다 같은 레벨에서 만난다.
- 영어보다 정서적 안정이 중요하고 인성과 기초생활습관을 들이는 게 중요하다.



안녕하세요? 소심한 오지랖퍼 언제라도봄입니다.

저는 대학에서는 영어교육을 전공한 덕분에 저에게 영어유치원과 영어교육에 관해 질문하는 지인들이 종종 있어서 저도 함께 생각해본 문제라 오지랖을 부려봅니다. 저희 아이들이 유치원에 들어가야 할 때 저는 꽤나 소신이 있어서 이렇게 여러 의견을 들어보며 고민하지도 않고 둘 다 보내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영유를 반대하는 건 아닙니다. 그러므로 보내라, 마라의 조언은 드리지 않아요. 정답은 없으니깐요. 다만, 어떠한 점들을 고려했었는지를 말씀드리면 '팔랑귀핑'님의 상황과 가치관에 따라 결정하시는 데에 참고가 될까 싶어 끼적여 봅니다.


우선, 영어유치원(이하 영유)은 다른 것을 고민하기 전에 반드시 첫 번째 기준을 말씀드리고 시작하고 싶어요. 아무리 싼 영유라고 해도 일반유치원(이하 일유)보다는 2배 이상 비싼 걸로 알고 있습니다. 5세부터 3년간 보내면 1억이 든다는 영유도 있다고 들었는데 비용면에서 가정경제에 전혀 타격을 미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좋은 교육도 부모가 빚을 져야 한다거나 노후를 갉아먹어야 한다면 안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요? 어쩌면 이 부분도 가치관이나 소신이 다를 수도 있지만, 부모의 미래를 불안하게 만들면서까지 보낼 만큼 영유가 가치가 있는지는 저는 확신이 없습니다.


비용문제가 패스되었다면 하나씩 생각해 보아요. 위에 언급하신 영유 찬성 이유와 영유 반대 이유는 모두 다 틀린 말이면서 또 모두 맞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아이에겐 맞는 말이고 또 어떤 아이에겐 틀린 말일테니까요. 육아와 교육에 관련된 결정을 할 때 엄마가 고민이 큰 이유는 한 아이를 데리고 두 가지 길을 가볼 수 없다는 점이에요. 인생에 하나의 '정답'이 없는 이유는 주인공이 다 달라서이듯 육아와 교육도 아이들이 다 다르고 아이와 부모의 궁합도 다 달라서 그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영어유치원을 다니면서 스트레스를 받는 아이도 있지만 일반 유치원을 다니면서, 혹은 유치원을 다니지 않아도 스트레스로 어려움을 겪는 아이도 있을 수 있고요. 운동능력이 아이마다 다르듯이 수학적 역량도 언어적 능력도 아이마다 달라서 어떤 아이는 조기 노출의 득을 많이 보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어떤 아이는 외려 힘들어하는 경우도 있지요. 영어를 끝낸다는 것은 틀린 말이지만, 영어를 어느 레벨에 올려놓으면 중고등 때 영어에 대한 부담이 확실히 줄어드는 경우도 드물지만 없지는 않습니다. 언어를 '학습'하는 것보다 '습득'하는 것이 훨씬 좋다는 것은 맞는 말이지만 꼭 영유를 다녀야먄 '습득'이 가능한 것은 아니고요. 초등 고학년이나 중등에 학교시험이나 입시를 위한 영어를 시작하면서 학원에서 만나기도 하지만 영유를 보내는 분들이 대부분 입시나 학교성적을 목표로 하지는 않는 것도 맞습니다. 영유를 보내보고 만족하는 분도 계시고 후회하는 분도 계시듯 영유를 보내지 않아서 좋았다고 생각하는 분도 계시고 후회하는 분도 계실 거예요.


'선택'은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버릴지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영어유치원과 일반유치원은 확실한 특징이 있습니다. 영어 유치원을 보낼 때 얻게 될 것과 잃을 것을 생각해 보고, 보내지 않을 때 얻는 것과 잃을 것을 생각해 보고 나에게 무엇이 더 중요한지 생각해 보세요. 내 아이는 절대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또 영어를 못하는 것은 못 보겠다 하는 것은 다 가지겠다는 '욕심'인 것입니다. 그 욕심이 불안해지는 원인이 되지요. 더불어 아이를 살펴 아이의 성향이나 성격에 어떤 곳이 더 잘 맞을지도 꼭 고려해 봐야 할 듯합니다.


저희 아이들은 유치원을 갈 나 이즘에 쫑알쫑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을 너무도 즐거워했어요. 영어 노래나 영어 영상을 보는 것을 전혀 즐기지 않았고 무슨 말인지 몰라 답답해하더라고요. 종종 리드미컬한 영어 억양 때문에 영어소리 자체를 좋아하는 아이도 있고 또 새로운 말을 배우는 것 자체가 즐거운 아이도 있는데 저희 집 아이들은 둘 다 그때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둘 중 하나라도 그랬다면 저 또한 다른 선택을 했을지도 모르겠어요. 우리 아이는 영어 유치원에 보내면 적응기간 동안은 적잖이 스트레스를 받겠구나 싶었고 이제 한참 재미 들린 우리말 듣고 말하기의 즐거움을 누리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영어'라는 떡을 내려놓은 겁니다. 그러나 제 친구 중에는 유치원에서 몇 달만 적응하면 그 이후에 계속 영어 자신감을 가지고 학교에 다니고, 또 언제든 영어를 쌓을 수 있는 기반을 닦는 것이니 유치원 적응기간은 감수하겠다고 생각했다더라고요. 그 또한 멋진 소신이라 생각합니다.


또 저는 1부터 10을 우리말로도 알고 영어로도 아는 것보다 10 다음은 무엇이 있을까 궁금해하고 그 안의 숫자들로 여러 상상을 해보는 것도 값진 경험이라 생각했습니다. 영유를 다니면 숙제도 해야 하고, 우리말이나 다른 것이 부족할까 또 학원이나 학습지를 알아보거나 엄마가 신경을 써서 챙겨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어서 저는 학교 가기 전이라도 더디 가는 하루하루를 선사해주고 싶었습니다. 영어 유치원을 가지 않을 때 잃는 것은 '영어'하나라는 것이 명확해 보였고 영어 유치원을 가서 잃게 될 것은 정확히 가늠이 되지 않아서 영어를 내려놓았어요. 초등학교 입학 후에 영유 나온 친구들보다 영어를 못하는 것을 속상해할 수도 있지만 어릴 적 스트레스 덜 받았다면 그 정도 속상함은 초등 때 겪어도 괜찮다고 저는 판단했습니다.


지금 중2, 초5가 된 아이들. 나름 공부에 욕심이 있는 아이들이지만 다시 돌아가도 영유는 안 가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영유를 다녔던 제 친구의 딸들은 다시 돌아가도 영유를 다니겠다고 한다고 해요. 또 지인 한 명은 큰 아들은 영유를 안 보냈는데도 꽤 잘해서 보냈으면 더 잘했겠다 싶어 아쉬움에 둘째는 영유를 보냈는데 안 다녔던 형만도 못해서 '아이 나름'이라는 결론을 내리더라고요. 그러니 불안은 잠시 내려놓고 차분히 생각하셔서 선택하시고 선택 후에는 흔들리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제가 아이들을 영유에 보내지 않았기에 제 글이 조금 치우쳐 있을까 걱정스럽긴 합니다. 그때 제가 조금 다른 생각으로 영유를 보냈다고 하더라도 나름대로 만족하면서 보냈을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래서 영유를 보내시는 분들도 일유를 보내시는 분들도 그 모든 선택을 지지합니다. 외려 제가 경계하는 것은 영유의 일부 소수의 안 좋은 사례를 보고 영유를 선택한 부모를 비난하거나, 영유가 답이라며 일반유치원을 보내는 것을 깎아내리는 경우예요. '모든 아이에게 통하는 절대비법'은 엄마의 사랑 말고는 없지 않을까요? 그러니 그런 자극적인 말들에 휘둘리지 마시고 가장 팔랑귀핑님 다운 선택을 하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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