앎과 이해 그리고 인정
'투유 프로젝트 - 슈가맨'은 대한민국 가요계에 한 시대를 풍미했다가 사라진 가수(슈가맨)를 찾아 소개하는 TV 프로그램입니다. 유재석과 유희열이 팀을 나눠 대결하는 형식으로 제작됐습니다. 매회 슈가맨 두 명(팀)과 슈가맨의 곡을 편곡할 프로듀서와 이를 부를 가수 쇼맨 두 명(팀)이 출연합니다.
고등, 대학생 시절 듣던 노래를 듣게 되면 20년도 더 지나 잊고 있던 지난 추억이 떠오릅니다. 또한, 최근 방송에서 볼 수 없었던 슈가맨의 반가운 얼굴에서 세월의 흔적을 느낍니다. 시즌 4가 제작되어 반가운 슈가맨들을 봤으면 합니다.
'투유 프로젝트 - 슈가맨'의 백미는 10대, 20대, 30대와 40대로 구성된 100명의 방청객 중 슈가맨의 노래를 아는 사람이 몇 명인지 보는 것입니다. 일명 '몇 불(light)'이 들어왔는지를 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10대와 20대는 잘 모르는 노래는 상대적으로 적게 불이 들어오고, 연령대와 상관없이 지금도 전 국민이 아는 노래는 100불이 켜집니다.
슈가맨의 노래가 끝나고 나면 방청객 인터뷰가 진행됩니다. 슈가맨과 슈가맨의 노래에 대한 추억을 밝히는 방청객도 있고, 슈가맨의 노래 한 구절을 부르는 방청객도 있습니다. 인터뷰 후 본격적인 토크가 시작됩니다. 슈가맨의 과거 이야기와 최근 근황에 관한 것들입니다.
토크가 끝나면 각 팀의 쇼맨이 프로듀서가 편곡한 슈가맨의 노래를 부릅니다. 그리고 방청객 100명이 더 좋다고 생각한 노래에 투표합니다. 투표 후 세대별로 순차적으로 투표수를 공개합니다. 이때 세대별로 승패가 다를 경우가 많았습니다. 10대의 지지를 받는 팀의 노래가 40대의 지지는 못 받거나 반대인 경우들입니다.
'투유 프로젝트 - 슈가맨'을 보면서 떠오른 두 단어가 있습니다. 그것은 '인정'과 '이해'입니다.
'투유 프로젝트 - 슈가맨'은 주로 30, 40대의 추억이 깃든 노래를 10, 20대와 공유하는 시간이 됩니다. 10대들이 태어나기도 전에 발표된 노래가 10대들에게 알려지고, 어떤 노래는 역주행하기도 했습니다. '옛날 노래인데 10대들이 어떻게 이 노래를 알지?'하고 놀랄 때도 있습니다. 이 경우 10대들의 부모님이 그 노래를 좋아해서 그 자녀인 10대도 알게 되는 경우가 꽤 많았습니다.
슈가맨이 노래를 부르며 등장할 때 그 노래를 아는 방청객도 있고 모르는 방청객도 있습니다. 하지만 프로그램이 끝날 때는 모든 방청객이 슈가맨과 슈가맨의 노래를 알게 됩니다. 슈가맨이 어떤 사람인지, 그가 얼마나 유명했었는지, 그의 노래가 얼마나 사랑받았는지, 지금은 왜 방송에서 볼 수 없게 됐는지, 지금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게 됩니다.
방송 이전 슈가맨과 그의 노래를 알지 못했던 방청객에게 슈가맨과 그의 노래는 그 방청객과 상관없는 사람이자 노래였습니다. '투유 프로젝트 - 슈가맨'을 통해 그 슈가맨과 노래를 알게 되면, 방청객에게 그 슈가맨과 노래는 정도는 다르지만 나름의 의미를 갖게 됩니다.
'투유 프로젝트 - 슈가맨'을 통해 10대 방청객은 슈가맨과 그의 노래뿐만 아니라 더 중요한 것을 알게 됩니다. 그들의 부모님이 왜 그 노래를 좋아했는지를 알게 되는 것입니다.
슈가맨의 노래는 과거의 노래입니다. 30년이 더 된 노래도 있었습니다. 10대에게는 완전 옛날 노래입니다. 그 노래는 10대에게 촌스러운 음악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비트가 재미없고, 가사에 공감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왜 부모님이 촌스럽고 낡은 음악을 좋아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저 또한 부모님이 즐겨 듣던 노래가 좋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대세가 된 트로트가 당시 한없이 촌스러워 보였습니다. 부모님도 제가 듣던 노래를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나훈아나 심수봉과 같은 가수에 비해 노래를 못한다고까지 하셨습니다.
'투유 프로젝트 - 슈가맨'은 세대 간 다른 취향을 이해하거나 인정하는 계기를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이해와 인정은 다릅니다. 이해는 남의 사정을 잘 헤아려 너그러이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이는 내가 상대보다 우위에 있다는 걸 전제합니다. 너그럽거나 너그럽지 않을 수 있다는 건 나를 중심으로 생각한다는 의미입니다. 내가 너그러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것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안다고 이해하는 건 아닙니다. '투유 프로젝트 - 슈가맨'을 통해 왜 부모님이 이 노래를 좋아했는지 알게 돼도 어떤 10대는 여전히 그 노래가 좋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여전히 가사에 공감 가지 않을 수 있고, 쇼맨이 편곡해 부른 노래 또한 자신의 취향이 아닐 수 있습니다. 이때, 부모님이 왜 그 노래를 좋아했는지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상대가 어떤 언행을 했을 때 왜 그 언행을 했는지 알더라도 그 사람의 행동이나 말이 이해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나의 기준에 부합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상대가 이해되지 않을 때 실수할 수 있습니다. 상대를 잘못 평가하거나 상대를 바꾸려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녀가 부모를 이상한 옛날 노래를 듣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부모와 노래 관련 이야기는 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아이가 듣는 노래가 이해되지 않는다며 이상한 노래를 듣지 말라고 하는 부모님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해가 내 중심이라면 이해는 상대방 중심입니다. 인정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이 본래 가지고 있는 감정이나 심정입니다. 본래 그렇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부모님이 즐겨 듣는 음악이 좋지 않더라도 부모님 세대에서는 이런 류의 음악을 좋아했구나라고 생각하면 그뿐입니다. 자녀들이 좋아하는 음악이 이상하게 들리더라도 요즘 아이들은 이런 음악을 좋아하는구나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인정하면 상대를 잘못 평가하거나 바꾸려는 실수를 면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상대의 감정이나 성향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상대가 아닌 나를 바꾸게 됩니다. 다른 사람은 나와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고 인정하면 내 생각에 잘못된 건 없는지 살필 수 있게 됩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는 걸 인정하면 나 역시 다양하고 폭넓은 기준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지식이나 노하우를 배우는 데도 편견이 끼어들 틈이 없게 됩니다.
'투유 프로젝트 - 슈가맨'은 슈가맨과 슈가맨의 노래를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에게 소개했습니다. 슈가맨과 그의 노래를 알리고 그 시대 그 노래가 왜 인기가 있었는지 말했습니다. 나아가 10대는 슈가맨의 노래로 40대는 쇼맨의 노래로 서로의 취향을 알게 됩니다.
앎은 이해나 인정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이해도 중요하지만, 이해하지 못할 때 할 수 있는 실수를 하지 않게 조심해야 합니다. 서로의 취향을 인정해주는 멋진 모습이 필요합니다.
내 기준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생각하면 좁은 시야에서 인생을 살게 됩니다. 사람들의 기준에는 이유가 있고 그럴 수도 있다는 인정이 내 생각과 시야를 넓혀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