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퀴즈 온 더 블럭: 목적

목적과 목표 그리고 천직

by Julian

'유 퀴즈 온 더 블럭'이 처음 방영되었을 때는 다소 생소했습니다. 유재석, 조세호 두 명이 길거리를 돌아다니다가 마주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눕니다. 각 인터뷰는 퀴즈로 후 상금 혹은 상품을 전달하며 끝납니다. 우연히 만난 사람들과의 다양한 대화는 재미와 감동을 주었습니다.


코로나 확산 이후 방역 문제로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포맷을 변경했습니다. 지금은 특정 주제를 가지고 그 주제에 맞는 사람들을 섭외해 실내에서 대화를 나눕니다. 우연성이라는 매력은 감소했지만, 주제 전달력은 향상됐습니다.


2021년 10월 20일 기준 127회 방영된 '유 퀴즈 온 더 블럭'에는 많은 사람이 출연했습니다. 출연자마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냈고 그 주제들도 다양했습니다. 수많은 출연자 중에 기억에 남는 출연자들이 있습니다.


언젠가부터 도로에 분홍색과 연한 녹색, 녹색의 방향 표시 일명 노면 색깔 유도선이 생겼습니다. 그 덕에 교차로, 인터체인지, 분기점에서 길을 헷갈리지 않게 됐습니다. 이 노면 색깔 유도선은 도로공사의 '윤석덕' 자기님이 만들었습니다.


'윤석덕' 자기님은 '유 퀴즈 온 더 블럭' 69회에 출연해, 노면 색깔 유도선을 만들게 된 이유를 들려줬습니다. 군포지사 발령 후 안산 분기점에서 교통 사망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에 지사장은 초등학생도 쉽게 길을 찾을 수 있게 만들라고 지시를 했습니다.


초등학생도 쉽게 길을 찾을 수 있게 만들라는 지시를 듣고 고민하던 차에 눈에 들어온 게 있었습니다. 물감과 크레파스로 그림을 그리는 자녀들이었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자녀들의 모습을 보고 '도로에 색칠하자'라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자녀의 모습을 본 것은 처음이 아니었을 겁니다. 그전에도 봤지만, 도로에 색깔을 칠하자는 생각은 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초등학생도 쉽게 길을 찾는 방법 만들기'라는 목적이 생기자 자녀들의 그림 그리는 모습은 다르게 보였습니다.


자녀들의 모습에서 아이디어를 찾았지만, 그 실행 과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당시 노면 색깔 유도선은 도로교통법상 불법이었습니다. 도로에는 흰색, 노란색, 청색, 적색만 칠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었습니다. 법을 바꾸려면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법을 어기면 처벌받을 수 있으니 포기하라는 만류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윤석덕' 자기님은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분들을 생각하니 포기할 수 없었다고 말합니다. 도로 보수 등의 작업 시 도로를 통제하기 위해 사용되는 분홍색과 초록색을 생각해냈습니다. 두 색은 경찰청의 '교통 제한 승인' 시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법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빠르게 실험하기 위해 다른 법을 적용한 것입니다. 새로운 방법을 찾은 것입니다.


목적이 생기면 평소 보던 것도 다르게 보일 수 있습니다. 또한, 강한 목적의식은 난관에도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방법을 찾게 만듭니다.

09 유 퀴즈 02.png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김선태, 심은이, 윤석덕, 김찬석 자기님 <이미지 출처 : tvN>

공공기관 공식 유튜브 채널 중 유명한 것 중 하나는 '충 TV'입니다. '충 TV'는 B급 감성으로 가득합니다. 공공기관들의 딱딱한 홍보 방식을 깨고 자유롭고 재미있는 홍보 방식으로 만들어 구독자들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충 TV'의 변화는 '유 퀴즈 온 더 블럭' 73회에 출연한 '김선태' 자기님 때문입니다.


'김선태' 자기님이 처음 맡은 홍보 매체는 페이스북이었습니다. 페이스북 콘텐츠 또한 B급 감성으로 만들었습니다. 상사들은 '김선태' 자기님이 만든 B급 포스터를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컨펌을 받으면 B급 포스터를 올릴 수 없어 상사 컨펌 없이 몰래 올렸습니다. 업로드 다음 날 상사에게 혼났고 사전 보고 후 게시하라는 지시도 받았습니다. 이후 그는 상사에게 카카오톡으로 작업물을 보낸 뒤 상사가 확인도 하기 전에 페이스북에 게시했습니다.


상사의 지시와 반하는 행동을 하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김선태' 자기님은 상사들의 반대에도 계속해서 B급 감성의 콘텐츠를 만들고 게시했습니다.


그는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그렇게 한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너무 길이 명확했어요. 이쪽으로 가면 조회 수도 잘 나오고 성공을 해요' 하지만 (반대쪽으로) 가면 조회 수가 전혀 안 나와요.'


그는 공공기관 홍보 채널 성공의 기준을 예쁜 콘텐츠가 아닌 조회 수로 판단했습니다. 많은 시민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게 홍보 채널의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김선태' 자기님은 홍보 채널의 목적에 맞춰 조회 수를 높이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목적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행동이 달라집니다. 만약, '김선태' 자기님이 상사들에게 잘 보이는 것을 목적에 두었다면 더 예쁘고 더 퀄리티 있는 콘텐츠를 만들려고 노력했을 겁니다. 하지만, 그는 목적을 홍보 채널의 존재 이유에 뒀습니다. 홍보 채널은 많은 사람에게 정보를 잘 전달해야 한다는 단순하고도 명확한 목적에 맞는 목표를 세우고 행동했습니다.


상사의 지시보다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고객에게 시선을 돌렸습니다. 그리고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고민했습니다. 그 결과 '충 TV'만의 B급 콘텐츠가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충 TV는 20만 구독자를 확보하게 됐습니다.

남들과 조금은 다르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유 퀴즈 온 더 블록' 76회에 소개된 '김찬석' 자기님은 신문사 국장으로 은퇴했습니다. '김찬석' 자기님은 은퇴 후 남을 위해 살고 싶다는 생각을 어 사회복지사가 되기로 했습니다.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딴 후 60군데에 이력서를 냈지만 떨어졌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나이가 아닌 시험 성적으로만 평가하는 사회복지 공무원이 되기로 합니다. 그리고 사회복지 공무원이 됐습니다.


'김찬석' 자기님은 인터뷰 말미에 '아침에 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행복하다'라고 말합니다. 미소 지으며 말하는 그의 얼굴은 세상 누구보다 아름다웠습니다. 일의 목적을 찾으면 내가 하는 일에 의미가 부여됩니다. 그리고 일에 의미가 부여되면 일 자체가 행복이 됩니다.


'유 퀴즈 온 더 블록' 68회에 소개된 '심은이' 자기님은 장례지도사입니다. 장례지도사로 일하면서 겪은 이야기와 남편의 임종을 겪으며 깨닫게 된 내용이 가슴을 찡하게 했습니다.


'심은이' 자기님의 남편은 2년 반 정도 투병 생활을 했습니다. 남편의 죽음을 경험하니 자신이 그동안 유족들에게 했던 위로들이 정말 힘이 됐을지 자신이 없었습니다. 남편의 죽음으로 유가족들의 마음을 오롯이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심은이 자기님은 간호조무사로 일하다 신문에서 '장례지도학과' 광고를 보고 장례지도사 길에 접어들었다고 합니다. '심은이' 자기님은 장례지도사가 자신의 천직이라 말합니다. 한 사람의 마지막을 배웅한다는 생각이 들어 장례지도사 일이 좋다 했습니다.



09 유 퀴즈 03.png 엔절라 더크워스 '그릿'


엔절라 더크워스가 지은 그릿(GRIT)에 천직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천직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지 않는다. '어떤 직업도 생업에서 직업, 천직이 될 수 있다. 천직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라 본인의 믿음이 중요하다'


천직은 주어진 게 아니라 지금 하는 일에 목적과 의미를 부여하면 천직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일하는데 목적이나 목표가 꼭 필요한 건 아닙니다. '유 퀴즈 온 더 블록' 71회에서 수능 만점자 '민준홍' 자기님이 출연했습니다. 그는 유재석에게 국민 최고의 MC가 되셨는데 목표 달성 후 다음 목표는 어떻게 설정했는지, 목표를 향해가는 원동력은 무엇인지 물어봤습니다.


유재석의 답변이 의외였습니다.

'따로 개인적인 목표나 계획을 세우는 스타일이 아니다. 어디까지 가야 한다는 목표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어떤 사람이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목표를 주면 너무너무 싫지만, 그럼에도 맡겨지면 해내야 하는 성격이다.'


목적의식은 남들과 다른 목표를 세우게 합니다. 그리고 강한 목적의식은 나를 행동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지금 일의 목적이나 목표가 없다고 불안해할 필요도 없습니다. 지금 맡겨진 일에 최선을 다하다 보면 일의 목적이 자연스럽게 생기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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