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빛이 가득한 맑은 하늘에서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도 하고, 10초도 안되어서 옷이 다 젖을 정도로 엄청난 폭우가 쏟아지기도 했는데요. 그런 어느 날이었어요. 출근길에 우산을 챙길까 말까 고민하다가 조그마한 우산하나를 가방에 쑤셔 넣고 집을 나섰습니다.
'아 뭐야, 비 안 오네? 우산 괜히 가져왔다. 짐만 되겠어'라고 생각하며 마을버스를 타고, 동네를 벗어나고 있었어요. 그런데 마을버스를 내리려 순간 비가 우수수수- 떨어지는 거예요.
'엇? 이렇게 갑자기 비가 온다고? 그것도 많이?'
저는 마을버스를 내려서 300m 정도 다시 걸어가야 서울로 가는 좌석버스를 탈 수 있거든요. 마을버스를 내려서 좌석버스 정류장으로 걸어가려는데, 제 앞에 내린 분이 우산이 없는지 그냥 걸어가시는 거예요. 제가 가야 하는 방향과 같은 방향으로요.
우산 같이.. 스...
'어, 엇? 엇, 우... 우산......'
제 마음속에서는 '엇, 우산 없으신가요? 저쪽 버스정류장 가시는 거예요? 같이 써요'라고 말하고 있었지만, 저는 선뜻 말을 못 걸고, 그분이 빠른 걸음으로 걸으면, 저도 빠른 걸음으로 뒤에서 따라갔습니다. 제가 너무 따라와서 놀라셨는지 힐끔 뒤를 돌아보셨어요.
'엇! 이때가 기회다! 지금 우산 같이 쓰자고 말해야지!'라고 생각했지만 저는 또 용기를 내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그분 뒤를 따라 300m를 걸어 좌석버스 정류장에 도착했습니다. 제가 타는 좌석버스는 쭉- 줄을 서서 타야 하거든요. 이분이 우산이 없으니까 줄을 못 서고, 신호등에 설치되어 있는 햇빛 가림막 아래에 서계신 거예요.
'지금이라도 뒤를 돌아서 같이 쓰자고 말해야지.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를 때라고 했으니까. 지금이라도!' 하지만 전 끝내 뒤를 돌지 못했습니다.
왜 저는 용기를 내지 못했을까요?
같이 쓰자고 했는데 거절당할까 봐 겁이 났을까요? 어릴 적 학교 끝나고 비가 올 때면 옆자리 친구에게 우산 같이 쓰고 가자고 잘 얘기했던 것 같은데, 왜 어른이 될수록 우린 더 소심해지는 걸까요? 같은 아파트에서 같은 마을버스를 타고 같은 좌석버스를 타는 여행메이트에게 우산 같이 쓰자고 말 한번 건네지 못한 저의 사회성을 의심하며 오늘도 출근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