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먼저 존중하겠습니다
각박한 회사로 출근하는 길
'회사는 누군가 등에 칼을 꽂아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곳이다.' 사회초년생 때, 어떤 어른에게 들은 얘기입니다. '어떻게 등에 칼을 꽂지? 회사 동료면 다 소중한 친구 아닌가?'라고 생각하며 흘러들었지만, 회사를 다니며 그 말에 담긴 의미를 조금은 알 것 같았어요. 같이 일하는 동료지만 어쨌든 그 안에서 성과를 잘 받아야 하고, 성과가 쌓여서 회사에서의 나의 수명을 결정하고, 성과 앞에서 우리의 우정은 흔들릴 수밖에 없는 곳이 회사라는 걸요.
오늘도 어김없이 그런 회사를 향해 출근길에 올랐습니다. 각박한 회사로 출근하는 제 발걸음은 무거웠지만, 버스는 그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버스전용차선을 타고 달렸고, 평소보다 일찍 서울에 진입했습니다. 이대로 출근하기는 아쉬워서 회사 주변을 돌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어요. 차분하게 주변을 돌아보니 건물 앞을 청소하시는 분, 음식점 앞에 식재료를 배송하시는 분 등 다양한 아침 풍경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저는 한쪽에서 오래된 건물의 샤시를 교체하는 작업자 두 분에게 시선을, 아니 마음을 빼앗겼습니다.
서로 존중하며 일한다는 것
두 분은 원통 형태의 긴 스펀지를 딱 반으로 잘라서 샤시 테두리에 하나씩 붙이는 작업을 하고 계셨어요. 한 명은 끝에서 긴 스펀지를 당겨주고, 다른 한 명은 칼을 들고 쓱 밀어주면 원통 스펀지가 절반으로 나뉘었죠. 어찌나 궁합이 잘 맞던지 속도가 엄청 빨랐어요. 멍하니 두 분이 일하는 모습을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엇!'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아이고야'
다치셨나 하고 돌아보니, 칼이 빗겨나가서 스펀지가 절반이 아닌 이상한 모양으로 잘린 상황이었죠. 이때 스펀지를 당겨주는 분이 한마디를 건넸습니다.
'제가 너무 빨리 당겼네요. 죄송해요'
그리고 칼로 스펀지를 자르던 분이 답례를 건넸습니다.
'아니야, 내가 칼을 잠깐 놓쳤어. 미안해'
이 짧은 상황과 이 짧은 대화에서 평소 두 분이 얼마나 서로를 존중하며 일하셨는지, 그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두 분은 '그렇게 빨리 당기면 어떻게 해. 좀 천천히 당겨', '칼을 놓치면 어떻게 해. 잘 좀 잡아'라고 말하지 않았어요.
상대방을 탓하지 않고 서로 내 잘못이었다고 먼저 말했죠
나는 어떤 동료인가?
지금 출근하는 이 회사에서, 나는 일할 때 팀장님을 얼마나 존중하며 일했는지, 신입사원을 얼마나 존중하며 일했는지 돌아봤습니다. 우리 팀장님은 왜 저러지, 신입사원은 왜 저러지?라고 생각하지 않았나 말이죠.
각박한 회사라는 단어, 누군가의 등에 칼을 꽂아야만 내가 살아남을 수 있다는 말. 그런 단어와 말을 만든 건 나 자신이 아닐까요? 내가 먼저 동료를 배려하며 일한다면 출근하고 싶은 회사, 같이 일하고 싶은 동료가 되지 않을까요? 오늘도 힘내서 즐겁게 일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