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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데이 Nov 01. 2024

지하철 자리 양보에 대한 1초의 고민

배려의 기본이란

지하철에서 자리를 양보할 것인가, 계속 앉아있을 것인가!

이 문제에 대한 당신의 반응속도는 몇 초인가요?


서울 중심부에서 경기 남부로의 출퇴근 길, 이틀에 한 번 꼴로 저는 답이 정해져 있는 문제에 대해 1초간의 고민에 빠집니다. 문제에 대한 답은 당연히 '지하철에서 자리를 양보해야 할 분이 계시면 양보한다'라는 걸 알고 있지만 제 몸이 반응하기까지는 1초가 필요하죠.


오늘도 전 고민의 순간을 마주했습니다.

저는 아직 아이가 없어서인지 아이보다는 어르신에 대한 반응속도가 더 빨라요. 할머니, 할아버지가 보이면 반응속도가 1초 정도인데, 유치원생 등 아이들에 대해선 반응속도가 3초쯤으로 늘어나죠. 오늘은 지하철에서 예쁜 아이가 제 앞에 섰습니다. 마음은 바로 자리를 양보하려고 했는데 제 엉덩이가 움직이지 않았어요. 그런 날 있잖아요. 진짜 앉고 싶은 날. 하지만 10초, 20초 시간이 지날수록 앉아있는 제 마음이 더 불편해졌어요. '안 되겠다. 일어나야지!' 하는 순간 옆자리 다른 분이 예쁜 아이에게 자리를 양보하셨습니다. 고민했던 제 마음이 너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죠.


조금씩만 배려하면 펼쳐지는 세상

집에 돌아가서 부모님께 오늘의 제 모습을 털어놓았습니다.

'아빠, 지하철에서 어르신이나 아이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게 맞다는 건 아는데 가끔 고민에 빠질 때가 있어. 나도 힘든 날일 때 있잖아'

'그렇지, 물론 너도 힘든 날일 때가 있지. 그런데 지금 아빠한테 이 얘기를 하는 거 보니, 양보하지 않았을 때 너 마음이 꽤나 불편했나 봐?'

'어, 맞아. 엉덩이를 몇 번 들썩이다가 타이밍을 놓쳤는데 마음이 너무 불편했어'

'경기도에서 서울로 매일 3시간씩 출퇴근하면 너도 힘들지. 그런데 너 저번에 너무 아파서 열 펄펄 나고 속도 안 좋아서 반차 쓰고 집에 온 날 있잖아. 누가 자리 양보해 줬다고 하지 않았어?'

'맞아. 그때 정말 쓰러질 것 같았는데 어떤 분이 괜찮냐고 앉으라고 하셨어. 너무 감사했지. 덕분에 앉자마자 잠들어서 집에서 못 내리고 몇 정거장 더 가서 돌아왔었잖아. 생각해 보니 나는 노약자도, 어린이도 아닌데 양보해 주셨네'

'그래, 세상은 그렇게 조금씩 양보하고 배려하면서 살면 되는 거야. 엄마만 봐도 요즘 계단 왔다 갔다 하는 거 힘들어하시잖아. 어르신들은 지하철에서 잠깐 서있는 것도 굉장히 힘드실 수 있어, 물론 어린아이들도 마찬가지고! 네가 양보한 그 30분의 시간이 누군가에겐 단비와 같은 30분이 될 수도 있어'

'맞아. 나는 지금 30분, 뭐 길어봤자 한 시간 서있는다고 어떻게 안되잖아'


아름다운 세상, 살기 좋은 세상은 멀리 있지 않아.
서로 조금씩만 배려하면 되는 거야!


고민의 시간 1초, 그 1초도 너무 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두에게 힘든 퇴근길, 모두가 편하게 쉬고 싶은 퇴근길이지만, 주위를 한 번 둘러보는 여유를 가져보려고요. 조금씩만 배려하고 양보하면 더 살기 좋은 세상이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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