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블루데이 Nov 22. 2024

같은 상황, 다른 기분

내 행복은 내가 결정하는 것

아침 출근길에서 가장 우울한 때가 언제냐면요.

좌석버스 옆자리에 앉은 분이 덩치가 매우 크거나, 옆사람 생각 안 하고 막 팔과 다리를 쫙 벌리고 있는 사람을 만날 때에요. 덩치가 매우 큰 건 어쩔 수 없지만, 배려 없이 막 자리를 넘어오면 잠도 못 자고 불편하니까요. 귀퉁이에서 쭈그리고 1시간 버스를 타고 오면 내릴 때 괜히 옆사람 한번 째려보고 내린답니다. 


오늘도 출근길에 누군가를 한번 째려보고 버스를 내렸습니다. '오늘 자리 잘못 앉았다. 소중한 나의 아침이여! 안녕' 하면서요. 그래서인지 오늘 하루는 조금 피곤하게 느껴졌죠. 그래도 뭐 어쩌겠어요. 그냥 이렇게 사는 거죠.


퇴근길에 마주한 행운

아침의 뻐근함도 잠시, 하루를 또 열심히 지내고 다시 퇴근시간이 돌아왔습니다. 저는 출근은 좌석버스, 퇴근은 지하철을 이용해요. 버스를 타면 서울 중심부 빠져나가는 데만 오랜 시간이 걸리거든요.


오늘도 어김없이 만원 지하철에 몸을 싣고, 꽉 차있는 사람들 틈을 비집고 들어가 겨우 설만한 자리 하나를 마련했습니다. 자리가 생길 거라는 기대는 아예 하지도 않고 휴대폰을 하며 서있는데, 갑자기! 제 앞에 앉아있는 분이 내리는 거예요.

'와! 이런 럭키한 일이! 여기서 내린다고? 와! 자리다!'

주변에 자리를 양보해야 할 분이 있는지 빠르게 스캔하고 전 자리에 앉았습니다. 하지만 옆자리 여자분이 핸드백을 무릎 위가 아닌 옆자리에 놓고, 휴대폰도 막 양팔을 쫙 벌려서 하고 계셔서 팔도 계속 부딪히고 아무튼 굉장히 불편했습니다. 그런데도 저는 행복했습니다. 생각하지 못했던 자리가 나고, 하필 그게 제 앞자리여서 지금 앉아서 퇴근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저 행복하게 느껴진 거죠. 문득 오늘 아침 출근길이 떠올랐습니다.


왜 아침 좌석버스에서 좁은 자리는 불편하고 짜증 나는데,

왜 저녁 지하철에서 좁은 자리는 그저 감사하고 행복하지?


같은 상황, 다른 기분

분명 자리가 좁고 불편하다는 건 변함없이 똑같은 조건인데, 제 마음이 달랐어요. 저녁 지하철에서의 자리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갑자기 주어진 행운이라고 생각했기에 주변 상황이 어떠하든 기분이 좋았던 거에요.


같은 상황이지만 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서
내 행복감이 결정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인생은 참 상대적인 것 같아요. 같은 상황에서도 내 몸이 받아들이는 행복감이 다르다니, 이왕이면 행복하게 사는게 더 좋잖아요? 인생을 더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방법, 더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은 멀리 있지 않았습니다. 오늘도 그저 주어진 모든 것에 감사하며 살아야겠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