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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데이 Oct 18. 2024

우린 거기까지야

직장 동료와의 관계

나는 반갑지만, 너는 반갑지 않구나

저의 출근길 여정은 이렇게 흘러가요. 마을버스→좌석버스→마을버스 또는 도보로 이동. 좌석버스를 내려서 다시 마을버스로 환승할 때, 시간이 맞으면 타고 가고, 아니면 그냥 걸어가죠. 오늘은 마을버스가 딱 맞춰 오길래 얼른 뛰어가서 탔어요.


왼쪽 두 자리, 오른쪽 두 자리가 있는 마을버스에서 저는 왼쪽에 앉고, 어떤 여자분은 오른쪽에 앉았습니다. 저는 회차지점에서 버스를 타서 아직은 자리가 많이 남아있었어요. 그렇게 버스는 다음 정거장으로 이동하고, 새로운 사람들이 버스에 올라탔어요. 이때, 오른쪽에 앉아있는 여자분이 누군가에게 반갑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했습니다.

'어! 여기서 타는구나. 여기, 여기 앉아!' 

직장 동료로 보이는 분께 본인 옆에 앉으라며 손짓으로 안내까지 해줬지만,

'아, 안녕하세요. 저, 저 뒤에 앉을게요'

바로 거절을 당했습니다.

'아, 그, 그래'


하지만 난 포기하지 않아!

저는 이 광경이 너무 재미있었어요. 누군가는 반가운 마음에 같이 앉자고 제안했지만, 잠시의 고민도 없이 쿨하게 따로 가자고 선포하는 동료의 모습에 빵- 터졌죠. 이 재미있는 상황을 뒤로하고 저는 내릴 차례가 되어서 벨을 누르고 뒷문에 섰습니다. 그때, 아까 옆 자리에 앉으라고 손짓했던 그분이 다시 한번 뒤에 앉아있는 동료에게 얘기하더라고요.

'여기 자리 비었다. 여기로 와!'

'아, 네, 네'

직장 동료가 마을버스에서 반가운 마음에 옆자리에 앉으라는 제안을 두 번이나 거절하는 건, 회사에서 이제 보지 말자는 뜻과 같겠죠? 그녀도 그걸 눈치챘는지 두 번째 제안에는 흔쾌히, 아니 마지 못 해, 옆자리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직장 동료와의 관계란?

이 상황을 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직장 동료와의 관계는 뭘까? 우리는 어떤 사이일까?

매일 최소 8시간 이상 보며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정말 가까운 사이지만, 굳이 출근길 버스에서는 옆자리에 앉아서 수다 떨고 싶지 않은 먼 사이, 즉,

 영원히 가까워질 수 없는 사이


저는 오늘도 영원히 가까워질 수 없는 사이를 만나러 왕복 3시간에 걸쳐 출근합니다.


아! 저 오늘 점심시간에 밥을 안 먹는다는 동료에게 왜 안 먹냐고 굳이 물어보지 않았어요. 각자 사정이 있겠죠. 굳이 이유를 알아서 뭐 하겠어요.

적당한 거리가 지켜지는 그런 관계잖아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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