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배뚱뚱이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2020년은 “많은 것을 할 수 없는 한해” 로 기록될 것이다. 벌써 2020년이 9달이 지났는데, 수영장의 경우는 열지 않은 기간이 더 많고, 헬스장도 마찬가지이다. 크로스핏 체육관에서는 집단감염이 일어나고, 탁구장도 최근 늘어나는 집단 감염 장소 중 하나이다. 점점 실내의 체육시설에서의 운동을 하기가 어려워지는 시점이다. 더 슬픈 것은 이러한 상태가 언제 끝날 지를 모른다는 것이다. 사실 필자처럼 즐거움이 아닌 살을 빼기 위해 운동하는 사람에게는 이러한 환경은 “운동을 하지 않을 아주 적합한 핑계”를 제공한다. 언젠가 코로나가 끝나면 나는 어떤 어떤 운동을 할 거야 라는 생각을 하면서 피자를 시켜먹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운동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고 그래서 선택한 것이 “주말에 산에 가기” 라는 매우 고전적인 운동 방법이다. 그 시작은 아들 때문이었다. 요즘 동네에 다니다 보면 대부분의 아이들이 이전보다 살이 쪄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운동을 다닐 수 없고, 설령 체육 학원들이 문을 열었다고 해도, 코로나 때문에 보내기가 두려운 것이 사실이니, 심지어 학교를 오가는 최소한의 보행조차 하지 않으니, 살이 찔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아이에게 해발 100m마다 동물의 숲(오락기 게임) 30분을 걸고 아이에게 구애를 한 끝에, 집 근처의 산들을 하나씩 다니기 시작했다. 오늘은 그중 하나였던 하남시의 검단산을 오른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사실 이 글을 쓰는 날 인터넷 뉴스에 산악회에서 코로나 집단 감염이 일어났다는 뉴스가 나와서 다소 조심스럽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마스크를 쓴 상태로 등산을 한다면 실내 운동보다 훨씬 안전할 것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등산로가 생각보다 좁기 때문에 마스크를 안 쓴 두 사람이 서로 스쳐 지나갈 때에는 당연히 감염위험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등산 기간 내내 조금 더 힘들더라도 마스크는 코를 가리고 정확히 쓰기를 먼저 권장한다. (사실 운동하려고 산에 가는 것인데 마스크를 쓰면 조금 더 난이도 있는 운동이 되지 않겠는가?) 아울러 제발 산 정상, 쉬는 동안, 하산한 후에 나란히 앉아서 마스크 벗고 대화 나누지 마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 지금은 어느 누구도 “나는 코로나 환자가 100%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니 나와 동반한 사람 모두를 지키는 마스크가 필요하다.
서울에는 100m 정도 높이 정도의 공원화되어있는 작은 언덕 같은 산들이 많다. 그래서 등산은 아무런 준비도 없이 가면 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적어도 200m 이상, 내지는 2시간 이상의 시간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반드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먼저 물, 나와 아들 모두 2시간 등산이면 물을 700ml 이상은 마시는 것 같았다. 즉 2L짜리 한통 정도는 들고 가야 안심이 된다. (대개 수분이 많이 포함된 오이, 토마토 등을 많이 가지고 다니시지만 필자는 오이를 못 먹는 사람이다) 거기에다가 급히 당이 떨어질 경우를 대비해 에너지바 내지는 초코릿을 보통 챙기는 것이 좋다.
다음은 신발, 필자는 살짝 장비를 중시하는 (속칭 장비병) 경향이 있어서, 산에 다니지도 않을 때 사놓았던 등산화가 있어서 마침 등산화를 신고 갔지만, 평소에 운동화를 신고 갔던 아들은 험한 돌길을 내려갈 때 많이 미끄러지고 넘어지는 것을 봤다. 실제로 본인의 체력이 많이 떨어진 하산할 때에 발을 헛디디거나 미끄러질 수 있기 때문에, 아주 전문적인 등산화까지는 아니더라도, 바닥이 현관 타일에서 쭉쭉 미끄러지는 좀 오래된 운동화는 피하는 것이 좋겠다. 다행히 우리 아들은 발이 조금 커서 엄마와 운동화를 같이 신는 사이즈라 엄마의 등산화를 득하였다.
검단산은 658m에 다다르는 꽤 높은 산이지만, 하남시 시가지에서 접근성이 매우 좋아 금세 등산을 시작할 수 있었다. 위에 그림은 실제 90kg인 필자가 검단산을 오르고 내렸을 때 스마트워치로 측정한 거리, 이동 속도, 그리고 소모한 칼로리이다. 8시쯤 등산을 시작했는데, 벌써 그 시간에도 내려오시는 분들이 많이 있었다. 태풍이 지나간 직후이다 보니 젖은 땅으로 인해 미끄러운 구간도 상당히 있었지만, 이미 650m로 얻을 3시간의 동물의 숲 시간이라는 확실한 동기부여가 된 아들을 막을 수는 없었다.
등산의 초보로서 느낀 것 중에 하나가, 등산이 어렵고 쉬운 가장 중요한 차이는 오르막의 경사도와 어떤 재질의 바닥이냐가 정말 중요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 그나마 초보자에게 가장 좋은 것은 계단으로 쉽게 올라갈 수 있는 부분이 많은 산이 올라가거나 내려갈 때 모두 더 쉽게 등산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N사나 D사 등이 제공하는 지도 서비스의 거리뷰를 보면 서울 근교 산들은 실제 등산로를 모두 촬영해 놓은 등산로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우선 그것으로 오르막의 난이도를 파악하고, 등산로의 리뷰 게시글들을 통해서 미리 간접적으로나마 난이도를 알고 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검단산의 많은 등산로 중에도 위의 등산로를 택한 것은 그나마 초보가 가기 가장 좋은 코스라는 다녀온 사람들의 리뷰를 보았기 때문이다.
이 매거진은 건강정보와 의학지식 매거진인 만큼 운동 효과에 대해서 얘기하자면, 1461kcal는 필자가 15km 정도 거리의 달리기를 한 칼로리와 비슷한 수준이다. 대단하지 아니한가? 15kg면 종합운동장에서 63 빌딩까지의 거리이다. (단 필자가 체중이 많기 때문에 여러분들이 정상체중이라면 1200~1300kcal 정도가 나올 것이다) 지방 1kg가 7700Kcal 정도인 것으로 본다면, 이 정도 운동 한 번이면 200g의 지방이 사라질 거라고 쉽게 계산할 수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실제 사람의 몸은 지방만을 써서 운동을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나에게 오늘 하루 최소 1000kcal 정도는 더 먹어도 살이 찌지 않을 거라는 자유는 획득한 것이다.
시간 활용의 관점에서 보자면, 등산이 끝난 11시 30분이라는 시간을 고려해 보면, 토요일 아침에 9:00까지 늦잠 자고 TV에서 나오는 예능 프로 재방송을 보고 라면을 하나 끓여 먹으면 11시 30분이 될 것이다. 그동안 아들과 함께 3시간 동안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그중에 반 이상이 힘들다는 투정이기는 하지만) 색다른 자연을 함께 하는 것은 운동 효과를 빼고서라도 정말 즐거운 일이 아니겠는가?
사실 두 달 전에 처음 아이를 데리고 산에 갔을 때는 걱정이 훨씬 더 많았지만, 한번 그렇게 다니다 보니 아이도 이제는 즐거워서 곧잘 따라오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아니 설령, 한번 해서 재미가 없으면 어떻겠는가, 다른 운동을 찾으면 되는 일인 것을…… 서울에 파견된 외국인들 중에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도시 근처에 좋은 산들이 많이 있는 것에 감탄을 하고 본국에 돌아가서도 그리워한다고 한다. 여러분도 한번 체험해 보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