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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건강 Jul 11. 2023

의사가 아이들에게
절대 하지 말라는 이것!

by 배뚱뚱이

안녕하세요 배뚱뚱이입니다. 이번 주제는 편집팀에서 보내준 주제, <의사가 자식들에게 꼭 하는 잔소리>입니다. ‘의사가 절대 안 먹는 OOO’과 같은 제목은 인터넷 매체는 물론 인스타나 유튜브 쇼츠에서 낚시성으로 많이 사용하기도 하죠. 그런데 저도 두 아이의 아빠이기도 하고 실제로도 잔소리가 많다 보니 어렵지 않게 글을 쓸 수 있었습니다. 사실, 첫째 아이는 이제 벌써 중학생이 되어 제가 말하면 대답조차 하지 않는 질풍노도의 급식파워가 됐습니다. 그래서 기억을 더듬어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제가 했던 잔소리들을 정리해 봤습니다. 


# 액상과당은 조금 먹어라! 

액상과당에 대해 언급했던 지난 글을 참고해 보셔도 좋겠습니다. 

저를 배뚱뚱이를 만들었던 소아 비만의 숨은 조력자는 액상과당입니다. 액상과당에 대한 저의 공포증(Phobia)은 다른 의사 선생님들보다 조금 심할 수는 있습니다. 그렇지만 액상과당은 줄여서 나쁠 것이 없는 것입니다. 액상과당은 옥수수를 주원료로 만든 고과당 옥수수 시럽으로 요즘은 기타 과당으로 많이 기재되고 있습니다. 

액상과당은 단 맛을 만드는 데 있어서 가장 저렴한 원료입니다. 옥수수에서 얻은 포도당과 포도당을 이성질화해 만든 과당을 섞어서 만들죠. 그런데, 이성질화 한 과당을 섞으면 단맛이 월등히 높아지지만 가격은 백설탕보다도 쌉니다. 건강보다는 단맛을 위한 간식거리인 젤리, 사탕 등에 액상과당이 많이 사용됩니다. 요즘 수입과자도 유행인데, 이들 제품에는 HFCS(High Fructose Corn syrup)또는 Corn Syrup 등으로 표시되고 있습니다.

옥수수로 만든 액상과당은 자연유래물이기 때문에 액상과당 자체에 독성이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액상과당을 주의하라는 건, 그냥 당이 너무 많아서입니다. WHO에서 권고하는 어린이의 하루 당 섭취량은 25g (성인 50g의 1/2)인데, 액상과당이 들어간 음료는 쉽게 20g이 넘어가기도 합니다. 군것질 거리의 대부분이 단 맛인 어린이가 액상과당이 들어간 음료를 마시면 비만에 노출되기 쉬운 환경이 되는 것입니다. 

제가 어렸을 때 늘 호랑이 힘이 솟아나는 시리얼을 먹었었습니다. 엄마가 슈퍼에서 같은 회사에서 나온 닭이 그려져 있는 (설탕이 전혀 안 묻어있는) 시리얼을 사 오면 맛이 없다고 투덜거렸던 기억이 납니다. 호랑이 시리얼은 설탕이 우유에 녹아 맛있었거든요. 그런데 사실 닭이 그려져 있는 시리얼도 옥수수로 만들었고 높은 열량은 물론 단맛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맛을 몰랐던 거죠. 결국 설탕이던 액상과당이던 어렸을 때 너무 단맛에 과하게 노출될 경우 음식의 맛을 배우지 못하게 되고, 성인이 되어서도 인스턴트를 찾게 되는 것 같습니다. 


# 횡단보도에서 손 든다고 차가 멈추지 않는다!

의사가 왜 교통안전? 의사의 필수 근무 코스인 인턴 응급실 근무를 하면 교통사고로 다친 아이를 봅니다. 심지어 교통사고로 사망한 아이를 보는 경우도 있는데, 그러다 보니 어린이 교통사고에 대한 걱정이 많아졌습니다. 그중 제일 강조하는 것이 횡단보도입니다. 특히, 손을 들고 건넌다고 자동차가 절대 멈춰주지 않는다는 것을 늘 강조합니다. 특히, 유치원이나 저학년 아이들은 ‘손을 들고 건너면 된다’라고만 생각하고 차의 움직임을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꼭 차량의 움직임을 확인하고 손을 들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잔소리는 꼭 필요합니다. 

그다음으로 얘기하는 것이 바로 킥보드입니다. 지난 5월에 고등학생 두 명이 야간에 킥보드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다 차에 치어 한 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운전면허가 있어야만 탈 수 있는 전동킥보드지만 제가 사는 동네만 보더라도 수많은 중고생들이 학원 통학용으로 타고 있습니다. 그런데, 헬멧을 쓴 사람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전동이 아닌 킥보드를 타고 다니는 아이들도 보도블록처럼 덜그럭거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차가 다니는 아스팔트길에서 킥보드를 타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제가 한문철 변호사는 아니지만) 킥보드는 빨리 가기 위한 교통수단으로 타는 것은 위험합니다. 제 아이들도 킥보드가 있지만 공원에서 놀 때 타는 용도로만 쓰고 있습니다. 


# 팝콘 브레인 된다! 쇼츠 좀 그만 봐라!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면 많은 부모들이 편안한 식사를 위해 또는 옆 테이블 손님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아이들에게 태블릿 PC나 스마트폰을 허락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저 역시 단 한 번도 이런 적이 없다고 단언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이 보는 동영상의 특징은 기승전결 없이 10~15초 안에 승부를 보는 매우 짧다는 것입니다. 인스타에는 릴스, 유튜브에는 쇼츠라고 불리는 동영상이죠. 사실 제 첫째가 유아기였을 2010년대 초중반에는 유튜브를 본다 하더라도 TV에 나오는 유명한 시리즈들을 옮겨와서 보는 콘텐츠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런데 2010년대 후반과 2020년대가 되니 극도로 짧은 콘텐츠들이 대세로 자리 잡은 듯합니다.

이런 짧은 영상에 노출되었을 때의 부작용을 나타내는 단어로 ‘팝콘 브레인’이 있습니다. 미국 워싱턴대 정보대학원 데이비드 레비 교수가 만든 용어로 시각 또는 감정적으로 즉각적이고 자극적인 영상에 노출되면 뇌의 전두엽이 반응하는데, 이런 영상에 반복 노출될수록 내성이 생겨 일상생활에 흥미를 잃고 팝콘 터지듯 더욱 큰 자극만을 추구하게 된다고 해서 붙여졌다고 합니다. 10~15초 정도의 영상을 아무 생각 없이 보는 것에 익숙하다 보니 긴 글을 읽는 것이 힘들어지고 동화책 한 권을 읽는 것이 불가능해지는 것입니다. 재미가 없으니까요. 기승전결이 있는 것을 기다리지 못합니다. 이런 것이 계속되면 아이는 책과 글을 읽을 수 없는 사람으로 성장하는 것입니다. 


조금 현실과 타협하자면 동영상을 틀어주더라도 어떤 것을 보여줄지를 미리 정하고 시간을 정해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식사할 때 동영상을 보면서 밥을 먹는 것만큼은 절대 금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전문가들에 따라 다르지만 유아는 30분 이내, 초등학생도 1시간 이내로 일일 시청 시간을 줄이도록 권장하고 있습니다. 


# 평생 즐길 수 있는 운동을 만들어라!

평생 즐길 수 있는 운동, 이건 사실 제가 가장 하고 싶었지만 실패한 것입니다. 제 큰아이(아들)는 특히 운동을 싫어하는데, 겨우 배운 두 발 자전거가 할 수 있는 운동의 전부입니다. 이처럼 몸을 움직이기 싫어하거나 태생적으로 운동을 싫어하는 아이들에게는 매우 어려운 일이긴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체를 움직이는 많은 능력은 어렸을 때 배우기 쉽습니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여러 운동을 접하고 뛰어노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이런 신체 능력은 어른이 되어서까지 평생 남아있게 됩니다. 유럽의 스키장에는 스키를 타는 노인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분들은 어려서부터 스키를 탔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험한(?) 운동인 스키를 노년기에도 탈 수 있는 것입니다. 많은 운동을 접해보았기 때문에 노인이 되어서도 젊은 사람들과 같이 여러 운동을 할 수 있는 문화가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죠.

사실 운동에 대한 잔소리를 성인에게도 해당합니다. 40대가 지나면 새로운 운동, 정확히는 몸을 쓰는 동작을 배우는 것이 쉽지 않다고 합니다. 그래서 가능한 한 여러 운동을 접해보고 경험하는 것은 어른들에게도 중요한 잔소리(?)입니다. 50대가 지나면 새로운 운동, 정확히는 익숙하지 않은 움직임인데, 몸의 여러 부위를 동시에 움직이는 새로운 동작을 배우는 능력 자체가 현저하게 떨어집니다. 그래서 도구를 가지고 하는 스포츠를 새로 배우는 것이 많이 어렵죠. 물론 등산, 달리기, 수영 같은 반복적인 동작의 운동 능력은 개선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린이들은 이런 새 동작을 거의 스펀지처럼 빨아들이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때문에 (운동신경이 엄청난 40대 어른보다도 대부분의 어린이들이 더 잘 배울 수 있습니다.) 어린이, 어른이(?) 모두 많은 운동을 접해보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그렇게 찾다가 맘에 맞는, 내가 잘하는 종목을 배우면 그것을 평생 친구처럼 운동을 즐기며 건강해지는 것입니다. 


# 얘야, 지금은 평생 쓸 건강을 만들어가는 시기란다 

아이들의 성장기는 단순히 몸이 커지고 생각이 커지는 것뿐만 아니라, 평생 쓸 건강의 기반을 만들어가는 시기입니다. 몸에 좋은 음식을 먹으란 잔소리, 몸을 다치지 않게 하란 잔소리, 건강한 뇌를 만들라는 잔소리, 그리고 몸을 쓰라는 잔소리 중 하나씩 소개해 드린 것 같습니다. 사실 제가 말씀드린 부분이 살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닐 수 있겠지만, 해서 나쁠 것 없는 것들이라고 자부합니다. 모쪼록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날 수 있도록 어른들이 많이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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