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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건강 Jun 22. 2021

새콤달콤한 맛에 빠져볼래? 우메보시

by 마흔살 어른이

일본인 아내와 다문화 가정을 꾸린 지 벌써 10년. 식성 좋은 아내 덕분에 음식으로 힘들었던 적은 없다. 퇴근하고 현관문을 열면 구수한 청국장 냄새가 나기도 하고, 겨울이면 과메기에 시원한 막걸리를 마시는 일본인 아내. 친구들은 그런 아내를 볼 때면 “한국 사람 다 됐네~”라고 한다. (그런 아내도 유일하게 먹지 못하는 음식이 있는데, 그건 바로 번데기다.)

신혼집을 장식했던 홈 인테리어 소품

하지만, 정작 내가 일본에서 장인, 장모와 밥을 먹을 때면 "윤서방, 입맛이 완전 일본 사람이네!”란 말을 듣곤 한다. <완전 일본 입맛>의 기준이 됐던 음식은 바로 '우메보시(매실 장아찌)'였다. 우메보시는 소금에 절인 매실을 말려 만든 일본식 절임 음식이다. 시고 짠맛이 강해 우메보시를 입에 넣으면 침샘이 폭발해 입맛을 돋운다. 입맛 없을 때 먹기 제격이다. 하지만 다소 자극적인 맛으로 호불호가 갈리기도 한다.  

새콤달콤한 우메보시, 하지만 호불호가 갈리는 일본 음식이다.

사실 우리 집은 어릴 때부터 우메보시가 반찬으로 식탁에 종종 올라왔다. 처음 우메보시를 먹었을 때의 기억은 썩 유쾌하지 않다. 선홍 빛에 바람 빠진 풍선 마냥 쭈글쭈글한 모양의 낯선 반찬. 엄마는 “맛있어~ 일본의 김치 같은 거야”라 하고 내 먹는 모습을 진지하게(?) 지켜봤다. 조금 시큼할 수도 있으니 조금만 떼서 먹어 보란다. 흉물스럽게 생기지도 않았기에 나는 아무런 의심없이 우메보시를 한입 깨물었다. 레몬 10개를 한번에 씹은 듯한 신맛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우메보시를 처음 먹고 화들짝 놀란 내 모습을 보고 엄마는 기다렸다는 듯이 한바탕 크게 웃었다. 그리고 “이게 얼마나 맛있는 건데~”하며 우메보시 씨를 오물오물 하며 뱉어냈다. 


우메보시가 일본의 김치란 말이 있지만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일본 가족과의 식사에서 <완전 일본 입맛>이란 말이 나온 건 일본 사람처럼 우메보시를 잘 먹기 때문이 아니었다. 오히려 일본 사람도 안 먹는 사람이 많은데, 한국 사람이 우메보시를 맛있게 먹는다고? 란 놀라움이었다. 아내는 우메보시 같은 츠케모노(일본의 밑반찬. 주로 채소를 조미료에 절여서 만든 식품)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좋아하는 반찬이라 한다. 명절에 일본 친척들과 함께 단체로 외식을 하곤 한다. 그럴 때면 배려심 많은 젊은 일본인 친척들이 자신 앞에 세팅된 우메보시를 조용히 내 앞에 올려주곤 한다. 


아빠의 영향일까? 7살 딸의 최애 반찬은 우메보시다. 이런 반찬을 좋아하는 것도 유전일까? 집에서 밥 먹을 때 김치를 꺼낼 때면 우리 딸은 “우메~ 우메~”를 외치곤 한다. 5~6월이 매실철이라 한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시장에 나가면 매실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판다. 우메보시를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진 않지만 우메보시에 새콤달콤한 맛에 빠져보고 싶은 사람을 위해 우메보시 고르는 법을 소개한다.


한국의 김치 종류가 다양한 것처럼 일본의 우메보시도 그 종류가 다양하다고 한다. 일본만큼은 아니지만 요즘은 우리나라에서도 다양한 종류의 우메보시를 구입할 수 있다. 인터넷에서 우메보시를 검색하면 붉은색과 갈색의 우메보시를 찾을 수 있다. 나는 처음엔 붉은색 우메보시의 신맛이 더 강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색상과 신맛은 무관했다. 


붉은색 우메보시는 아카지소 우메다. 가장 대표적인 우메보시로 소금에 절인 매실에 시소잎으로 색과 향을 입힌 것이다. 간혹 시소잎을 들깻잎으로 번역하곤 하는데 들깻잎과 시소잎은 다르다. 일식집에서 회를 먹을 때 깻잎처럼 생긴 잎을 깔아주곤 한다. 이때 까는 잎이 바로 시소다. 깻잎인줄 알고 먹었다가 코와 입안을 가득 매운 향 때문에 놀라는 사람도 있다. 

시소향이 싫다면 시라보시 우메를 추천한다. 미트볼처럼 갈색이라 신맛이 적을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시소향만 없을 뿐 우메보시 특유의 짜고 신맛은 강하다. 시라보시 우메에서 소금기를 뺀 후 꿀을 넣어 담근 하치미츠 우메도 있다. 신맛이 약하고 단맛이 있어 우메보시를 처음 먹는 사람에게 추천한다. 한국 인터넷에서는 꿀우메보시로 검색을 하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카리카리 우메는 오이처럼 아삭아삭한 식감이 살아있는 우메보시다. 말리지 않은 매실을 사용하는데 상큼한 맛이 특징이다. 


매실 사이즈에 따른 종류도 다양하다. 지름 4cm이상을 오오츠부, 3.5~4cm정도를 츄즈부, 3.5cm 이하를 쇼츠부라고 한다. 우메보시의 풍부한 맛과 식감을 느끼고 싶다면 오오츠부를 어린 자녀의 반찬용이라면 쇼츠부를 선택하는 것도 좋다. 참고로 우메보시 매니아인 우리 딸은 지름이 가장 큰 오오츠부로 시소향이 없는 시라보시 우메를 가장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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