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9, 여름, 동경
기차는 오랫동안 오지 않았다.
선로를 베고 누운 문길은 점차 목이 뻐근함을 느꼈다. 결국 기차는 오지 않는 것일까. 문길은 쓸쓸히 일어섰다. 죽음도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문길은 선로를 따라 걸었다.
결국 내가 한 것은 무엇이었나. 사랑은 아니었을 것이다. 아니다, 미사오는 사랑한다고 편지를 썼다. 그것은 증거다. 도망갈 수 없는 사실이다.
집에 돌아온 문길은 죽은 듯 잠을 잤다. 점심 쯤 종호가 찾아왔다. 같은 조선인 유학생이자, 항상 나한테 호의를 보여주는 친구였다.
자 너 먹어라. 종호는 연잎에 싼 절편을 나한테 줬다. 여름이라 조금 상한 듯 했지만 배가 고픈 문길은 말도 없이 먹었다.
종호는 나한테 도망치자고 말했다. 왜? 어디로? 무엇으로부터? 종호는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 종호는 모밀을 먹자고 했다. 문길은 수중에 돈이 있었으므로 모밀을 먹기로 했다.
찜통같은 더위였다. 문길과 종호는 골목에서 입을 맞췄다. 처음 해본 키스였다. 문길은 왠지 기분이 울적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