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이 싫었다.
이맘때쯤 꼭 앓았고,
그렇게 앓으면서 기억이 속속들이 마음속으로 파고 들었다.
좋은 기억은 아니었다.
가을을 좋아하지만,
10월을 좋아했지만,
그리워야만 했고 우울해져야만 하는
이 계절 특유의 감성을 좇았던 것이었다.
생일이 싫었다.
차츰 기쁜 우리 젊은날을 하루씩 까먹는 기분이었다.
어느 한때 눈을 뜨자마자 나의 탄생에 숨을 불어넣는 사람이 있었고,
꽤 오래,
몇 번이고 다시 태어나고 싶던 날이었다.
정신없이 오늘을 살아내는 매순간마다 나는 다시 태어났다.
사랑한다는 말을 고맙다는 말을 하지 못하는 데에 어떤 이유나 핑계는 없어야하겠지만,
나는 미안하다는 말이 보다 쉬운 사람이었다.
아주 오랫동안 이 모든 날에,
감사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