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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수빈 Mar 11. 2019

원상회복?…마음은 물건이나 돈처럼 돌려받을 수 없다

계약해제와 원상회복의 관점에서 

벌써 봄이다. 나는 봄이 되면 항상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하고 싶었다. 때로는 연애를 시작하고 싶은 마음에 ‘지금 하고 있는 연애를 정리해야 새 연애도 하겠지’라는 논리적이기는 한데 어딘가 이상한 주장을 한 적도 있다. 그렇다고 봄마다 만나던 사람과 헤어졌냐면 꼭 그렇지는 않았다. 사실 이별의 과정은 사랑을 시작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봄은 새로운 연애의 시작점을 알리는 분홍빛 계절이기도 하지만, 연인들이 가장 많이 이별하는 겨울의 상처를 보듬는 계절이기도 하다.


뜨거웠던 사랑이 끝나면 연애 전으로 돌아가기를 꿈꾼다 
사진·전화번호를 지웠다 살리고 다시 지워가며 네 탓이라 말하고 싶지만 관계 종결의 책임은 ‘쌍방 과실’…상처 받았다고 배상 청구할 수는 없어 
선물로 준 물건은 증여라서 ‘반환 불가’, 연인 사이라도 돈 빌려줄 땐 차용증 쓰는 게 현명
벚꽃과 사랑의 계절…시작하는 것 만큼 어려운 이별, 실연의 아픔은 더 나은 연애를 키우는 자양분이다.


■이별 후, 연애 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계약이 해제되면 계약을 체결하기 이전 상태로 돌려놓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물건을 샀다면 돈을 돌려받고 물건을 돌려주는 식이다. 제공받은 것이 물건처럼 돌려줄 수 없는 것일 때는 그의 가치에 상응하는 금전으로 반환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연애는 이별로 관계가 종결된다 하더라도 그 사람을 만나지 않았던 때로 되돌릴 수가 없다. 연애기간 동안 나이도 먹었고, 서로 주고받았던 영향 때문에 새로운 취미가 생겼을 수도 있으며, 연애과정에서 받은 상처로 인해 특정 상황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람으로 변화했을지도 모른다. 그저 현 상태에서 연애관계를 멈추고 더 이상 주고받지 않기로 하는 것일 뿐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마치 연애가 끝나면 그 이전의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을 것처럼 행동하곤 한다. 상대방과 함께 찍었던 사진을 휴대전화에서 한 장씩 지우며 울고(그랬다가 복원하기를 반복하고), 그 사람과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친구를 끊고(매일같이 아이디를 검색해 들어가 들락날락거리고), 전화번호를 지우거나 차단하면서(차단해제를 반복하면서) 차차 상대와 내가 마치 만난 적도 없는 것처럼, 그가 나에게 남긴 것은 마지막 순간의 상처 하나인 것처럼 그렇게 연애를 가슴에 묻어가는 것이다. 계약해제를 한 뒤 원상회복을 하도록 하는 법리는 아마도 관계가 끝났을 때 처음으로 되돌아가고자 하는 우리의 근본적 욕망에서 기인한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이 원상회복에 대한 욕망은 얼마나 강렬하냐면, 그동안 주고받은 많은 것들을 상대방에게 우편으로 보내거나 혹은 직접 만나서 돌려주는 연인들도 있다. 서로의 공간에 두었던 서로의 물건들, 소소하게는 칫솔부터 갈아입고 깜빡 놓아둔 이후에 잠옷이 되어버린 티셔츠, 신고 왔다가 그의 빨랫감에 섞여 다소곳이 접혀진 양말 한 짝, 기초화장품, 세면대에 놓여 녹슬어버린 실핀 같은 것들을 상자에 담아서 돌려주고 집에서 상대방의 흔적을 지우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헤어지고 나서 연애하면서 준 물건이나 돈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하기도 한다. 대개 명품 가방이거나, 명품 벨트나 구두와 같이 제법 고가의 선물인 경우다. 그러나 선물로 준 물건은 증여한 것이므로 돌려받을 수가 없다. 연인에게 선물을 주면서 “이거 우리 사귀는 사이니까 주는 거야. 헤어질 때는 돌려줘”라고 말하면서 조건부로 증여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큰돈을 빌려주거나 주었을 때는 실제로 문제가 된다. 상대방이 자발적으로 반환하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돌려받기 위해서는 소송을 해야 한다. 소송을 하더라도 대여관계가 분명한 경우여야 돌려받을 수 있다. 그러니까 연인 간에는 돌려받지 않아도 괜찮은 수준을 넘어서는 돈거래는 하지 말고, 돈을 빌려줄 일이 생기면 아무리 연인관계더라도 차용증을 작성하는 식으로 빌려주는 것이라는 것을 명확히 해야 한다. 연인관계는 증여관계가 인정되기 쉬운 친밀한 관계이기 때문에 돈을 빌려줄 때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 
(후략)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03081707005&code=940301&utm_source=facebook&utm_medium=social_share#csidxfef479cc03e1e6c983e9c5f94f975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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