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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의모든것의리뷰 Oct 20. 2023

행복이란

어디에도 있고 어디에도 없는것

출퇴근을 반복하는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가끔 미소를 불러일으킬 때로 시작한다.

버스를 탔는데 라디오에서 좋아하는 노래를 틀어주었을 때

지하철을 타자마자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아있어 도저히 이번 지하철에서 앉을 수 없겠구나 단념하는 순간 자리가 났을 때

사거리에 도착한 순간 신호등이 바뀌어 기다리지 않아도 될 때

너무 푹 자고 일어나 주말의 높게 솟은 태양과 마주할 때

기억나지 않던 단어에 끙끙 앓다가 갑자기 생각났을 때

예상치 못한 칼퇴의 순간

신난 미소를 짓는다. 아주 기분 좋은 하루의 시작이거나 하루의 끝이거나 적어도 약간은 기분 좋은 상태를 유지한다. 하지만 행복은 뭔가 더 길게 느껴져야 할 것 같은 느낌이다. 행복하니?라는 질문에는 평소의 전반적인 마음 상태를 포함하는 듯 보인다. 연애가, 결혼이 행복하니?라는 말에는 순간의 다툼과 힘듦을 알고 싶은 것보단 그것이 부재 중일 때보다 마음의 상태 변화를 물어보는 질문이다. 예컨대 결혼을 해서, 혼자 살던 집에 누군가와 함께 살기 시작해서 마음의 안정을 느낀다거나, 같이 밥을 먹는 것에 대한 좀 더 길이가 긴 기분 좋음? 이어야 할 것 같다.

조금 더 긴 상태의 기분 좋음, 일상 속 안에서 반복적인 행위에 대한 기분 좋음은 어떨까? 충분히 장기적이고, 기분도 좋은 상태를 유지해 주는 활동들을 나열해 보면,

주기적으로 맛있는 걸 먹는다면,

주기적으로 운동을 하는데 즐거움을 느낀다거나

한 달에 한 번 영화를 보러 가는데 즐거움을 느낀다면

우리는 이것을 취미라고 칭하기로 했다. 

취미도 행복의 일부분을 구성하지만 뭔가 다른 구석도 있다. 이를테면,

오랜만에 보는 친구와 삼겹살에 소주 한잔할 때

휴가를 쓰고 꽤나 긴 여행길에 오를 때

다이어트를 했는데 일주일 만에 1킬로가 빠졌을 때

퇴근하고 침대에 벌러덩 누워 아무런 생각 없이 조용한 순간을 만끽할 때

이런 소소한 행복들은 반복적이지 않지만 충분한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순간들일 것이다. 

모든 사람은, 각자가 느끼는 행복을 느끼는 어떤 특이점에 따라 목표하는 바에 따라 각기 다른 행복을 말한다. 김하온의 노래 '바코드'에서는 행복을 어디에도 있고 어디에도 없는 것이라고 말한다.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듯이, 국어사전에는 '생활에서 기쁨과 만족감을 느껴 흐뭇한 상태'라고 한다. '흐뭇한 상태'로 쾌락에 더 가까운 과도한 즐거움이 아닌, 존경받는 성직자의 미소와 같은 그런 흐뭇함이 행복에서 온다고 한다. 일정한 범위에서 불안 없이 평온함을 느끼는 것 역시 비슷한 맥락의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기에 행복은 '맛있는 음식'인 것 같다. 좋아하는 음식이 아니라 기억에 남는 맛있는 음식들. 맛있는 줄 모르고 들어간 식당에서 우연히 발견했을 때의 그 감정, 맛있다는 것을 알기에 주기적으로 나의 발걸음을 끌어당기는 음식, 비싸더라도 그 값을 온전히 치르고 음식을 먹었을 때의 감정, 매일매일 먹고 싶은 그 음식들을 상상하는 감정이 행복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나이에 따라, 상황에 따라 맛있는 음식이 변하기도 하는 것처럼, 누군가에겐 둘도 없는 맛있는 음식이지만 누군가에겐 평범한 음식처럼 행복은 어쩌면 삶의 여러 가지 맛을 느끼는 방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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