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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의모든것의리뷰 Oct 09. 2023

거의 모든 것의 리뷰

철학의 위안


불안한 존재들을 위한 철학의 위안은 고대부터 철학자들의 이야기와 그들의 이론들을 알기 쉽게 설명해 준다. 소크라테스부터 에피쿠로스, 세네카, 몽테뉴, 쇼펜하우어와 니체까지 시간 순으로 서양의 철학자들의 큰 줄기와 함께 그들의 삶을 대하는 태도를 함께 다룬다. 각각의 철학자의 "인기 없는 자들에 대하여"와 같은 부제와 함께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소크라테스와 세네카의 죽음을 초연한 태도, 몽테뉴의 금기를 깬 파격적인 시도들 모두 의미가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쇼펜하우어와 니체가 특히 이전 글에서 적었던 내용에 대한 생각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었다. 



천부의 잘못이 딱 하나 있다. 우리는 행복해지기 위해 존재한다는 관념이 그것이다. 

의자와 표상으로부터의 세계 - 쇼펜하우어


천부는 하늘로부터 물려받은 권리를 일컫는 '천부인권'의 천부이며, 이 말은 결국 인간은 행복해지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인간의 궁극적 존재 목적은 행복이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론을 전적으로 뒤집는 말이며 행복이 무엇인가에 관한 물음을 낳는다. 그는 우리가 행복을 향해 발버둥 치는 것이 오히려 더 커다란 불행을 낳는다고 주장한다. 행복해지기 위한 어떤 것들 이를테면 '사랑', '재산' 이런 것들에 대한 욕망과 그 욕망을 이루어 내기 위한 과정에서의 불행, 그리고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의 불행을 이야기한다. 사실 어떤 욕망에 대하여 항상 성공확률보다 실패확률이 더 높다는 점에서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나는 인간의 목적이 행복이 아니라는 점에 대해서 공감한다. 어떤 동물도, 사람도 특별한 이유를 가지고 태어난다고 말할 수 있을까? - 종교적 관점은 제외하도록 하자- 단지 태어나고 나서 그 의미를 점차 찾아가는 게 사람인 것이다. 도파민을 분비해 주는 어떤 것을 향한 여정을 말이다. 


니체는 초기에 쇼펜하우어의 "의자와 표상으로부터의 세계"를 보고 감명을 받은 나머지 그의 염세적인 철학이론을 따라가다, 부잣집에서의 한동안의 시간을 통해 쇼펜하우어의 세계와 안녕을 고하고 본인의 이론을 만들어가기 시작한다. 


우리는 자신이 처한 어려움에 당혹감을 느낄 것이 아니라 그 어려움으로부터 아름다운 무엇인가를 일구지 못하는 사실에 당혹해야 한다.

알랭 드 보통 - 니체에 관하여


니체에 대한 작가의 이야기 중 니체의 이론을 관통한다고 생각되는 작가의 말이다. 니체는 어떤 성취를 위한 고통을 당연한 것으로 보았다. 그리고 고통을 이겨내고 성취를 했을 때의 성취감과 결과가 추구해야 하는 방향이라고 말한다. 그는 우리가 보다 더 좋은 것들을 위한 투쟁을 계속해야 하며 삶은 투쟁의 연속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투쟁을 멈출 때 우리는 그곳에 안주하고 나아가지 않으려 하며 더 편안한 방법, 고통이 없는 삶을 누리려고 하는데, 그것은 옳지 않다고 강력하게 이야기한다. 카카오페이지 소설 검술명가 막내아들의 가문 '룬칸델'이 니체를 모티브로 한 가문으로 보이는데, 개인적으로 아주 재미있게 보고 있고, 투쟁의 과정과 투쟁을 멈춘 사람들을 보여준다. 아마 니체는 100%에 가까운 T로 누군가 그에게 상황의 어려움을 토로하면 오히려 노력을 해야 한다고 다그칠 것만 같다.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 에 대한 답은 그 누구도 내려줄 수 없다. 단지 선택의 영역이다. 선택의 기로는 매순간순간 우리의 삶에서 나타날 것이라고 확신한다. 한때는 모든 걸 포기하고 되는대로 살아가다도 무언가를 시작할 때도 있다. 항상 니체처럼 사는 건, 번아웃이 오히려 빨리 와버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쇼펜하우어처럼 산다면 재미없어서 니체처럼 되기 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요즘 계속 이 생각이 드는 이유는 아마 지금의 시기가 나의 삶을, 무언가를 바꾸기에 마지막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이대로 안주할 건지, 뭐라도 할 것인지 사이에서 고민하면서 생각만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지금 있는 것에서 더 안되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이 결국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는 모르지만 후회를 하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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