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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리킴 Oct 13. 2023

나의 루틴

사소하지만 사소함이 쌓여 일상이 되고 보통의 날이 된다.


새벽에 일어나 새벽에 잠들기까지

무계획적인 사람도 자신만의 루틴이 있다.

결국 이 사소함은 평범한 보통의 날을 만든다. 

이 별 것 없는 나의 루틴은 어느새 나라는 사람을 말하고 있었다. 


새벽 6시, 아이폰의 시끄러운 알람소리를 끄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두 눈을 비비고, 이불을 움켜쥐고 차가운 방 공기를 두 얼굴로 오롯이 마주한다. 약간은 쌀쌀하기 그지 없는 방공기와 다르게 이불 안은 너무나도 포근하다. 그렇게 십여분 밍기적 거리다가 일어난다. 드디어 여름이 끝이나고 가을이 성큼 다가왔음을 새삼스레 느껴본다.


제법 어깨 밑으로 내려오는 긴 머리는 부스스하다. 한껏 헝클어진채로 이불을 탁탁 털어 이부정리도 해본다. 이후 화장대 위에 있는 버터색 철제 집게핀을 집어 화장실로 간다.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세면대에 찬물을 틀고 그 사이 빗질을 하는 것이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느끼는건 머리카락이 제법 많이 빠진다는 것이다.  한 가닥의 머리카락도 소중해지는 나이가 되다보니 빗질을 할때마다 탈모는 아닐런지 고민에 빠지게 된다. 


'아까운 내 머리카락'


화장실 바닥에 힘없이 널부러진 머리카락들을 보니 마음이 심란하다.가지런한 머리카락을 집게핀으로 한껏 올려 고정한다.그리고 다시 클렌징 오일로 얼굴을 구석구석 마사지하고 찬물로 세안을 한다. 얼굴에 물기가 남은 상태로 분노의 양치질을 뺨치는 양치질로 마지막 몽롱함을 깨워버린다. 다 씻었다. 수건으로 벅벅 얼굴을 닦고 다시 방앞에 화장대에 앉는다. 다시 세안을 하듯 미스트를 듬뿍 뿌려준뒤 세럼 크림순으로 얼굴에 바른다. 그리고 마지막 립밤으로 마무리하며 화장대 위에 놓여 있는 안경을 쓰면 나의 하루는 시작된다.


일찍 일어나 뉴스를 보는 아버지 옆에서 아침 뉴스를 보면서 세상사를 얘기해본다. 요즘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뉴스를 보며 다시금 전쟁의 잔인함에 대해 주로 많은 대화를 나눈다. 7시가 되면 아이스 커피를 만든다. 대부분의 나날들을 아침식사 대신 커피 한잔으로 대체한다. 아침 10시가 되어야 오픈하는 동네 카페에 가는게 일과중 하나인데 아직 오픈전이라 집에서 간단하게 다이어리에 오늘의 일정과 노트에 짧은 생각과 글들을 적어내려가본다.


나의 유일한 외출인 카페에 가는 시간, 청바지 또는 츄리닝 바지에 맨투맨을 입는 가벼운 차림과는 다르게 아이패드, 키보드, 노트,다이어리,필통, 지갑, 기타 파우치들을 꽉꽉채운 무거운 가방을 들고 집을 나선다.


아이스 헤이즐넛 커피 한잔과 갓 나온 무화과크림치즈 휘낭시에 한 개에 햇살이 좋은 창가의 바 자리에 앉아 책을 읽기도하고, 글을 써내려가기도 한다. 퇴사 후 올 연말까지는 작가지망생으로서의 삶을 살아보자며 엉덩이 무겁게 글쓰는걸 도전하고 있다. 동네카페에 앉아있다보면 많은 이야기들을 듣기도 한다. 카페 사장님과 손님의 스몰토크, 옆테이블의 대화 등 말이다. 집중이 안될때는 이러한 백색소음들을 들으며 한 템포 쉬어간다. 오후 2시가 될무렵 다시 집으로 발걸음을 향한다. 


집에 오면 제일 먼저 손을 씻고, 파자마차림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점심을 챙겨먹고, 제 시간에 챙겨보지 못했던 신나는 드라마를 한두편을 본다. 역시 남이 쓴 이야기들이 제일 재밌다. 그 후 노트북을 키고 낮에 노트와 아이패드에 써내려갔던 글들을 다듬어 본다. 이 작업은 저녁까지 이어지게 된다. 이때 많은 현타들이 오는 것 같다. 


저녁식사는 8시쯤 먹는데 아빠표 뜨끈한 찌개에 밥을 먹고, 디저트로 과일을 챙겨먹는다. 이 시간부터는 드디어 나의 휴식 시간이다. 아이패드로 밀리의 서재를 보며 저녁을 마무리하고 잠에 든다.


퇴사후, 요즘은 매일 이 패턴의 하루를 산다. 감정의 동요도 없으며 무난한 하루가 이어지는 나의 루틴이다. 내가 한게 없는것 같지만 많이 써내려간 나의 습작들을 보면 그래도 오늘 하루는 보람차게 보냈다라는 느낌을 받는다. 요즘같이 평화로운 시절은 없었던 것 같다. 


이런 나의 보통의 하루가 쌓여서 좋은 글을 써내려가고 좋은 기회를 만났으면 하는 바람을 안고 나는 내일도 보통의 나의 루틴으로 하루를 살아갈 것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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