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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리킴 Nov 07. 2023

갈 곳 잃은채 부유하는 삶

태평양 한가운데 조난당한 사람과도 같은 나날이었다. 

오늘 지금 이 순간까지 나는 노트북 앞에 앉아 글을 쓰기가 너무나도 힘이들었다. 지난 10월 브런치작가로 선정이 되어 뛸듯이 기뻐하며 꾸준하게 글을 써야지라며 다짐했었다. 그리고 몇 개의 글을 썼다. 제대로된 글이라고 부르기 민망한 낙서와도 같은 글을 올렸었다. 그리고 그 이후에 피드백이 내 핸드폰 알림으로 울려댔다. 몇 안되는 라이크였지만 내가 쓴 글이 바로바로 피드백을 받는게 신기하면서도 부담이 되기 시작했다. 


잘써야 한다. 참신해야한다. 이런 사고방식에 곧 사로잡히게 되었다.


'내 있는 모습 그대로를 보여줘도 될까?'


알지 못하는 두려움이었다. 브런치라는 플랫폼뒤에 숨어있는 작가지만 그들은 나의 이야기를 알고 나는 그들(다수의 불특정 다수의 독자들)을 모르는데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니 도통 한글자 적기가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시간을 펑펑 낭비하기 시작했다. 


현재 나는 백수의 삶을 살고 있지만, 이 쉬는 시간동안 구직에 대하여 많은 노력을 쏟아부었다. 규칙적인 삶이 있어야 글도 써질 것만 같았다. 수많은 이력서를 쓰고 면접을 봤다. 하지만 번번이 나이가 많다는점과 고학력 고스펙 경력을 트집삼아 낙방이라는 쓴 고배를 마셔야만 했다. (이전직장이 경력에 큰 타격을 줬다.) 점점 나 자신은 작아지고, 통장의 잔고도 얼마 남지 않게 되었다. 거기에 엎친데 덮친격으로 집의 전세 계약 연장이 불가능하다는 집주인의 연락을 받았다. 현재 살고 있는집을 팔 계획으로 부동산에 매물로 내놨다는 것이다. 당장 집이 나가는건 아니니 계약이 끝나도 집 구할때까지 더 머물라고는 했다.  마치 모든 상황이 발등에 떨어진 불과도 같았다. 이런 와중에 내가 글을 쓴다는건 꿈도 꾸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회사를 퇴사후 계속해서 한 곳에 머물지 못하고 부유한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점점 더 멀리 떠내려가 태평양 한가운데에 혼자 낙오된것만 같은 기분이 나를 휘감았다. 모든게 엉망진창이었다. 지난 5개월전만해도 나는 잠깐 쉬었다가 어디든 내 의지대로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잠깐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 다시 열심히 사회에 속해서 돈을 벌며 다시 커리어우먼처럼 생활할 수 있을 거라고 착각에 빠졌었다. 대단한 착각이었다. 


한없이 내 몸과 마음은 무겁고, 모든 현실들이 내가 글을 쓴다는거 자체가 현실도피라고 말하는 것과 같고 시선들이 두렵기만 하다. 그럼에도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내가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창구는 이 곳 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지금은 태평양 한 가운데 낙오되어 있지만, 열심히 세상을 향해 SOS를 외칠 것이다.

머지않아 나를 발견한 사람들에게 지금을 돌이켜 웃으며 얘기할 날을 기다리며, 


나는 생존해있다고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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