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것으로 먹는것을 좋아하는 나는 육회부터 시작해서 회까지 다양한 음식을 편식없이 잘 먹는다.
3개월의 한번씩 가는 병원진료를 다녀온 날, 온 몸에 힘이빠지듯이 기운이 없었다. 다이어트를 한다고 운동을 하는데, 기운이 없다보니 운동도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무기력하게 거실에 우두커니 있었다. 아빠는 생선구이집에 가서 점심을 먹자고 했다. 집 앞에 있는 생선구이 가게에서 가자미구이와 삼치구이를 시켜서 먹는데 도통 밥이 넘어가질 않았다. 밥은 반공기도 채 먹지 못하고 다 남겼다. 그나마 아빠가 발라준 생선살들은 넘어가서 몇 조각 먹고 말았다. 입맛이 없다는게 맞는 표현일것 같다.
아빠는 내 덩치에 밥 한 공기도 못 먹냐고 궁시렁 거렸다. 그러면서 내가 남기 밥까지 야무지게 드셨다. 집에 돌아와 진빠진 나는 거실 카우치에 누워서 멍때렸다. 아빠는 오늘 금요일이라며 복권 사러 복권방에 다녀온다며 집을 나섰는데 배웅할 기운이 없었다. 그리고 아빠가 돌아오는 소리조차 알지 못했다.
부엌에서 사부작사부작 거리는 소리가 났다. 부엌 식탁에는 내가 좋아하는 생굴이 새빨간 초장과 함께 펼쳐져 있었다. 생굴이라면 자다가도 깨는 딸래미를 위해 시장에 가서 손수 사오신거였다. 굴은 소화도 잘된다며 먹고 힘 좀 내라고 했다. 한 입 먹어본 생굴은 꿀과 같이 달콤하기 그지 없었다.
요즘 내가 힘들다고 아빠에게 신경질을 많이 냈었는데, 아빠는 그런 딸내미 눈치를 보면서도 안쓰러워서 더 챙겨줄게 없을까 고민을 하는걸 보니 만감이 교차했다.
못난 딸래미, 개복치같은 예민한 딸이 뭐가 예쁘다고 저리도 챙겨주는건지.
생굴을 먹으며 아빠의 마음을 생각해보았다. 부모의 맘은 정말 바다와 같다는걸 새삼스레 느낀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