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싫다면 쉬어야겠지
주말이면 늘 같은 운동장을 뛴다.
한번 뛰면 최소 10바퀴, 많게는 20바퀴씩 뛰니까 그동안 아마 몇백바퀴는 돌았을 거다.
거짓말처럼 갑작스럽게 날이 서늘해지고, 하늘이 높아지자 다른 장소에서 걷고, 뛰고 싶었다.
문득 떠오른 장소가 남산, 너무 흔한가? 그렇지만 남산을 제대로 구경해본적이 없다. 뻔하지만 가본적 없는 63빌딩이나, 한강유람선처럼-
마음의결정을 하고 검색을 하니, 가장 쉽게 남산둘레길로 접근(?)하는 방법은 명동역 1번 출구였다.
친절하게 안내된 방향을 따라 10여분쯤 가파른 언덕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치명적유혹의 돈까스집들이 보이고 그 건너편으로 둘레길로 올라가는 안내판을 만날 수 있다.
이 계단을 따라 3분 여쯤 올라가면 둘레길로 들어서게 된다.
잘 닦여진 길을 따라 많은 사람들이 걷고 있었다. 어느 방향으로 가느냐를 결정해야하는데 내리막길을 선택했다. 사실 완전히 한바퀴를 다 돌려고 마음 먹었으므로 어느 방향인지는 크게 중요하지는 않았다.
만약 이렇게 완벽한 트랙으로만 구성이 되어있었다면 재미가 없었을텐데, 표지판을 잘 따라가다보니 길의 종류가 다양했다.
트랙, 도로 옆 보도블럭, 잘 정비된 산길, 흙으로만 된 오솔길...질릴틈없이 여러 종류의 길이 반복되었다. 그 사이사이 물레방아며, 연못이며 볼거리도 충분했다.
남산 둘레길의 총 길이는 7.5km. 안내 표지판이 잘되어있어서 따라기만 하면 길을 잃지 않고 다양한 길을 재미있게(?) 걸으며 운동을 할 수 있다. 이 길을 따라 러닝하는 사람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으나 뛰기 초보인 내가 뛰기에는 오르락내리락이 너무 반복되어서 무리, 무리-
걷는 속도를 늦어지지 않으려고 부지런히 걸었더니 당초 생각했던 시간 보다 빨리 한바퀴를 다 도는데 성공! 중간중간 비가 왔지만 외려 흐린 날씨덕에 덥지 않게 걸을 수 있었다. 늘 돌던 운동장이나 러닝 머신 위보다야 확실하게 덜 지루한 시간이었다.
매번 멀리까지 나와 운동하긴 어렵겠지만 이렇게 날이 좋은 요즘은! 날씨를 만끽할 수 있는 곳에서 운동을 하면 이게 놀러나온건지 운동하러 나온건지 착각(?)하게 되므로 조금은 즐거운 마음으로 운동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일 것 같으나...운동 후 남산에서 돈까스도 못먹고 집에 가는 길은 확실히 가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