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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잘쓰는헤찌 Feb 21. 2022

2022년 신년계획

다이어트

#1 계기
“신부님… 혹시… 임신하셨어요?”
또다. 4월 초에 웨딩드레스 최종 피팅을 하러 가서 들은 말이다. 그야 그들도 이상하겠지. 보통 결혼식을 앞두면 살을 빼서 순백의 드레스를 돋보이게 하니깐.
그런데 나는 굳이 안 그러고 싶다. 결혼식도 중요하지만 나는 새 직장에 적응하는 중이다. 그리고 주말마다 왕복 434km를 다니며 결혼 준비를 해야 한다.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다이어트를 할 때 나의 상태를 잘 알기 때문이다. 나의 오감은 매우 민감해지고, 성격은 더럽게 까탈스러우며 냉정해진다. 인덕은 달달한 당류에서 나온다.
“아니에요. 여수에 맛있는 거 많아서 살 찐 거예요”
라고 멋쩍게 말해본다.
내가 원했던 인어공주 머메이드 드레스를 입고 결혼식을 진행하였다. 첫 피팅 때부터 찜해둔 드레스였다. 그러나 나는 첫 피팅에서 결혼식까지 3개월동안 7kg을 찌워갔다.
드레스샵에서는 아주 풍성한 다른 드레스를 보여줬다. No. 그랬더니 옷이 찢어지면 배상해야할 수도 있다고 협박한다. No. 신부대기실에서 앉아있지 못하고 하루종일 서 있어야 해서 힘들 수도 있다고 한다. Yesssssss!!
복받은 내 애플힙 덕분에 결혼식날에 하루종일 서 있었다. 드레스샵에서 예식장까진 차로 30분이었다. 내 어깨를 플래너님이 당기고, 내 다리를 신랑이 밀어넣었다. 뒷 좌석에 납작 엎드려서 갔다. 그날의 드레스 ‘반짝이’가 봄이 지나 여름이 되어도 뒷자리 곳곳에서 나왔다.
결혼식도 끝났겠다. 2021년을 돌아보니 1월에 67kg, 12월에 89kg이었다.
 나는 활동량이 많아서 살이 잘 찌지 않는 편이었다. 그런 내게도 몸무게의 위기는 2번 정도 있었다. 그러나 십자인대수술로 휠체어 탈 때보다, 친정 엄마 만삭 때 무게보다, 나의 노량진수험생 시절보다, 더 몸무게가 많았다.
살찌기 가장 좋은 시절은 다리환자도, 임신도, 수험생도, 아닌 신혼 1년차였던 것이다.
 
#2 계획
1.     “닌 마음 쪼매 무면 금방 뻬잖아”
또다. 날 생각하여 그렇게 말을 해주니 매우 고오맙다. 소말리아 난민과 같던 시절에 본 지인들은 31kg차이나는 나를 못 알아본다. 저기요. 목소리가 그대로인데 왜 몰라봐요, 나야…
2. 살이 찌면 근력도 증가하기 때문에 아주 좋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운동을 한 3년 쉬니 2L 물통 하나 들기도 숨이 차다. 신랑과 사니까 내가 물건 들 일이 없다. 신랑에게 자꾸 그러면 근력이 약해진다고 하니 짐을 들지 말고 차라리 덤벨을 들으라고 한다. 1RM으로 데드리프트 100kg 들던 나는  어디로 갔니?
체지방이 더해지니 일상의 불편이 가랑비 젖듯이 더해져 갔다. 예쁜 다이어트는 여전히 하고 싶지 않다. 그저 오랜기간 유지할 수 있는 건강함을 찾고 싶었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다음과 같다.
1. 못 알아보는 건 어쩌겠어. 체지방을 빼야지. 주5회 공복사이클 30분을 1년 꾸준히 해야겠다. 이와 더불어 먹은 음식들을 블로그에 매일 기록하여 자각해야겠다.
2. 그렇다면 덤벨로 하는 맨몸운동을 주 4회 3세트씩 하겠다. 근력도 역시 1년 꾸준히가 목표다. 오랜만에 웨이트가 근질하다. 헬스장을 등록하여 주 4회는 몸 만들기 작업 좀 해야겠다.
내가 도전해본 일 중에서 가장 솔직한 건 몸이었다. 다른 활동은 가끔은 운에 따라서 결과가 바뀌기도 하고, 사람관계에 따라 활동의 질이 달라지기도 하였다. 그러나 다이어트는 오로지 나 자신과의 다짐이자 약속이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내가 먹은 만큼, 운동한 만큼 몸이 결과를 보여주었다. 유일하게 그대로 나오는 활동이었다.
새해 다짐 중에 다이어트는 항상 순위권 안에 있다고 한다. 이를 증명하듯 새해만 되면 실내체육시설에 신규 등록자가 많아지고, 다이어트 관련 식품의 구매량이 증가한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누구나 다이어트를 도전할 순 있지만, 끝까지 해내는 사람은 ‘아무나’가 아니다. 그러나 나라고 못할 게 뭐 있는가? 실패한 날이 더 많더라도 포기만 안 하면 된다. 방향만 맞춘 채 묵묵하게 걸어가자. 2022년, 다이어트를 결심한 모두가 그 ‘아무나'에 들어가길 기원한다. 할 thㅜ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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