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 2화
[바쁘지만 휴식인 것]
「준비된 것~
연육샌드위치/ 삶은 옥수수/ 막걸리/ 비빔면/ 골뱅이/ 물김치/
알타리/ 깍두기/ 부추김치/ 마른반찬 각각 쬐끔씩/ 두부 2통
끝」
아버지는 딸 내외가 올라오는 주말이면
준비한 먹거리를 알리며 바삐 움직이신다.
딸을 맞이하기 위한 의식으로
아침부터 부지런히 장을 보시고,
손으로 닦는 게 가장 깨끗하다며
빗자루와 물걸레와 함께 쪼그려 앉아
좌로 쓰윽-
위로 쓰윽-
빗질따라 춤을 추신다.
아직 그 시간대로 멈춰있는 내 방을
다시 한번 창문을 열어서 환기를 시키고,
다시 한번 이불을 툭툭 털어서 펼치고,
다시 한번 사람 냄새를 묻힐 준비를 한다.
달그락 달그락-
그릇들이 부둥켜안고 흥얼거리는
아버지의 설거지가 끝나고 나면
일주일에 딱 하루,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일한 우리가
만나는 휴가
서로가 휴식이 되어
기다린 휴가
[그냥]
니 2주간 못 온다 했제
아니, 그냥 혹시나 해서 전화해봤다
둘째 이모 환갑이라가 다 같이 밥 한끼 물라고 했지
아이다 니들 즐겁게 잘 살아라
어머니는 오늘도 그냥 전화를 한다.
그냥,
그냥,
그냥...
일찍 결혼하신 어머니는
딸이랑 노는 게
행복이었다.
성인이 된 딸은 엄마를 모시고
콘서트도 다녀오고
꽃놀이도 다니고
그랬다.
그냥 그랬다.
그러던 딸은
엄마가 결혼했을 나이보다
10년을 더 늦게 결혼을 해서
229km의 거리로 이사를 갔다.
엄마는 다른 행복을 찾아야 했다.
엄마는 혼자
콘서트도 다녀오고
꽃놀이도 다니고
그랬다.
그냥 그랬다.
니 2주간 못 온다 했제
아니, 그냥 혹시나 해서 전화해봤다
일 마치고 니한테 전화하는 게
내 휴식 아이가
니들도 즐겁게 잘 살아라
[산책과 쉼]
구구구구구-
시원한 매미 소리를 뒤로 하고
높푸른 하늘이 뭉게뭉게 피어있다.
싱그러운 초록 잎은
매미의 소리를 담아
이리 갔다가
저리 갔다가
진동을 일으킨다.
꾸꾸꾸꾸-
내 손 아래 반려동물은
미어캣
아저씨를 보고
꾸꾸꾸꾸-
아줌마를 보고
꾸꾸꾸꾸-
후덥지근한 산들바람이
머리칼을 쓸어 올려주면
눈꺼풀 위로 쏟아지는
햇살의 온화한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