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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잘쓰는헤찌 Aug 19. 2022

바쁘지만 휴식인 것/ 그냥/ 산책과 쉼

휴식 2화

[바쁘지만 휴식인 것]


「준비된 것~

연육샌드위치/ 삶은 옥수수/ 막걸리/ 비빔면/ 골뱅이/ 물김치/ 

알타리/ 깍두기/ 부추김치/ 마른반찬 각각 쬐끔씩/ 두부 2통

끝」


아버지는 딸 내외가 올라오는 주말이면

준비한 먹거리를 알리며 바삐 움직이신다.


딸을 맞이하기 위한 의식으로

아침부터 부지런히 장을 보시고,

손으로 닦는 게 가장 깨끗하다며

빗자루와 물걸레와 함께 쪼그려 앉아


좌로 쓰윽-

위로 쓰윽-

빗질따라 춤을 추신다.


아직 그 시간대로 멈춰있는 내 방을

다시 한번 창문을 열어서 환기를 시키고,

다시 한번 이불을 툭툭 털어서 펼치고,

다시 한번 사람 냄새를 묻힐 준비를 한다.


달그락 달그락-

그릇들이 부둥켜안고 흥얼거리는

아버지의 설거지가 끝나고 나면


일주일에 딱 하루,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일한 우리가

만나는 휴가


서로가 휴식이 되어

기다린 휴가



[그냥]

니 2주간 못 온다 했제

아니, 그냥 혹시나 해서 전화해봤다

둘째 이모 환갑이라가 다 같이 밥 한끼 물라고 했지

아이다 니들 즐겁게 잘 살아라

어머니는 오늘도 그냥 전화를 한다.


그냥,

그냥,

그냥...

일찍 결혼하신 어머니는 

딸이랑 노는 게 

행복이었다.


성인이 된 딸은 엄마를 모시고 

콘서트도 다녀오고

꽃놀이도 다니고

그랬다.

그냥 그랬다.


그러던 딸은 

엄마가 결혼했을 나이보다

10년을 더 늦게 결혼을 해서

229km의 거리로 이사를 갔다.

엄마는 다른 행복을 찾아야 했다.

엄마는 혼자 

콘서트도 다녀오고

꽃놀이도 다니고

그랬다.

그냥 그랬다.


니 2주간 못 온다 했제

아니, 그냥 혹시나 해서 전화해봤다

일 마치고 니한테 전화하는 게 

내 휴식 아이가

니들도 즐겁게 잘 살아라



[산책과 쉼]

구구구구구-

시원한 매미 소리를 뒤로 하고

높푸른 하늘이 뭉게뭉게 피어있다.


싱그러운 초록 잎은 

매미의 소리를 담아

이리 갔다가

저리 갔다가

진동을 일으킨다.

꾸꾸꾸꾸-

내 손 아래 반려동물은

미어캣


아저씨를 보고

꾸꾸꾸꾸-

아줌마를 보고

꾸꾸꾸꾸-


후덥지근한 산들바람이

머리칼을 쓸어 올려주면

눈꺼풀 위로 쏟아지는

햇살의 온화한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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