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그냥, 버티는 거야> #12
"지금은 abnormal이 normal인 때야. 조금만 더 기다려 화음씨, 곧 정상이 정상다운 날이 올 거야. 애들 금방 큰다~"
"아유 화음씨, 뭘 굳이 지금 하려고 해, 애들이 좀 커야 엄마가 일을 하지, 급하게 생각하지 마."
하지만 나의 마음은 급했다. 지금 일을 하지 않으면 영영 기회가 없을 것 같고. 나의 꿈에 다다르는 속도가 늦어질수록 억울함은 배가 되었다. 하지만 지금 와서 돌이켜보니 위에처럼 이야기해주신 분들의 인생 조언이 다 맞는 말이었는지 모른다.
왜 그땐 그렇게 나 자신에게 너그럽지 못했을까? 왜 그렇게 나 자신을 닦달했을까? 왜 애꿎은 남편을 달달 볶았을까? 조금만 더 남편을 이해해 줄걸. 조금만 더 나에게 시간적 여유를 줄걸. 조금만 더 나를 가꿀걸. 우리 아이들에게 화를 조금만 덜 내볼걸. 그저 조금 더 너그러운 아내와 엄마가 못 되어준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하지만 그때는 정말 내가 힘든시기를 겪고 있었는지,
아기띠를 둘러메고, 돌아서면 밥하고, 젖먹이고, 기저귀 갈다 설거지하는 일상을 살 때,
또... 아이들 셋을 줄줄이 차에 싣고, 마트에 가서 떼쓰는 아이들에게 화내고, 정말 교양머리 없는 엄마로 누군가에게 보였을 그 시기에,
어디 가서 졸업장이 이렇게나 많은 여자라고 떠들어 대고 싶었었다.
" 나 나름 배운 여자라고요!
나도 교양 있는 여자라고요!
나도 일하고 싶다고요!"라고.
그저 사람들 눈엔 어디 동양사람이 꾀죄죄하게 하고는 아이들 하나 건사하지 못하는 그런 여자로 보였을 테니까 말이다. 그냥 스쳐 지나가는 모르는 외국사람들을 붙잡고 알려주고 싶었다. 내가 이렇게 살고 싶어서 사는 게 아니라고.
내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드디어 어느 날은 차 뒷좌석에 아이들 셋이 난리부르스를 치길래 소리를 "꽥" 하고 질렀더니, 주차장에 옆에 차를 세웠던 여자가 자기 차문을 열다가 어깨가 들썩하면서 '깜짝' 놀라는 광경을 목격하기도 했다.
나 자신이 내 의지대로 살 수 없는 시기, 그 시기가 아이들이 어린... 육아의 시기이다. 나만 왜 이렇게 사는가 자책하고, 우울하고 그럴 때 " 이 시기는 누구나 이런 시기야, 누구한테나 abnormal이 normal인 시기가 있어."라고 조언해 주는 사람이 있다면 흘려듣지 말고 귀담아 들어보자. 참 감사한 인생의 선배들일 것이다.
그리고 지금 와서 보니, 이 시기를 거친 육아의 선배들은 그 비정상이 정상인 시기를 이해하는 마음들이 다 있다. 모두가 나를 교양머리 없고, 어처구니없고, 드세고 거친 애엄마라고 보지 않는다. 물론 지금의 나도 마찬가지다. 나도 예전보다는 성숙해서, 낑낑거리고 힘들어하는 아기 엄마들을 보게 되면, 그저 안타깝고 저들이 저 시기를 잘 지나갔으면 좋겠고, 내가 어떻게 하면 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그런 마음이 먼저 들기 마련이다.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주고 도움이 되어주는 것. 인생의 선배들의 몫이다.
아래 영상을 보면서 웃기도 하고 힘도 내고, 공감도 많이 하곤 했는데 우리 여성들부터 서로 이해해주고 공감해줘야 한다는 사실에 참 동감이 간다.
어려운 시기임을 인정하고, 나아지는 것이 분명함을 인지하고,
결혼생활을 잘 버텨나가 보자. 곧 정상이 정상다운 삶의 시기가 온다.
* 번호순으로 글을 읽으시면 흐름을 이해하시는데 더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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