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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탈 Aug 29. 2022

악기 하나쯤은

무시로 찾아오는 외로움을 달래줄 친구

# 악기 하나쯤은


적막한 시골생활에 친구가 되어줄 악기 하나쯤 연주할 수 있다면 우리네 삶은 훨씬 풍요로워질 수 있다.


필자는 중년이란 계급장을 달고 도시를 탈출할 때까지 악기 하나도 다루지 못하는 멋없는 인생이었다. 서울에 살면서도 대학에 들어갈 때까지 학원도 한 번 다닐 수 없는 형편이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그렇다고 누군가를 원망할 생각은 없다. 마음만 먹었으면 성인이 되어서도 악기 하나쯤 배울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기 때문이다. 수많은 핑곗거리를 댈 수 있지만 결국 핑계에 불과하다.


지금은 어설프지만 기타와 하모니카 연주를 할 수 있다. 운 좋게도 귀농 이후 배운 것들이다. 악기를 연주할 수 있게 된 이후 내 삶은 훨씬 풍요로워졌다고 자부한다. 배우는 과정도 즐거웠고 행복했다. 좋은 인연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도 주어졌다. 무엇보다도 적막하기 짝이 없는 산골생활을 버티게 해 준 고마운 친구였다.


악기를 배울 수 있는 직접적인 계기는 주민자치위원으로 활동하면 서다. 산골살이가 어느 정도 익숙해지자 외진 산골에 더부살이를 하면서 지역사회에 작은 도움이라도 되고자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산골에 정착하는데 심적 물적으로 크게 도움을 주고 있던 형님 한분과 일을 벌였다. 주민자치위원회를 만들고 같이 활동하면서 형님 덕에 악기에 눈을 뜨게 되었다.


한 가지 후회가 되는 것은 형님에게 색소폰을 배우지 않은 것이다. 형님 색소폰 연주는 어느 무대에서도 돋보이는 자타가 공인하는 실력자인데, 그에게서 개인지도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차 버렸다. 그때나 지금이나 중년 남성들이 가장 선호하는 악기는 색소폰이다. 필자는 그게 싫었다. 남들도 다하는 것을 배우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멍청한 결정이었다. 당시 현명한 결정을 내렸다면 지금쯤 부업으로 카페에서 용돈벌이를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악기는 뭐라도 좋다. 본인이 연주하고 싶은 악기를 선택하면 그만이다. 굳이 너무 잘하려고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도 없다. 과정이 행복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 상관없다. 다만 필자처럼 특별한 기회가 주어지면 그 악기를 배우라고 권하고 싶다. 그런 기회는 자주 주어지지 않으니 말이다.


배움은 빠를수록 좋다. 나이에 비례해 배움이 무뎌지기 때문이다. 도시 탈출 이전에 배울 수 있다면 약간의 무리를 해서라도 즉시 행동에 옮기라고 권한다. 어느 정도 악기를 배운 상태에서 도시를 탈출한다면 시골 정착과정이 한결 수월할 수도 있다. 음악을 하는 사람끼리 통하는 그 무언가가 알게 모르게 사람을 움직이기 때문이다.


시골 밤은 유난히 길다. 홀로인 시간도 많다. 외롭다. 그렇다고 뒷방 늙은이로 전락해 술과 노름으로 세월을 낭비할 수는 없지 않은가. 악기 하나라도 연주할 수 있다면 이런 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 지금 당장 버킷리스트 목록에 올리고 실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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