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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연미 Sep 25. 2020

실패해도 다시 인생에 올라타라

장폴 뒤부아의 <모두가 세상을 똑같이 살지는 않아>를 읽고

본 독후감에는 책의 내용 일부와 개인적인 관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 남자의 평범한 인생이 어느 날 갑자기 고꾸라졌다. 자신의 터전에서 불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교도소에 갇힌 채, 그는 수시로 찾아오는 세 망자(亡者)와 그들에 대한 기억으로 겨우 버티고 있다. 아버지 요하네스 한센 목사, 아내 위노나 마파치, 그리고 반려견 누크. 도대체 이들에겐 어떤 불행이 닥친 것일까?     




<모두가 세상을 똑같이 살지는 않아>(창비, 2020)는 2019년 공쿠르상을 수상한 장폴 뒤부아의 소설이다. 책의 뒷면에는 ‘실패에 관한 가장 아름다운 소설’이라는 소개 문구가 적혀있다. 소설 속 주인공 폴 한센과 그를 둘러싼 인물들의 인생은 결과적으로 ‘실패’로 비칠 수 있다. “인생을 망치는 방법은 무한하다(p.171)”는 소설 속 문장처럼 그들의 인생은 그것이 우연이든 운명이든 불행이든 어떤 사건을 계기로 서서히 또는 돌연히 추락한다. 그런데 그렇다고 그들의 인생이 비극인 걸까?      


그러니 이 말 한마디만 마음에 새겨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참 단순한 말, 우리 아버지께서 사람의 허물을 크게 보지 말라면서 늘 하시던 말씀이지요.
‘모두가 세상을 똑같이 살지는 않습니다.’ (p.155)     



생각해보면 우리네 인생이란 부침이 있기 마련이다. 가까이 들여다보면 인생은 자잘한 성공과 실패의 반복이며 희극과 비극을 끊임없이 오간다. 어쩌면 이 소설은 나의 통제 밖에 있는 생(生)의 우여곡절 앞에서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를 묻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둡고 비통한 상황에 처해 있어도 유머와 인간미를 잃지 않고 담담하게 헤쳐나갈 수 있다. 폴의 감방 동기 패트릭은 특유의 직설적인 말투로 섬광처럼 번쩍이는 통찰력을 전한다. 


    

인생은 형편없는 말(馬) 같은 거야, 이 사람아. 그 말이 자네를 떨어뜨리거든 입 다물고 얼른 다시 올라타야지.(p.271)     



장폴 뒤부아는 역경과 고난의 이야기를 절대 우울하게 풀어내지 않는다. 순간순간 반짝이는 그의 해학적인 문체와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는 용기와 희망의 결말은 독자에게 통쾌함마저 전달한다. 소설을 덮으며 ‘공기는 차고 햇살은 찬란하다. 물들이 나뉘고 바다들이 만난다.(p.293)’는 덴마크 스카겐의 풍경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스카겐의 해변을 거니는 폴 곁에는 언제나 그의 아내와 반려견, 아버지가 함께일 것만 같다.     

 

페데르 세베린 크뢰위에르, <화가와 부인이 있는 여름 저녁 스카겐의 해변> *출처_Google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이 삶일 뿐이고, 모든 것에 나름의 의미와 가치가 있으며, 시선을 돌리고 주의를 기울이기만 하면 우리 모두가 매일 아침 반짝이는 불협화음으로 생존을 즉흥 연주하는 거대한 교향악의 일부임을 깨닫게 했다.” (p.103)   
  
장폴 뒤부아 <모두가 세상을 똑같이 살지는 않아> (창비, 2020) _ 출간 전 가제본 도서




*창비 출판사의 사전 서평단에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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