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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연미 Nov 12. 2020

멀리서 보면
웃음과 울음이 비슷하게 보인다

[시 읽기] 전영관 '안부'



안부


                  전영관     


멀리서 보면

웃음과 울음이 비슷하게 보인다     


타인은 관심 없고

제 것만 강요하는 우리끼리 잡담한다

겸손한척 거리를 두는 습관을

우아한 외면 또는 비겁이라며 조롱했다   

  

우리들 하루란

칭병하고 누운 사람을 문병 가는 일

잡아 당겨보면 내부가 자명해지는 서랍처럼

거짓말 하지 않고 지나가는 것     


돌아서 안녕이라 손 흔들어도

우는지 웃는지 몰라서 편안한 거리를

그대들과 유지하고 있다     


- 시집 『슬픔도 태도가 된다』 (문학동네, 2020)     




[단상]

코로나19로 인한 물리적 거리두기 덕분에 사람들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괜찮은 핑곗거리가 생겼다는 누군가의 글을 읽었다. 속마음을 들킨 것만 같아 뜨끔했다. 나도 배려하는 척 은근히 타인과 거리를 두는 게 습관이 된 건 아닌가 반성했다. 시인의 말처럼 이렇게 타인과 ‘편안한 거리’를 유지하는 습관은 ‘우아한 외면 또는 비겁’일 테다.      


‘멀리서 보면 웃음과 울음이 비슷하게 보인다.’ 상대방이 우는지 웃는지는 가까이 다가가서 봐야 알 수 있다. 멀리서 손 흔들며 건성으로 전하는 ‘안녕’이 아닌 진심이 담긴 ‘안부’를 물어야 한다. 사실 우리는 모두 어딘가 한구석 아픈 사람들이니 직접 ‘문병’을 가야 한다. 아니, 코로나 때문에 몸이 가진 못하더라도 마음만은 보내야 한다. 웃음과 울음은 구분할 수 있는 거리에서 거짓 없는 말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따뜻한 위안이 되어야 한다.



*이미지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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