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기] 사포 '저녁별'
사포
저녁별은
찬란한 아침이
여기저기에다
흩뜨려놓은 것을
모두 제자리로
돌려보낸다.
양을 돌려보내고
염소를 돌려보내고
어린이를 그 어머니 손에
돌려보낸다.
[출처] 문태준,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 나무가 되지요>(마음의 숲, 2019)에서 발췌
[단상]
그리스 시인 사포의 <저녁별>이라는 시다. 문태준 시인은 이 시를 읽으면 여러 가지 생각에 잠기게 된다고 말한다. ‘우리들의 일상에서 아침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낮에 우리는 무엇을 욕망하는지를, 본래의 자리 즉 제자리가 어디인지를, 그리고 내가 저녁마다 돌려보내야 할 것의 목록이 무엇인지를’.
저녁마다 제자리로 돌려보내야 하는 것들을 떠올려본다. 아침에 벌려 놓은 일들을 처리하느라 분주했던 마음과 못다 한 일들에 대한 미련, 별것도 아닌 순간들에 낭비된 감정, 내 것이 아닌데 탐했던 욕심들이 떠오른다. 무엇보다 남들과 부대끼며 휘둘렸던 나의 중심을 다시 본래의 자리로 돌려보내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사진 출처: Pexe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