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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연미 Dec 27. 2020

삶이 쓸쓸한 여행이라고 생각될 때

[시 읽기] 황지우 '발작'



발작


                        황지우     


삶이 쓸쓸한 여행이라고 생각될 때

터미널에 나가 누군가를 기다리고 싶다

짐 들고 이 별에 내린 자여

그대를 환영하며

이곳에서 쓴맛 단맛 다 보고

다시 떠날 때

오직 이 별에서만 초록빛과 사랑이 있음을

알고 간다면

이번 생에 감사할 일 아닌가

초록빛과 사랑이거

우주 奇蹟(기적아녀     


- 시집 『어느 날 나는 흐린 酒店에 앉아 있을 거다』 (문학과지성사, 1998)     




[단상]

터미널은 언제나 어딘가에서 도착한 사람들과 어딘가로 떠나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터미널은 목적지로 가는 도중에 잠시 머무는 중간 기착지다. 마중 나온 사람들의 반가움과 배웅하는 사람들의 아쉬움이 교차하는 곳이기도 하다.     


초록빛 이 별도 터미널 같다. 탄생과 죽음 사이 우리가 잠시 머무는 곳이다. 기쁨과 슬픔, 쓴맛과 단맛이 뒤섞여 생을 이루는 곳이다. 그래도 이 별에 사랑이 있음에 감사하다. 외롭고 쓸쓸한 여행자에게 사랑은 우주의 기적 같은 일이다.     



*사진 출처: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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