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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연미 Oct 27. 2024

러닝, 좋아하세요? (4)

[취미 부자와 살고 있습니다] 4편 '러닝'


   러닝 인구가 폭발적으로 성장 중이다(업계 추산 1,000만 명). 그래서인지 인기 러닝화는 새 버전이 출시되자마자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남편도 아식스의 파리 올림픽 버전 러닝화(‘슈퍼블라스트 2 파리’)를 구매해 보겠다고 시도했다가 실패했다. 알람까지 맞춰놓고 사이트에 접속했지만, 대기자 명수 안내가 뜨더니 바로 품절되어 버렸다. 대회도 마찬가지다. 메이저 마라톤 대회는 접수가 완주보다 힘들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접속자 폭주로 사이트가 마비되는 걸 보면 살짝 무섭게도 느껴진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접수의 문턱이 낮은 지방 마라톤 대회를 공략하기로 했다. 이번엔 '2024년 강화해변 마라톤 대회'. 강화도라 서울에서 그렇게 멀지 않아서 좋은데다 해변 도로를 달린다고 하니 풍경도 아름답지 않을까 싶었다. 대회도 참가하고 여행 기분도 내고, 겸사겸사 좋았다. 5K, 10K, 하프의 세 가지 코스가 있었고, 우리는 초심(?)으로 돌아가서 10K를 접수했다. (왜 ‘초심’인지는 지난 글의 하프마라톤 체험기를 참고하시길.)  

   

   2024년 9월 29일. 우리는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아침을 죽으로 간단히 때우고 집을 나섰다. 길이 막히지 않아 조금 이른 시각에 출발지인 강화함상공원에 도착했다. 지난 대회에서의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이번에는 차근차근 준비했다. 스트레칭과 몸풀기 워밍업 러닝을 하면서 긴장을 풀었다. 지난 마라톤 대회에서는 너무 긴장한 나머지 출발선에 서 있을 때부터 심박이 계속 올라갔었다. 이번엔 그래도 대회 경험이 쌓였다고 조금 더 침착할 수 있었다.     


   카운트 다운이 시작되고 색색의 폭죽이 터지면서 대회가 시작됐다. 햇볕은 강해서 더웠지만, 바닷가라 다행히 바람이 선선해서 기분 좋게 출발했다. 초반에 오버 페이스를 안 하겠다고 다짐 또 다짐했으나 달리면서 보니 평소보다 속도가 빨랐다. 흔히들 하는 말처럼 ‘대회뽕(?)’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래도 금방 원래의 페이스를 찾았고 그다음부터는 꾸준히 비슷한 속도로 달렸다.


   남편과 나란히 달리다 보니 앞쪽에 우리와 비슷하게 나란히 달리는 커플이 눈에 띄었다. 페이스도 비슷한 듯하니 남편이 뒤에서 따라가며 달리자고 했다. 아무래도 페이스메이커처럼 앞에서 기준이 되는 사람이 있으면 달리기가 수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웬걸, 자세히 보니 상의 티셔츠에 쓰인 영문이 ‘2023 춘천마라톤’이었다. 고수의 냄새가 풍긴다 싶었더니, 역시나 일정 거리 이후부터는 페이스를 올려 달리기 시작했다. 결국 5km 반환점 지점에서 그 커플을 놓치고 말았다.      


   그래도 우리는 우리의 페이스로 꾸준히 달렸다. 마지막 1km를 남기고는 체력의 한계를 느꼈지만, 결승선을 200m 앞둔 지점부터는 남은 에너지를 짜내 막판 스퍼트를 했다. 결과는 10km를 1시간 21분 53초에 완주. 8분 19초 페이스를 기록했다. 남들과 비교해 결코 빠른 기록이 아니지만, 일정한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경기를 잘 운영한 것 같아 만족한다. 힘들고 괴로운 러닝이 아닌 즐거운 러닝을 한 게 가장 기뻤다.  



    

   마라톤 도착점에는 항상 메달과 간식이 기다리고 있다. 메달을 목에 건 채 바닥에 주저앉아 먹는 팥빵의 맛은 그야말로 꿀맛이다. 대회의 기념품도 있었는데 강화도 탁주였다. 술을 좋아하는 우리 부부에겐 반가운 기념품이었다. 자전거 대회도 마찬가지인데 지방 대회에 출전하면 그 지방의 특산물이 기념품이라 내심 기대된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강화도 포도도 한 상자 샀다. 마침 수확철이었는지 도로 옆에 가판이 깔려 있었다. 한동안 달고 맛있는 포도를 실컷 먹었다. 그리고 대회의 여운과 성취감도 강화도 포도만큼이나 달콤했다.


2024 강화해변 마라톤대회 기록증



*이미지 출처: 인천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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