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것들을 사랑의 얼굴이라 부른다

[시 읽기] 박연준, '불사조'

by 이연미


불사조


당신에게 부딪혀 이마가 깨져도 되나요?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나는 날았고

이마가 깨졌다


이마 사이로, 냇물이 흘렀다


졸졸졸

소리에 맞춰 웃었다


환 한

날 들


조약돌이 숲의 미래를 점치며 졸고 있을 때


나는

끈적한 이마를 가진 다람쥐

깨진 이마로 춤추는 새의 알


이곳에서는 깨진 것들을 사랑의 얼굴이라 부른다

깨지면서 태어나 휘발되는 것

부화를 증오하는 것

날아가는 속도로 죽는 것


누군가 숲으로 간다


나는 추락이야

추락이라는 방에 깃든 날개야

필사적으로 브레이크를 잡다

꺾이는


나는 반 마리야

그냥 반 마리,


죽지도 않아


“사랑이 죽었는지 가서 보고 오렴.

며칠째 미동도 않잖아.”


내가 말하자 날아가는 조약돌


돌아와서는

아직이요 -, 한다


아직?


아직


- 박연준, ‘불사조’




[단상]

‘당신에게 부딪혀 이마가 깨져도 되나요?’라는 질문은 ‘당신을 사랑해도 될까요?’라는 뜻이겠지. 사랑은 답변은커녕 질문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시작된다. 부딪혀 이마가 깨져도 웃는 게 사랑. 그래서 시인은 ‘깨진 것들을 사랑의 얼굴이라 부른다’.


사랑은 ‘날아가는 속도로 죽는 것’. 추락하는 것들은 날개가 있다고 했던가. 그러나 사랑에 빠진 이는 브레이크를 잡다 날개가 꺾인, 온전치 않은 ‘반 마리’, ‘그냥 반 마리’. “사랑이 죽었는지 가서 보고 오렴” 지령에 돌아오는 건 “아직이요-”라는 답변. 사랑은 죽지도 않는다. 상처를 입을지언정 죽지는 않는 ‘불사조’.


KakaoTalk_20260110_135554185.jpg 박연준 시집, <사랑이 죽었는지 가서 보고 오렴>(문학동네)



*이미지 출처: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