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짓기] 빗방울이 풀잎에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비는 그쳤지만
대지로 돌아가지 못한 빗방울이
풀잎에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기다란 이파리 위에서
강약중강약-
장단을 맞추며 순간을 기다린다
누군가의 가는 손가락이 톡 건드리기를
또로로록똑-
구슬처럼 맑음 음색으로 떨어질 텐데
[단상]
걷다가 길가 풀잎에 맺힌 빗방울을 보고 발길을 멈췄습니다. ‘강약중강약-’ 장단에 맞춰 배열된 것도 같고, 금방 ‘또로로록똑-’ 굴러떨어질 것도 같았습니다. 시를 지어야 하지 않았다면 못 보고 지나쳤을 미세한 풍경입니다.
랠프 애머슨의 <시인>이라는 에세이에서 한 구절을 인용합니다.
“가장 평범한 영향에도 즐거워할 정도로 시인의 삶의 방식은 단순하기를, 한 줄기 햇살 덕분에 시인의 유머가 생겨날 수 있기를, 시인에게 영감을 주기 위해서라면 공기면 족하리라, 시인을 도취시키기 위해서는 물이면 족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