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과 글과 상상력과 집중에 대하여
혼자만의 기록과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내용에 대해 잘 언급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일기인데요,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 일거라 생각해요. 그런데 제가 쓰는 일기는 조금 형태가 다릅니다. 새벽에 눈뜨고 책상에 앉아 가장 먼저 하게 되는 일이기도 하고, 어떤 때는 눈을 감은채 손이 움직이는 대로 두서없는 내용들을 적게 되기도 합니다. 그날 있었던 일들을 하나 둘 떠올리고 그때의 감정을 복기하며 나만의 언어로 감정의 정제 없이 적어 내려 가는 것이 일반적인 일기의 형태일 텐데, 저는 새벽에 눈을 뜨고 제일 먼저 하는 일이 그날에 일어날 일들 앞으로의 희망적인 모습을 적는 일기를 씁니다. 명명하기를, <<Design my Day>>.
제가 쓰는 "하루설계일기"는 원하는 곳에서 좋은 사람들과 일하며 기대하던 보상의 수준을 만드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또한 그만두고 싶고, 주저앉고 싶고, 이제 그만 좀 쉬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 저의 지향점과 꿈을 계속해서 상기시켜 주는 기준이 되어주기도 했어요. 무엇보다 아무도 일어나지 않을 그 새벽에 혼자 책상 스탠드를 켜고 다이어리를 펴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만년필을 들고 글씨를 쓰면서 나는 종이와 펜촉의 마찰음을 듣는 것이 좋았습니다. 종이의 질감과 블루블랙 잉크가 내려앉을 때의 그 기분은 경험해보지 못한 분들은 전혀 이해하기 어려울 거예요. 쓰다가 눈을 감고 명상을 하고 또다시 쓰고, 떠오르는 직감을 놓치기 싫어 빠른 속도로 생각을 잡아내기도 합니다.
이 과정이 완벽한 허구와 상상으로만 이루어지지는 않습니다.
대게 하루설계일기는 오늘의 일들을 미리 예상하고, 지금 겪고 있는 있는 문제를 어떻게 지혜롭게 해결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갈까 하는 고민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해당 이슈와 연결된 팀과 팀원을 생각하고 특정 시간에 잡혀있는 미팅룸을 생각합니다. 통창을 뚫고 들어오는 아침의 햇빛과 테이블의 감촉을 떠올립니다. 오고 가는 대화를 생각해 보고 나의 말과 행동을 예측해 봅니다. 대게 이 예측은 나다운 답변보다는, 내가 찾아내고 싶은 그래서 향하고 싶은 결론에 맞닿아 있습니다. 이 부분이 좀 어렵죠. 아무리 미래를 예상하는 일기라지만 나다운 패턴에서 벗어난 내용을 적을 때는 '거짓'이라는 느낌을 지우긴 어렵거든요. 그래서 현실의 내 모습과 미래에 기대감을 갖게 되는 나의 모습의 괴리에 대해 집중하기보다, 앞으로 내가 닿고 싶은 꿈을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하며 받아들입니다. 지금은 내적 충돌이 있을 수 있겠지만, 결국 내가 원하는 지점으로 닿기 위해서는 나답지 않은 과정 또한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거죠.
몇 차례 새벽일기를 쓰다 이런 충돌이 생김을 감사히 여기고 또 앞으로 나아갈 방법을 찾다 보면 매우 익숙해집니다. 그리고 자신에 대해 냉정해지기 시작하죠. 지금 내가 내려놓아야 할 모습이 무엇이고 극복해야 할 지점이 어디인지 또렷하게 보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 순간을 넘어서게 되면 나는 어제보다 나은 내가 되는 것이고요.
좋은 운이 따라오는 데에 엄청난 비결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내게 주어진 시간에 감사하고, 오늘을 설계하고 내일을 맞이할 기대감에 살아갈 수 있음에 행복을 느끼다 보면 우리는 어제보다 조금은 더 나은 오늘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이, 내가 정말 가고 싶은 회사에, 받게 된다면 소원이 없겠다고 생각했던 수준의 연봉을 받을 수 있게 해 준 첫걸음이었음을 고백합니다. 지금 이 순간, 연봉 10억 원을 받기 위한 설계를 시작했다는 사실과 더불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