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유지해 온 체계를 바꾸는 데에는 물리적, 시간적 비용이 뒤따른다.
그럼에도 변경에 대한 결정을 강행하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1. 새로운 출발에 대한 형식적 의미 부여
2. 특정한 기억을 잊기 위한 방편으로 활용
3. 새로운 시스템에 대한 강점이 현재의 것보다 돋보이거나 실질적으로 효율성이 높은 경우
4. 전반적인 삶의 관점이 변화함으로써 기존 시스템으로부터의 탈피
우리의 하루, 일주일 그리고 일 년은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혹은 의도하여 고안해 낸 시스템 안에서 돌아간다. 아침에 눈을 뜨고 가장 먼저 하는 생각, 습관, 시간, 식사, 휴식, 대화패턴, 술자리, 친구, 귀가, 취침 등 이 모든 것들은 내가 기존에 유지해 오던 시스템의 구조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어제와 같은 오늘, 오늘과 같은 내일이 펼쳐지는 것이다. 문제는 이것이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인데, 변화의 필요성을 인지하더라도 익숙해져 있는 생각과 행동으로 다른 시도를 하는 것이 어색하고 불편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스템을 변경하는 데에 따르는 비용으로 우리는 익숙한 괴로움을 선택한다.
그렇게 반복되는 시간들을 보내다 이대로 가면 뭔가 큰일이 날 것 같은 위기감이 들 때 우리는 시스템의 변경을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몇 가지 이유를 아우르는 가장 큰 출발점은, '오늘의 나의 삶에 대한 불만족'과 앞으로 이렇게 계속 가다가는 더 끝을 알 수 없는 미궁으로 빠지게 되는 내 인생 전체에 대한 불안함에서부터이다. 그런데 또 나에게 적합한 시스템을 고민하고 고안하는 과정도 쉽게 이루어지지 않기에 몇 가지 관련된 정보들을 탐색해 보는 과정에서 많은 이들이 포기하고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다. '사람 안 변한다. 하던 대로 하자'라는 씁쓸함과 함께. 물론 현재 스스로 유지하고 있는 인생 시스템이 최적의 상태라면 그대로 가면 된다. 더 많은 경험과 성취를 이뤄내고 그 과정에서의 인사이트를 토대로 단계적으로 업그레이드되는 인생을 살면 되는 것이다. 가장 이상적이지만 흔치는 않다. 연봉 1억, 2억을 받는 직장인도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한 보람과 만족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애초에 그 길이 나의 선택이 아니었다면 더더욱 그럴 수 있을 것이고.
그럼 지금의 난 어떤 경우에 해당하기에 시스템을 뜯어고치려 하고 있는 것인가?
내가 교육받고 자라 온 이곳에서 '잘 살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알고 있던 내용들이 전부가 아니었다는 사실, 그로부터 나 역시도 좀 더 넓은 마당에서 다양한 것들을 시도해 보고 실패하며 의미 있는 스토리들을 만들어 갈 수 있겠다는 희망,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까지의 내 선택에 과연 어느 정도의 자유의지가 있었나 하는 의문으로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확실히 시간을 아껴 쓰고 쪼개 쓰고 작은 성취를 빠르게 이뤄내보고자 하는 시도들이 일어나며 매일 새로운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 내가 정의했던 '인생'의 항로가 큰길 하나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고 누군가에게 왜 그 길이 아닌 다른 길로 걸어가고자 하는 것이냐고 구태여 설명할 필요가 없음을 깨달았다. 하루의 시간, 해야 할 일들, 읽고 싶은 책들, 공상의 시간, 아이디어의 끊임없는 기록, 자잘한 시도들로 채워지는 이 시간들을 통해 바꿔가는 인생 시스템이 내년 이때쯤엔 더 많이 나눌 수 있는 이야깃거리를 낳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