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ohnstory Nov 25. 2024

이과생 아내, 문과생 남편

인생의 문제는 누구와 풀어가야 하며 그 해답은 누구를 향해야 하나

 요즘 머릿속에 특정한 몇 가지 주제에 대한 생각들이 가득하다.



퇴사를 결정한 이후로 내가 꿈꾸는 작은 비즈니스의 모델에 대한 생각들과 앞으로의 소득구조 변화를 만들어낼 핵심 주제 등 내가 고민하는 문제는 고정적이지만 조금씩 범위를 좁혀가며 깊게 들어가는 중이다. 이 과정에서 좀 더 다양한 관점들을 수집하기 위해 도서관을 찾고 특정되지 않은 주제들의 책을 읽고 아내와 대화하는 방법을 이어간다. 나의 앎의 범위가 넓어지는 것은 환영할 일이겠으나, 이 또한 나만의 관점에 기반한 확장이니 타인의 의견이 균형을 잡는 데에 도움을 준다. 물론 나의 근본적인 생각과 방향을 뒤틀 정도의 의견수렴은 아니고 그저 참고용이다. 대상에 따라 참고의 수준이 다를 뿐이다.


아내는 좋은 파트너가 되어준다.


문과생 남편과 이과생 아내의 조합은 꽤나 흥미롭다. 요즘 우리가 서로 꽂혀있는 주제는 고정소득 파이프라인 구축과 자녀교육이다. 이에 대한 준비를 해가는 과정에서 내가 보지 못한 점들을 아내의 입을 통해 전해 듣고 메모를 쉴 새 없이 이어가는 과정을 나에게 새로운 깨달음을 준다. 이런 정도의 아이디어면 글을 써보라는 나의 제안에 ‘난 글 못쓴다. 말로는 얼마든지 얘기할 수 있다’하는 아내의 말에 역시 우리의 조합의 상호보완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전공분야가 중요한 것은 아니겠으나 각자의 패턴은 이에 어느 정도 영향을 받는다. 말하기와 글쓰기를 주 업으로 삼았던 나는 생각하고 기록하고 의미를 부여하고 이를 누군가에게 전달하는 것에 익숙하다.


아내는 전형적인 T의 성향으로... 이하 생략하겠다.


무튼 전혀 다른 뇌구조를 갖고 있는 우리 부부는 완벽한 파트너는 아니지만 보완의 역할을 충실히 하며 서로의 강점을 더 잘 발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능을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필요하고도 중요한 파트너이다. 최근 여러 개인적인 상황에 대한 해석, 판단, 이해, 이후의 시나리오 등 나보다 촉이 좋고 냉정한 아내의 판단에 때론 감정이 상하기도 하는데 이는 너무나도 맞는 소리이기 때문이다. 다만 내가 인정하기 싫었을 뿐. 그런 탓에 아내는 무한긍정을 위험하다 생각한다. 그리고 매일의 안정감에 균열이 생기는 상황을 신밧드의 모험이라고 받아들이지 못한다. 롤러코스터에서 떨어져 죽게 될 운명의 인디아나 존스를 보는 듯한 눈빛을 볼 때 가끔은 미안하기도 하다. 말끔한 정장에 고급 타이만 매던 은행원의 모습이 나의 첫인상이었을 텐데 욕심 많고 일에 있어서는 새로운 도전을 마다하지 않는 남편이 아내 입장에선 불안해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도 꼬박꼬박... 밥을 챙겨주는 아내는, 정말 좋은 파트너가 맞다.




여전히 나는 아내와 24시간 함께 생활하고, 일하고, 아이디어 회의하고, 실행하고, 피드백하고, 육아하고, 가정을 지키는 과정을 공유하고 싶다. 매일 아이스 라떼 한잔을 꼭 마셔야 하는 아내와,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시간을 확보하고 싶어 하는 서로의 생각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서로 이 영역과 시간에 대해서는 방해가 없다. 아주 사소한 배려에서 부부의 존중이 형성되고 이런 마음의 풍요가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역시 우리는 완벽한 부모는 못되지만, 앞으로도 그러하겠지만, 괜찮은 부모이고 싶다.


아이들이 원하는 모든 것들을 원하는 방식으로 할 수 있도록 허락할 수는 없겠지만 우리는 많이 들어주고, 이해하고자 애쓰고, 그 과정에서 부모 된 최소한의 도리를 다할 것이다. 여전히 화도 내고 짜증도 내고 잔소리하는 비중이 7할이지만 우리 부부가 생각하는 최선의 방식으로 '진학'이 아닌 '인생'에 도움이 되는 존재가 될 수 있도록 각자 꾸준한 노력을 한다. 러닝, 요가, 독서, 명상 등 천천히 서두르는(Festina Lente) 자세를 잃지 않는 하루를 보내고 기록한다. 지금 남기는 이 모든 기록들이 향하고 있는 대상 또한 우리의 아이들이다.

엄마 아빠의 실패의 경험 또한 이들에겐 배움의 주제일 수 있고 우리가 그때, 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왜 이런 삶을 살아왔는지에 대한 아주 조금의 이해가 앞으로의 인생을 사는 데에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이과생 아내와 문과생 남편은 그렇게 만나 사랑을 하고, 일을 이어가고, 육아에 충실했으며, 즐거운 중년을 보냈고 평안한 노후를 지내는 중이라는 얘기를 흐뭇하게 할 수 있는 아이들로 자라주길 오늘도 기도한다.

이전 26화 퇴사한 은행원의 인생 시스템 변경작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