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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hnstory Dec 28. 2024

아내는 책을 읽고 나는 글을 쓰고

 아내는 요즘 아파트 커뮤니티 독서모임에 나가는 중이다.



 최근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반짝 활기를 띠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도 감사할 따름이다. 커피 한잔 하며 케이크 한 조각씩 베어 먹으며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을 공유하는 부부의 하루가 가능하니 말이다. 이 시간이 주는 평온함이 있다. 잠시 시간이 멈춘 것만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무언가에 쫓길 필요도, 아내와 불필요한 대화를 할 이유도 없다. 그럼에도 각자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한다. 읽고 쓰는 유익이 있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우리의 테이블 앞에 놓인 아이스 아메리카노, 아이스 라테, 그리고 케이크 한 조각을 사진으로 남긴다. 아침 햇살이 커피숍의 통창을 통해 비치는 이 시간이 좋다. 짧게나마 멍 때리고 앉아있는 시간에 차오르는 만족감은 내가 이런 여유를 느낄만한 자격이 충분하다는 생각에 기인한다. 더불어 나의 반성이 미치는 곳이 있다. 꾸준하고 평탄한 삶 정도를 유지할 수 있는 에너지만 소진했으면 싶은데 그렇지 못했다는 것.



 집요함이 늘 목표를 달성하게 해주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이 마저도 없는 일이 나의 영역에 침범하지 않길 바랐다. 그냥저냥 흘러가버릴 것만 같은 시간들이 엄습해 오는 상황을 맞이할 자신이 없었고 이는 내가 꿈꾸던 상황에서 크게 빗나가는 항로로 나를 강하게 잡아당길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도 괜찮다고, 가끔 그렇게 엉뚱하고 예기치 못한 곳으로 나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걸어 들어가 본들 달라지는 건 얼마간의 시간을 이질적인 곳에서 보냈다는 사실뿐일 거라 얘기해 주는 이가 없었다. 나 스스로도 이런 일탈이 줄 수 있는 효용에 대해서 좀 더 쉽게 받아들였다면 전전긍긍하며 내게 남은 에너지를 소진하고 어딘가에서 더 끌어다 써오는-그것도 나의 건강을 담보로-그런 일은 없었을 텐데 말이다.



그래서 아내가 책을 읽고 나는 글을 쓰는 지금의 이 장면을 제삼자의 시선으로 영원히 박제해두고 싶다. 한적함이 느껴지는 시선으로 담아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지금의 이 시간이, 조만간 다시 경험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 되더라도 이때의 안락함과 여유를 동경하는 부부의 마음은 늘 오늘 같기를 염원해 본다. 너는 여전히 책을 읽고 나는 변함없이 글을 쓰고, 우리 둘은 그렇게 십 년 전과 같이 나이 들어가는 그런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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