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이 충만한 아내의 샤우팅을 유발하는 경우는 대게 아이들과 연관되어 있다.
(나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선 샤우팅과는 반대로 침묵을 향한다.. 그게 더 무섭..)
어린이 주간 연휴의 마지막 날, 다시 한번 예정된 샤우팅이 퍼져나갔다. 방학에 계획대로 종종걸음으로나마 매일의 할 일을 잘 해내며 따라오던 아이들이 새 학기가 시작되고 일상으로 돌아가자 방학 두 달간 맞춰온 흐름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교육에 있어서 GOOD COP의 역할만 해줬으면 좋겠다는 아내의 부탁으로 나는 그저 지켜보았다. 관망하는 것이 좋은 경찰의 역할인지는 모르겠으나, 개입하는 순간 더 커질 수 있을지도 모르는 문제들은 자체적으로 사전 예방한 셈이니 좋은 방향을 선택한 셈이다.
4월부터 밀렸던 문제집들의 상황과 스스로 학습하지 않는 아이들의 행동에 대해 아내는 열받을만했다. 이에 대해선 여러 가지 생각들이 교차한다. 우선 초등학교 2학년, 4학년이 스스로 학습 계획을 세우고 알아서 공부하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인가 하는 의문과 어느 정도의 규율로 가정 학습을 지도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것이다. 뭐가 되었든 두 아이들의 상태가 좋지는 않았다. 나의 우려는 부모의 종용에 반하려는 아이들의 심성 탓에 거짓이 늘거나 하는 상황들이다. 때 되면 하겠지 라는 믿음이, 부모가 책을 많이 잃고 마음 수련을 한다고 쉽게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다. 혹자는 자녀를 우리에게 찾아온 귀한 손님 대하듯 하라 하는데 개별 존재로서 아이들이 엄마의 말을 무시하고, 거짓을 말하고, 밤늦게까지 숙제 검사를 위해 기다리고 있는 부모에 대해 최소한의 예의를 지킬 것에 대해 가르치는 것까지 내려놓는 것은 어려운 일임을 깨달아가는 중이다.
아이들도 아이들의 인생이 있으니 뜻대로 살아라 하는 것은 도를 닦는 심정으로라도 말하기 어려운 것이다. 더불어 아내에게 샤우팅을 멈춰달라 하는 것도 쉽지 않다. 자녀교육에 있어선 grey zone 은 없어 보인다. 이거 아니면 저거. 연필을 잡거나 나가서 놀거나. 뭐라도 확실하면 된 거 아닌가 싶으면서도 샤우팅 전 갑자기 늙어버린 것만 같은 아내의 얼굴을 바라보면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다. 아이들 교육은 오은영 박사의 프로그램을 열심히 본다고 쉬이 해결될 문제는 분명 아니다. 일찌감치 내려놓은 마음으로 '나의 아들이 아니다' 생각해야 샤우팅 대신 그리팅(Greeting)이 가능할 것이다.
감사로 가득한 나날만이 매일 반복되길 오늘도 간절한 마음으로.
+to ma honey: 마흔이 되어가는 당신의 나이를 생각해서라도, 편하게, 심호흡하면서..
'나의 아들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