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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여행지를 고를 때 수영장부터 찾는가

어쩌다 수영광인의 색다른 여행 일지

by 탐험가k

전 세계 어디를 가든, 수영장만 있다면 그곳이 곧 나의 목적지가 되었다. 호텔이든, 루프탑이든, 처음 들어보는 이름 모를 공간이든, 물이 있는 곳이라면 꼭 찾아가곤 했다. 그렇게 수영장을 중심으로 여행하다 보면, 낯선 도시도 어느새 나만의 방식으로 물든다.


낯선 도시에 처음 발을 디딜 때, 무엇을 가장 먼저 찾게 될까? 그 질문에 나는 늘 똑같이 대답한다.

“수영장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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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무 살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수영을 배웠다. 어릴 적 여름이면 학교나 엄마와 함께 동네 수영장에 가긴 했지만, 발이 닿는 얕은 풀장에서 물장구치던 기억이 전부였다. 하지만 성인이 되고 좀 더 자유롭게 물을 즐기고 싶은 마음에 친구와 함께 학교 수영장 아침 강습을 신청했다. 9시 수업이 있는 날에는 항상 덜 마른 머리로 강의실로 뛰어가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수영은 3개월 정도 배영까지 배웠고, 그 뒤로도 몇 번이고 시도를 했지만 늘 배영에서 멈췄다. 물속의 고요가 참 좋았지만, 운동 신경이 뛰어난 편은 아니었고, 빠르게 성과가 나지 않으면 금세 지쳐버리는 성격 탓에 그 이상으로는 나아가지 못했다.


본격적으로 수영에 빠지게 된 건 약 2년 전쯤이다. 오랜 프리랜서 생활로 일 외엔 딱히 루틴이 없던 삶 속에서, 어떻게든 규칙적인 일과를 만들어보고 싶어 시립 수영장 강습에 등록했다. 경쟁이 치열한 수강 신청을 뚫고 25m 저녁반에서 시작해, 이내 50m 아침반으로 옮겨 다니며 점점 수영이 좋아졌다.


처음엔 옆 동네 수영장을 가보다가, 나중엔 부산, 제주, 서울… 어딘가로 여행을 떠날 때면 가장 먼저 수영장을 검색하게 됐다. 심지어 해외에서도 ‘한 군데쯤은 수영장을 들러야지’ 하는 생각을 하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늘 하던 여행에 수영을 하나 추가했을 뿐인데, 그 도시는 또 다른 얼굴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혼자 여행을 자주 하는 나에게 수영이라는 취미는 여행의 밀도를 높여주는 소중한 친구가 되어주었다.


혼자 여행에서 무엇을 할지 고민 중이라면, 혹은 여행지가 조금 더 색다르게 느껴졌으면 하고 바란다면, 아니면 진짜 수영이 좋아서 다양한 수영장이 궁금하다면—이 책은 그런 당신을 위한 것이다. 지금부터 내가 다녀온 수영장들을, 하나씩 소개해보려 한다.






오늘의 수영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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