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di Icebergs Swimming CLUB, Sydney
시드니에 가야겠다고 결심했을 때, 8할은 수영장이 이유였다.
그중에서도 가장 가고 싶었던 곳은 바다와 맞닿아 있는 인피니티 풀, 본다이 아이스버그
수영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니 수영을 하지 않더라도 한 번쯤은 가보고 싶은 장소다.
오늘은 바로 그곳, 본다이 아이스버그를 소개한다.
이곳의 정식 명칭은 아이스버그 스위밍 클럽(Icebergs Swimming Club) 인스타그램 속 핫플레이스로 유명해져 최근에 생긴 곳처럼 보일 수 있지만 사실 1929년에 설립된 유서 깊은 수영장이다.
시드니를 대표하는 본다이 비치의 끝자락에 자리 잡고 있으며 그 거센 파도 덕분에 사시사철 서퍼들로 붐비는 곳이다. 넓은 백사장과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잔디 언덕은 관광객은 물론 현지인들로 가득하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 마치 '월리를 찾아라' 속 풍경 같기도 하다.
본다이비치는 시드니 중심부에서 버스로 약 40분 거리에 있다. 하이드파크 앞 정류장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타면 되는데, 목적지가 같은 관광객들로 항상 붐빈다. 화려한 옷차림에 들뜬 표정의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아, 이 버스는 바다로 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시드니 버스는 정류장 안내방송도, 표시등도 없지만
본다이로 가는 길에서는 구글맵을 켜고 있을 필요조차 없다. 창밖으로 바다가 보이고, 사람들이 일제히 웅성거리기 시작하면 거의 다 도착한 것이다.
버스에서 내려 바다를 옆에 두고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몰려 있는 스폿이 눈에 들어온다. 가까이 다가가 난간에 서는 순간, 사진으로만 보던 아이스버그 수영장이 내 눈앞에 펼쳐진다.
바다와 맞닿아 끝없이 뻗어나가는 인피니티 풀.
수영에 관심 없던 친구도 감탄할 정도로 아름다웠고,
나는 당장이라도 물속으로 뛰어들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호주에 온 지 5일 차, 가장 행복한 순간 중 하나였다.
본다이 아이스버그의 메인풀은 25미터 길이에 총 7개 레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수심이 2미터가 넘어 발이 닿지 않기 때문에 초심자라면 바로 옆의 키즈풀을 추천한다.
샤워실은 온수 샤워 가능한 샤워기가 6개 정도 있고,
락커도 있지만 대부분은 짐을 그냥 자리나 탈의실에 두고 이용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아이스버그는 '사진으로 볼 때' 가장 예쁜 수영장이다. 실제로는 바닷물이 그대로 들이치는 해수풀이라 물이 맑지 않고, 파도가 거세면 수영하기도 쉽지 않다. 내가 갔던 날도 파도가 거세서 성인 남자들도 휘청거릴 정도였다. 며칠 뒤에는 거센 파도로 인해 수영장 일부가 부서지는 사고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흡을 하며 고개를 돌리는 순간 펼쳐지는 바다 풍경은 이런 불편함을 잊게 만든다. 그토록 바랐던 수영장에 이렇게 와서 수영을 하고 있다니! 레인을 몇 번이나 왕복하면서도 그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본다이는 그냥 물에 몸을 담그고만 있어도 행복해지는 곳이다.
수영을 즐기지 않는다면 아이스버그 내 카페나 레스토랑만 방문해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탁 트인 시드니 바다를 이렇게 감상할 수 있는 장소는 흔치 않기 때문이다.
가격대도 주변 가게들과 비교했을 때 합리적인 편이다. 커피 한 잔, 브런치 한 끼를 먹으며 바다를 내려다보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하루가 된다.
아이스버그 기념품샵도 추천할 만하다. 관광지 특유의 성의 없는 기념품샵이 아니라, 가격도 합리적이고 디자인이나 품질도 만족스러운 곳이다.
가장 인기 있는 아이템은 수모. 가격은 25불로 ENGINE 제품과 SPEEDO 제품 중 선택할 수 있다. 여성용 수영복도 원피스형과 비키니형이 준비되어 있으며, 사이즈는 스피도 기준으로 고르면 된다.
바다와 맞닿아 있는 인피니티 풀에서 수영하는 경험은 사진 한 장으로는 다 담기지 않는다. 거친 파도와 소금기 어린 바람, 그리고 숨을 쉬며 고개를 돌릴 때마다 보이는 드넓은 바다.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낭만을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수영장으로 떠나보자. 바다 위에 떠 있는 듯한 하루를 선물해 줄 것이다.
오늘 수영은 여기까지.
1 Notts Ave, Bondi Beach NSW 2026
입장료: 성인 $10 (타월, 락카 각 5불)
운영시간: 6AM ~ 6:30 PM (요일에 따라 변동)
본다이비치 정류장에서 도보 5분
파도가 거세면 안전상의 이유로 일부 레인 통제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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