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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의 수영 문화 우리랑 어떻게 다를까?

시드니 수영장에서 살아남기

by 탐험가k

본격적으로 수영장들을 소개하기 전에 우리나라와는 다른 호주의 수영 문화에 대해 알아보자. 여행 중 수영장을 갈 생각이 있는 분들에게 소소한 꿀팁이 되지 않을까. 우선 가장 논란이 있을 부분부터 이야기를 시작해 본다.


첫 번째, 입수 전 샤워가 필수가 아니다

한국의 수영인들은 아마 이 문장을 보자마자 경악할 것이다. 우리나라 수영장은 탈의실-샤워실-수영장으로 이어지는 구조로 샤워를 하지 않고 수영장에 뽀송하게 들어가는 일은 거의 있을 수 없다. 있다하더라도 위생을 중요시 여기는 고인물들의 눈에 띄어 샤워 후 입수를 하게 될 것이다.


호주는 체인지룸(탈의실) 내에 샤워실과 화장실이 같이 있는데 한국처럼 신발을 벗고 돌아다니는 구조가 아니다. 칸막이 내 화장실과 샤워실이 개인 공간으로 분리되어 있다. 하지만 경험상 대부분 수영복을 안에 입고 와서 샤워 없이 입장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탈의실에 들어가지 않고 풀 옆에서 탈의하고 바로 들어가는 것도 본 적이 있다.


나도 강경 샤워파로 입수 전에는 무조건 깨끗히 씻어야한다는 입장이라 처음에는 당황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물론 '샤워 후 입수'라고 적힌 사인이 붙여진 곳도 있지만 딱히 제재하거나 신경쓰는 분위기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은 무척 깨끗하다.


두 번째, 수모도 필수가 아니다

호주 수영장은 수모를 꼭 쓰지 않아도 된다. 실제로 수영장에 가면 머리가 짧은 대다수의 남성들은 수모를 쓰지 않은 것을 볼 수 있다. 혼자만 너무 풀착장 한 것 같아서 수모없이 수영을 해봤더니 역시 긴머리는 쓰는 편이 훨씬 편했다. 수모 착용 비율은 50:50 정도다. 그렇지만 역시 풀에서 머리카락 뭉치를 봤다거나 하는 경험은 한 적이 없다.


세 번째, 기어를 자유롭게 사용 가능하다

한국은 오리발 레인이 지정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호주 수영장에서는 패들, 스노클, 오리발 그 무엇도 제한하지 않는다. 누구나 자유롭게 자신의 장비를 들고와서 사용할 수 있다. 대부분의 수영장이 50m인데다 상주하는 라이프가드가 많아서 그런걸까? 딱히 장비 사용을 제한하지 않는 부분이 신기했다. 다만 킥판이나 부이도 다 들고와서 사용하는 분위기. 시설 내 비치된 킥판이 없거나 사용 불가한 경우가 많아서 이 부분은 아쉬웠다.


네 번째, 통행은 왼쪽으로

차선과 마찬가지로 호주에서는 좌측 통행이 일반적이다. 수영 레인에서도 똑같이 적용되어서 레인의 왼쪽에서 수영을 시작해야한다. 대부분 안내판에 명시되어 있으며, 친절하게 한국어로 적힌 곳도 있으니 잘 보고 수영하자.


마지막, 비치타월은 필수

수영이나 샤워 후에도 알몸으로 나오는 경우가 거의 없이 대부분이 커다란 비치타월로 몸을 가리고 나온다. 최대한 몸을 가리면서 옷을 갈아 입는 풍경이 낯설고도 신기했다. 개별 샤워실이 있지만 아무래도 소지품을 젖지 않게 보관할 만한 공간은 따로 없는지라 옷은 밖에서 갈아입는 듯 했다. 처음에 수영장에 갔을때는 한국에서 하던대로 스포츠 타월만 챙겨갔다가 민망한 상황을 겪을 뻔 했다.


이 밖에도 헤어 드라이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고, 발권 후 따로 입장권 없이 바로 입장하는 것, 수영장 구조의 특성에 따라 탈의 후에도 신발을 신고 풀까지 이동하는 등 사소하지만 다른 차이가 있었다.


호주 수영장은 전반적으로 좀 더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고 느꼈다. 넉넉한 라이프가드의 수와 엄격한 정화 시스템이 뒷받침 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보며 오늘 수영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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