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난민간 재능공유 플랫폼 Bazaar를 만든 나의 독일 친구 Nina
'CMXC*에서 만난 친구들을 소개해야지' 마음 먹고서 가장 먼저 떠올린 얼굴은 독일의 Nina였다.
* CMXC(Changemaker X Change)에 대한 자세한 글은 여기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난민 문제는 아주 먼-나라의 이야기처럼 익숙치 않다. 터키 해변에서 발견된 시리아의 어린 아이 시신을 보고 전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고 슬퍼했지만 분노를 실행으로 옮긴 나라는 생각만큼 많지 않았다. 그 중 가장 앞선 행보를 보인 것은 독일이었고, 메르켈의 강력한 리더십이 한 번 더 빛을 발해 많은 시리아 난민들이 독일로 이주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해피엔딩인데, Nina에게 들은 베를린의 현실은 달랐다.
난민들은 학교를 다닐 수도 일을 할 수도 없다. 독일어를 제대로 할 수 없으니 더 효과적인 교육과 직업 연결이 필요하겠지만 정부의 움직임은 더디기만 하고 어째 더 퇴보하는 듯 하다. 그래서 나선 나의 독일 친구 Nina, 그녀의 소셜 벤처는 난민 뿐만 아니라 독일의 로컬들에게도 충분히 묵직한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Nina가 공동창업자와 함께 만든 소셜벤처 Bazaar(링크)는 독일 로컬과 독일로 이주한 난민들이 서로의 재능을 공유할 수 있도록 돕는 온라인 플랫폼이다.
이용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먼저 Locals과 Refugees 중 본인이 속한 그룹을 선택한 다음 본인이 가진 재능과 관심사(Skills and Interest)를 입력해 프로필을 만들면 가입 끝. 그 다음부터는 Bazaar의 시스템이 일을 한다. 로컬과 난민 각 그룹에서 서로에게 필요한 재능과 관심사를 가진 사람을 1:1로 매칭해준다. 가령 영어를 잘하는 독일 로컬이 요리를 배우고 싶다면, 영어를 배우고 싶은데 요리를 잘하는 난민을 연결해주는 것. 플랫폼 상에서 1:1 채팅도 가능하지만 실제로 만나서 서로의 재능과 관심사를 나누고 관계를 이어갈 수 있게 정기적으로 오프라인 모임을 여는게 Bazaar의 주요한 역할이다.
Bazaar는 이런 skillsharing이 보다 활성화되도록 'Time Banking System'을 도입했는데, 가령 1사람이 1시간의 재능 공유(교환)을 할 때마다 1개의 Time Coin, 가상화폐가 적립된다. 아직은 현금화되진 않지만 향후 Bazaar가 제휴한 파트너의 서비스를 Time Coin으로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이와 같은 Time Banking System은 미국, 독일 등의 많은 소셜벤처와 교육단체에서 쓰고 있다. (간단한 설명이 담긴 동영상 링크)
아래는 Nina와 이메일로 인터뷰한 내용, 영어를 우리말로 이해하기 쉽게 의역했(지만 부족함이 많을 거)다.
A. 많은 난민들이 최소한의 안전이 보장되고 좀 더 나은 삶을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기 위해 고향을 버리고 이곳, 독일에 왔지만 이들이 처음 맞딱뜨리는 것은 '또 다른 절망'이야. 그들은 독일어로 말을 할 줄도 읽을 줄도 모르고, 아는 사람도 거의 없으며, 도시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일로부터 고립되고 있어.
가장 명확한 예는 독일에 온 난민들은 최소 3개월간 일을 할 수도 학교에 다닐 수도 없어. 또 독일 밖에서 보는 것과 달리 미디어에서의 난민에 대한 부정적인 묘사나 보수적인 로컬의 분위기 때문에 난민들의 최소한의 활동도 제한되는 분위기가 동시에 일어나고 있어.
우린 이런 독일 로컬과 난민간의 다소 무거워진 분위기를 재능 공유(skillsharing)라는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유연한 교환 프로그램으로 바꿔보고 싶었어. 우리가 원하는 것은 아주 간단해, 예를 들어 시리아에서 온 Ahmed는 독일의 Lisa에게 기타를 치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다면 Ahmed는 Lisa에게 몇가지의 코드를 직접 보여주면 돼, 짧지만 서로에게 어떤 의미에서든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도의 대화(언어적 대화를 넘어)면 서로 다른 문화/언어를 가지고 있어 커뮤니케이션이나 관계를 맺기가 어렵다는 편견은 바로 무너뜨릴 수 있거든. 기타를 배운 Lisa와 수단에서 온 Melilizwe는 비록 같은 언어를 하지 못하지만 독일식 팬케익을 굽는 방법은 충분히 알려줄 수 있고.
이런 경험은 이전엔 한번도 만나지 못한 다른 문화, 다른 언어의 사람들과 새로운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게 하고 미디어와 정치인으로부터 주입된 차별의 시선이 아닌 자기만의 오픈된 세계관을 만드는데 도움을 주지. 난민 뿐만 아니라 편협한 세계관을 가진 로컬에게도 충분히 도움이 되는 경험이라고 생각해.
A. 우린 유저와의 신뢰도 형성을 위해 오프라인 모임을 정기적으로 갖고 있어. 매번 모임을 할 때마다 난민 출신이 일하고 있는 단체와 꼭 협업하는데 우리 뿐만 아니라 많은 단체들의 프로젝트와 경험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알고 더 큰 변화를 만들고 싶어서야.
최근 우리가 연 모임에 120명 정도가 참여했는데 그들 중 절반은 난민 출신이야. 우린 이걸 무척 고무적인 성과라고 생각하는데 새로운 난민 유저(기존/잠재)가 모임에 참여할 때마다 이런 자리가 대부분 처음이라 어색해하는 그들을 위해 편안하고 환영하는 분위기를 형성하려고 노력한 결과가 아닐까 싶어. 물론, 여전히 새로운 관계와 로컬과 난민과의 더 많은 대화를 이끌 수 있게 스탭과 기존 유저들이 엄청 노력중이야.
운좋게도 우리 프로젝트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아 Bazaar를 소개하기 위해 전세계 곳곳을 여행할 수 있었는데 각기 다른 상황에서 재능 교환 시스템을 어떻게 시도해볼 수 있는지 함께 논의하곤 했어. 적게는 2명에서 많게는 200명이 넘는 사람들과 이야기 하며 우리의 작은 시도가 우리가 만난 사람들을 포함해 그들의 커뮤니티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경험하고 돌아왔지. 여기서 얻은 다양한 교훈을 토대로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고 더 많은 유저들이 재능을 교환하고 만날 수 있도록 플랫폼을 리디자인 중이야, 이번 가을에 다시 오픈할 예정이야.
A. 지금까지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는 우린 Bazaar를 통해 돈을 벌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이야. 그래서 나를 포함한 공동 창업자들은 각자 Full Time Job을 하면서 생계를 이어가고 있지. 이말은 즉슨, 우린 Bazaar를 위해 제한된 시간만 투자할 수 있고 이 문제는 한때 우리를 굉장히 우울하게 만들었어.
하지만 몇가지 해결책을 찾았는데, 그중 하나는 우린 최근 'enpact(링크)'라는 독일의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에 참여해서 전문가 멘토링을 받고 있어. 그리고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를 해치지 않는 한 새로운 파트너를 적극적으로 찾고있고, 마지막으로 우리와 함께 디자이너, 프로그래머, 소셜 미디어 전문가 역할을 해줄 자원봉사자들을 구하고 있어.
우리가 절대 포기하지 않는 것 하나는 어떤 가정과 새로운 디자인에 대해 늘 테스트를 반복하는거야. 우리는 보다 정확한 피드백과 빠른 성장(또는 실패)를 위해 늘 빠르게 움직이고 적용해. 이런 린스타트업 방식의 반복은 우리가 막다른 벽에 부딪히지 않게 해주리라 믿고 있어.
하지만 다시 처음의 문제로 돌아가서, 재정적인 지속가능성을 확보해서 우리의 서비스를 계속 제공하는게 여전히 가장 중요한 이슈야. 잘 사용하고 있던 유저들을 두고 갑자기 서비스의 문을 닫는 건 아예 시작하지 않은 것보다 사회적으로 더 큰 해를 야기할 수 있거든. 우리가 절대적으로 피하고 싶은 리스크 중 하나고, 지금도 그걸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어.
3년 후에 독일, 유럽, 중동 등 우리의 프로젝트를 지원하거나 협업하고 있는 파트너 기관이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플랫폼 유저가 3만명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있어. 중요한 건 각 지역마다 오프라인 커뮤니티를 대표하고 관리하며 뉴커머들을 안정적으로 커뮤니티에 안착시킬 수 있는 로컬 앰배서더를 이 기간 동안 잘 트레이닝시켜야해.
우린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난민들이 새로운 사회에 안정적으로 안착하는게 궁극적인 목표니까.
로컬 앰배서더는 우리 스탭을 파견하는게 아니라 Bazaar의 열성 유저에서 찾을 예정이야. Bazaar에는 객관적인 리뷰와 후기 시스템이 있는데 이를 통해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는 유저를 그 지역을 대표하는 앰버서더의 역할로 지정하는거지. 어때, 괜찮은 방법 같지 않아?
10대부터 난 항상 사회의 비주류 그룹에 연관된 일을 해왔어. 가령, 독일의 라틴 아메리카 이민자들, 레바논의 여성 이주 노동자들, 남아프리카와 멕시코 등 원주민 마을에서의 청소년 활동 등등. 이런 경험들은 나로 여금 다른 문화에 대한 호기심을 언제나 자극했기 때문에 지금 내가 하는 일을 시작하는게 그리 어려운 선택은 아니었어, 사실 이런 공감능력과 호기심이 내 추진력의 원천이기도 하고.
그리고 디자인 스쿨에서 배운 것들, 진심을 다해 관여하고 연구하고 다른 사람과 협업해 결과를 만들고 커뮤니케이션하는 것도 도움이 됐어.
마지막으로 오랜 시간 해외에 있다가(필자의 희미한 기억으론 아마 레바논 또는 북아프리카 어드메였던 것 같음) 독일로 다시 돌아오던 때에 난 난민 문제의 직접적인 목격자이자 산증인이었어. 그때 바로 알았지, 난민 문제야 말로 내가 관여해야 할 문제라는 걸. 2명의 공동창업자와 Bazaar를 만들어서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고 서로로부터 배우도록 돕는 것이 우리가 배운 것을 활용하는 좋은 방법이었어.
난 언제나 공감력이 Key라고 생각해. 공감력 없이는 고객을 충분히 이해할 수 없고, 나아가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없어.
또 진정한 솔루션을 만들려면 고객을 너의 팀의 일부라 생각하고 그들의 의견을 포함시켜야 하는데 공감력이 없다면 이건 불가능하거든. 그리고 요즘 무슨 말만 하면 '네트워킹'이란 말을 써서 어디든 들어가는 유행어가 되어버렸지만 소셜 앙트러프러너로서 네트워킹은 성공을 위한 또 다른 열쇠라고 생각해. 적절한 네트워킹은 너와 너의 팀이 계속 전진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함께 한다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혼자서 고군분투 해야하니까. 물론 단순히 네트워크를 얻는다고 해결되진 않지, 너와 너의 팀과 함께 얼마나 진심으로 네가 해결하고 싶은 문제를 바라보고 시도하고 있는지가 느껴지지 않는다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게 네트워크야.
나는 늘 디자인씽킹으로 사고하고 리서치하고 무엇보다 공감능력이 있다는 게 나만의 특별한 역량이라고 생각해. 그리고 10대때부터 했던 다양한 경험이 사용자 경험 디자인을 하는데 도움이 되고 있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셜 벤처 중 하나는 독일에서 주로 활동하는 'REDI School of Digital Integration(링크)'이야. 난민들을 위한 작은 코딩 스쿨로 시작한 그들은 현재 교육을 통해 난민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서비스까지 확장했어. 가장 인상적인 점은 그들은 늘 bottom-up approach를 기본으로 하는데 즉, 공감을 바탕으로 난민 교육생들의 목소리를 가장 최우선으로 한다는 점이야.
늘 큰 그림을 보고 싶어하는 나의 호기심이 분명 나를 새롭고 다양한 역할을 하게 이끌 것 같아. Bazaar는 내가 관리하는 서너개의 프로젝트 중의 하나가 될거야. 나는 언제나 협업하고 시스템을 만드는 일을 즐기기 때문에 다수의 프로젝트의 호스트이자 파트너로서 나의 팀원들과 파트너, 자원봉사자들을 효과적으로 연결해서 더 큰 변화를 만드는 역할을 하지 않을까 생각해.
10년 후에 나는 co-working cafe의 호스트로서 소셜 임팩트 컨설팅 펌을 운영하면서 많은 소셜 앙트러프러너들이 생산적으로 일하고 협력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 Bazaar가 더 많은 지역에서 사용되고 많은 배움과 관계가 만들어지는 것 역시 나의 꿈 중 하나지!
난 배움과 실패, 성장과 세상에 대한 나눔을 멈추지 않고 늘 실천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 만일 내가 세상에 단 한 사람에게라도 영감을 줄 수 있다면 나는 아주 기쁘게 내 비전대로 살아왔고 또 살고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
내가 만난 스무명 넘짓의 소셜 앙트러프러너 중 Nina를 첫번째 인터뷰이로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난민을 위한 소셜벤처는 우리에게 낯선 것이기 때문이었지만 또 한가지는 그녀의 애티튜드 때문이었다. Nina는 크게 생각할 줄 아는 친구이다. 단순히 난민 문제나 지역 커뮤니티 문제로만 제한하지 않고 늘 큰 그림을 보려고 노력한다. 그녀가 지금 당장 가장 의미있게 할 수 있는 일을 하지만 늘 사회 전체의 변화와 혁신을 염두에 두고 자신의 위치를 점검한다. 그러면서 여러가지 작은 시도들을 멈추지 않는다.
Think Big, Act Big, Succeed Big
자기 것에만 너무 집착하는 우리 스스로를 발견할 때마다 더 크게 생각하고 함께 협업해 만들어야 더 크게 바꿀 수 있다고 되뇌였으면 좋겠다. 결국 혼자서만 바꿀 수 있는 건 없으니까.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같이 가면 멀리 간단 말도 있으니 말이다.
추신. 혹시 Nina에게 더 궁금한 질문이나 영감을 주는 그녀의 프로젝트에 응원을 하고 싶다면 댓글로 남겨달라! 최대한 잘 번역에서 전달할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