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하다 보면 업무와 관련해서 또는 개인적인 일로 리더가 자리를 비우는 상황은 불가피하게 일어난다. 아마 대다수 리더가 부재 기간 동안 할 일을 정의하고 또 외부에서도 일의 진행과 관련된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부재 기간 공백에 대응하고, 복귀 후 다시 쌓인 일을 살펴보고 결정하고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리더의 부재를 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
리더가 부재한 상황에서 구성원들의 역할이 어떻게 구분되고 발현되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리더의 부재는 조직 내 업무의 지연과 혼란을 야기할 것 같지만, 오히려 구성원들의 숨겨진 역량과 리더십을 발견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리더의 공백에 대응하는 일을 넘어 조직의 잠재력을 볼 수 있는 순간으로 접근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구성원들 내부에서 역할이 어떻게 구분되는지 살펴보면 차기 리더십에 대한 고민에 큰 도움이 된다. 이 시간 동안 누가 주도적으로 일을 정리하는지, 누가 구성원 사이의 의견을 조율하는지, 세세한 부분에 대해서 챙기면서 균형을 잡는지 등 각 구성원의 역할에 따른 잠재력과 가능성을 볼 수 있다.
보통 리더는 자신의 부재 시 대리인을 지정하는데 대리인의 역량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명확한 대리인이 없는 경우에는 위와 같은 구성원의 역할을 살펴봄으로써 앞으로의 조직 관리에 필요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
구성원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역할은 매우 다양하다. 누군가는 자연스럽게 회의를 주재하고 결정을 이끌어 낼 것이고, 또 누군가는 경청하고 조율하는 중재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어떤 이는 회의 내용을 꼼꼼하게 정리하고 누군가는 회의 내용을 토대로 실행할 것이다. 이외에도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하거나, 조직의 분위기를 북돋우는 구성원까지 다양한 역할이 발현된다.
리더가 함께 있을 때와 유사할 수 있지만 리더가 부재한 상황에서 오히려 이런 발현이 더 심화된다고 본다.
실제로 아이디어 워크숍이라는 타이틀로 서비스 지표에 대한 액션 아이템을 수립하는 미팅을 구성원들만 진행하게 했었고, 그 사이에서 어떤 사람이 주로 진행을 하고 어떤 사람이 정리를 하고 결정을 내리는지 살펴볼 수 있었다. 평소 생각했던 부분과 유사하지만 조금 더 명확히 구성원의 역할이 구분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또 각기 다른 직무의 구성원이 공통된 토픽에 모여서 나의 직무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조직의 목표 달성에 필요한 일이 무엇인가를 나누는 자리는 직무의 구분 없이 구성원을 한 방향으로 모으는데 도움이 되었다.
리더의 부재는 구성원의 성장을 위한 기회로도 활용될 수 있다. 리더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면서 자연스럽게 역량을 높일 수 있고, 다른 조직의 이해관계자와 커뮤니케이션하면서 더 많은 조직의 흐름과 넓은 관점을 경험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개인의 성장에 있어 좋은 양분이 된다.
리더의 입장에서 부재는 구성원의 관계를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아젠다에 대해서 구성원 간의 논의와 협의가 원활하지 않고 트러블이 있었다면 이는 구성원 사이에 미묘한 관계가 있음을 의미할 수 있다. 리더가 참여하고 있을 때는 미처 모를 수 있었던 구성원 간의 관계가 리더의 부재 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리더는 이러한 부분을 잘 체크해서 관계를 풀어가기 위한 시도를 해야 한다.
이처럼 리더는 자신의 부재 상황을 조금 더 전략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때에 따라서는 의도적으로 전략적 부재를 시도해야 한다. 리더의 부재에도 업무에 몰입하고 성과를 만들어 내는 조직은 그만큼 강한 조직이라고 할 수 있고, 구성원들 또한 우수한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혼란과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고 결과적으로 리더가 수습을 해야 하는 조직이라면 리더는 구성원이 의견을 개진하고 책임감 있게 행동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리더의 부재는 구성원의 숨겨진 역할과 역량을 발굴하고, 구성원의 성장과 구성원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척도가 된다. 또한 조직의 입장에서 리더의 부재에도 업무적 성취를 만들어 내는 조직은 리더와 구성원 모두가 우수한 역량을 보유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근거가 된다.
따라서 리더는 때때로 의도적으로 자리를 비워서 구성원이 더 많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정말 자리를 비우는 것이 아니더라도 모든 일에 관여하고 개입하기보다는 스스로 고민하고 실행할 수 있는 기회를 계속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리더는 복귀 후 진행된 업무를 체크함과 동시에 부재인 상황에서 구성원의 역할과 시도를 확인하고 얻은 통찰을 구성원과 나눔으로써 구성원의 성장을 지원할 수 있다.
자신의 부재를 걱정하기보다 조직과 구성원의 성장 기회로서 리더의 부재를 전략적으로 활용해 보자. 리더로서의 성장에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