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xtener Aug 15. 2020

모두는 하나를, 하나는 모두를 위해

팀워크 구축

 

남들 무술 배울 때 혼자 싸움을 익히다

오래전 나의 상사는 무엇보다 책임감을 강조했다. 사업부장의 손과 발이 되어, 사업부의 모든 것을 챙겨야 했던 부서의 특성상, 한 명 한 명이 다른 부서 하나와 맞먹는 무게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불가능은 없어야 했고, 실수도 실패도 용납되지 않았다.


그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알아서 잘해. 잘못되면 네 책임이야.”였다. 그가 강조하는 책임감이라는 게 그런 뜻이었다는 걸 알고 난 뒤부터 몇 배로 노력했다. “네.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됐죠?”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날을 상상하며.(끝내 못 해 봤다)


힘들고 외롭고, 무엇보다 억울했다. 동기들은 사부 잘 만나서 차근차근 무술을 익히고 있는데, 나만 뒷골목 싸움판을 혼자 전전하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1년, 혼자서도 두세 명은 거뜬히 상대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새로운 상사가 내게 말했다. “넌 왜 뭐든 혼자 다 하려고 해?”


우리 모두는 안전하다고 느끼고 싶다.

모든 생명체는 이기적이다. 그럼에도 왜 인간이 이타적인 행동을 하는가에 대해서는 많은 학자들이 다양한 이론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내가 관심을 갖는 부분은 ‘왜’보다는 ‘언제’이다. 어떤 상황에서 우리는 자신보다 남을 위해, 개인보다 조직을 위해 행동하게 될까?


사이먼 사이넥은 저서 「리더는 마지막에 먹는다」에서 스파르타인의 사례를 소개한다. 전투에서 투구나 흉갑을 잃어버린 전사는 아무런 징벌 없이 용서해 주지만, 방패를 버린 자는 시민권을 박탈한다. 투구와 흉갑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지만 방패는 전체의 안전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스파르타 군대가 강했던 것은 그들의 날카로운 창 때문이 아니라, 강한 방패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동료들이 내 몸을 막아줄 거라는 믿음이, 성난 파도 같은 적군 앞에서도 두려움 없이 창을 내지르게 만드는 것이다. 조직이 내게 안전하다는 느낌을 줄 때, 비로소 우리는 조직을 위해 몸을 던진다.


리더가 방패가 되어줄 때 팀원들은 창을 든다.

새로 오신 상사에게 처음 결재를 받아야 했던 날, 내 업무가 생소하실 것 같아 상세히 설명해 드리려 했다. 그런데 그분이 내 말을 끊으셨다. “구구절절 설명 안 해도 돼. 네가 충분히 고민했을 테니까. 이왕 마음먹은 거, 잘해봐.” 자리로 돌아오는데 기분이 이상했다. 눈물은 왜 나는지.


그분은 계획했던 대로 일이 되지 않았을 때면 우리 모두의 노력이 부족했다고, 그중에서도 자신의 과실이 가장 크다고 말씀하셨다. 반면 좋은 성과를 거두었을 때는 한 사람 한 사람 구체적인 칭찬을 해 주셨다. 골은 스트라이커가 넣었어도, 그 뒤에 환상적인 어시스트와 든든한 수비가 없었다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리더로서 성공하려면 팀원들에게 대부분의 일을 맡겨야 한다. 그 일을 직접 하는 편이 더 낫다고 해도 그걸로 인정받을 수 없다. 당신이 할 일은 팀원들의 등 뒤를 든든히 받쳐 주는 것, 발아래 튼튼한 안전망을 쳐 주는 것이다. 그럴 때 팀원들은 예전에는 엄두도 내지 못했던 일에 도전할 수 있다.


셔츠 앞에 적힌 팀의 이름을 위해 뛰어라
그러면 사람들은 그 셔츠 뒤에 적힌
당신의 이름을 기억해 줄 것이다
 - 라이언 홀리데이, 「에고라는 적」 中

                                   


이전 10화 한 수 가르치려 하지 말자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